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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왕 케촉'의 악기는 피리다. 그것은 거창하게 ‘만파식적'을 닮으려는 것도 아니며, 그저 불교도로서, 달라이 라마의 제자로서 나왕 케촉은 그의 ‘티벳' 명상과 음악과 열린 마음을 위한 기도라는 제목의 CD에 소박하고 단순한 피리 연주를 담았다. 단선율의 음악이지만 거기에는 깊이와 무게가 실려 있어서, 사람에 따라 가볍게 듣기는 어렵기도 하겠다.
시대를 막론하고, 대개의 명상 음악은 단순하다. 듣는 사람을 흔들거나 다스리는 힘이 있기도 하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음악과 함께 하면서 명상에 잠긴다. 지극히 개인적인 안위와 행복을 명상하기는 쉽고 남을 위한 명상, 또는 기도는 의외로 어렵다. 달라이 라마의 기도는 남을 위한 기도며 가르침이다. 이른바 바른 정신이다. 나왕 케촉의 피리 음악은 남을 위한 기도이며, 명상이라 할 수 있다.
일일이 말로 다 설명할 필요도 없이 어려운 내용이 있어도 그저 슬며시 들려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듣는 사람들은 상상력과 감성의 에너지를 동원해 각자가 절로 반응한다. “모든 예술은 음악의 형태를 지향한다"는 말은 어쩌면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그의 피리 음악은 거대한 자연을 배경으로 나온 것이다. 자연을 통해서 우리가 배우는 것은 어쩌면, 열린 마음과 조화와 같은 미덕일 것이다. 인간에게 자기가 속한 사회 또는 조직의 내부에 대해서는 사랑과 열린 마음이 넘치게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은 다소 폐쇄적이어서 외부 세계에 대해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사회와 사회, 민족과 민족, 국가와 국가 간의 전쟁과 살육이 일어나는 것이다.
‘폐쇄'의 반대되는 개념, 그것은 열린 마음(Opening the Heart)일 것이다. 예수의 가르침에도 있고, 더 이전의 불교의 가르침에도 있었다. 그의 음악에서는 난장판의 세상이 기도와 명상의 대상이다. 그리고 그렇게 말한다. “마음을 여십시오, 따뜻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