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해군 군사시설 언제나 건립되나"

주민-해군 타협점 없어 수년째 줄다리기

등록 2004.02.17 00:29수정 2004.02.1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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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은 해남군 산이면 덕송리 일대 90만평의 간척지에 해군 통신기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 주민들은 통신기지가 들어 설 경우 전자파 피해와 군사시설로 인한 인근지역의 재산권 침해문제, 환경파괴문제 등을 우려하면서 대책을 세워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뾰족한 대안이 도출되지 않아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해군시설 건립 지역민에 득인가 실인가. 해군과 주민 입장을 들어보고 대안을 찾아본다. <필자 주>


해남 산이면 군사기지 건설과 현안 문제점

해군이 추진하고 있는 해남 산이면 해군통신기지 건설공사가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한 주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해군은 해남군 산이면 덕송리 일대 90만평의 간척지에 8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450m 높이의 안테나 2기와 관련 시설물 19동 등을 세우는 통신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 안보상 꼭 필요한 시설물이기 때문에 반드시 설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 해군측의 강경한 입장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군사기지가 들어 설 경우 대형 안테나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또 주민들은 군사시설 인근지역은 대규모 간척지로 항공방제를 실시해야 하는 등 항공기 이용이 필수적이나 군사시설로 인해 각종 영농활동이 제한될 것도 우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금호호와 영암호, 고천암호는 겨울철새인 가창오리 등이 집단 도래하는 곳으로 철새들의 이동 경로에 높이 450m의 대형 안테나가 들어설 경우 철새들의 피해가 예견되는 등 생태계 파괴까지 우려된다는 주민들의 주장이다.

아울러 무엇보다 우량농지 조성과 주민 환원을 약속하며 실시한 간척사업으로 조성한 농지에 군사시설을 설치한다는 것은 정부가 주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며, 당초 사업 목적에도 크게 위배되는 행위라는 점을 주민들은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01년 8월 군사기지 건설 계획이 처음 지역 주민들에게 알려지면서부터 투쟁위를 구성하고 해군 측의 시설 계획 전면 백지화를 위해 길고 고달픈 투쟁을 전개해 왔다. 그러나 최근 주민들은 군사기지 인근 주민 이주대책 등 주민요구가 수용될 경우 군사기지 시설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해군측과 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진전이 없는 상태다.

a 지난해 주민들이 해군 군사시설 건립 반대시위를 하는 장면.

지난해 주민들이 해군 군사시설 건립 반대시위를 하는 장면. ⓒ 허광욱


군사기지 건설시 주민 요구사항과 해군측 입장

주민들은 군사기지가 들어 설 경우 여러 가지 제한사항 등 주민 불편을 유발할 것이며, 전자파 피해와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하게 될 것이므로 통신기지 반경 2km 이내 주민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성의 있는 이주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해군측은 전자파 피해의 경우 피해사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거나 예상되지 않아 현행 법률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나타냈으나 오는 2007년 정부 발표 예정인 전자파 피해에 대한 규정 발표 후 지침에 따라 해당될 경우 이주대책을 마련해 추진키로 합의했다.

또한 주민 재산권 침해 및 주변 환경문제는 이주 대책과 다른 차원에서 주민 소득사업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통신기지 건설 예정지가 고천암호, 영암호 등 철새 이동 및 서식 공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어 40-50만 마리로 거대한 군무를 이루는 철새의 이동에 치명적인 시설이 될 수 있으므로 철새 보호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해군측은 이에 대해 현재 공사 진행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시행 중이므로 안테나 시설로 인한 가창오리의 이동 및 서식지 보호대책에 대한 항목을 추가키로 하고 영향평가 과정에 지역 전문가 및 단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키로 했다.

주민들은 군사시설 외곽펜스 이외의 지역은 군사보호구역, 비행금지구역, 통신보호구역 등 규제지역에서 제외시키고 영농활동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했으며, 군사기지내 유휴지 12-15만평에 대해 이해관계 주민에 대한 임대경작 보장을 요구했다.

해군측은 외곽펜스 이외의 지역은 필요시 군사보호구역으로 설정케 돼 있으나 외곽펜스까지만 군사보호구역을 설정하고, 비행금지구역, 통신보호구역 설정 등으로 영농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유휴지 임대경작도 가능토록 했다.

군사시설 주변지역은 수고 10m 이상의 숲 조성 등 친환경적 군사시설 설치 요구에 대해서 동의하고 시민단체의 참여에 의한 환경감시활동도 보장키로 했으며, 인근 주민에 대한 년 1회 정기 건강검진, 주민소득 창출을 위한 구축함급 군함 1척을 제공 함상공원 조성 등을 약속했다.

이밖에도 주민들은 영산강 3단계 일원에 대한 친환경농업특구 지정과 영산강 친환경 특구 내 농지의 장기임대, 해당지역 학교 체육관 건립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해남군·전남도 역할과 향후과제

지역발전 차원에서 군사기지 부지 양여분만큼 해남군에도 간척지 90만평을 유상으로 양여해 주민소득 창출에 활용토록 해 줄 것을 요구했다.

농림부는 이에 대해 이미 해남군의 90만평 양여 요청에 대해 불가 방침을 통보한 바 있으나 법률상의 문제가 없고 해남군의 활용 계획이 공공·공용 목적에 부합할 경우 유상양여키로 했다.

아울러 군은 산이 구성-마산 상등간 지방도가 1일 8500대의 교통량을 보이고 있어 4차로 확포장이 시급한 만큼 공사시기를 앞당겨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는 예산상의 문제 등으로 당분간 4차선 확포장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해군측은 건설교통부와 적극 협의하고 전남도의 지원으로 국가지정도로로 지정돼 사업이 시행될 수 있도록 가시적인 성과를 제시키로 했다. 이러한 요구사항이 해결된다해도 과제는 많다.

그동안 군사시설 건립 반대 사태에 따른 서로간의 갈등의 골이다. 이처럼 갈등을 타파하고 원만한 해결을 위해선 군이나 전남도가 해군과 주민사이의 중재역할을 제대로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군사시설 건립에 대한 정답이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주민들이 영농활동 등에 지장이 받게 되거나 피해가 발생한다면 또다시 군사시설 반대 궐기대회도 거세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전남도와 해남군뿐만 아니라 정치인 사회단체 등이 함께 중재역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허광욱기자는 대한일보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허광욱기자는 대한일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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