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석, '포크계의 거인'으로 돌아오다

27일 25년만의 복귀 무대

등록 2004.02.17 10:17수정 2004.02.17 14:39
0
원고료로 응원
a 서유석의 열창하는 모습

서유석의 열창하는 모습 ⓒ round 기획

서유석은 젊은 세대에게는 걸걸한 목소리를 지닌 방송 진행자로 알려져 있다. 또한 '가는 세월'이라는 노래의 주인공으로 알고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도 아니면, 몇몇 코미디언의 성대모사 모델로 여겨지거나….

그러나 1960~70년대 서유석의 활동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저항 가수’, ‘한국의 밥 딜런’이라 불리던 그의 화려한 시절을 결코 잊지 않았으리라. 황사와도 같은 ‘대책없는’ 폭압적 독재의 시절에, 서유석과 한대수, 김민기 등은 청중을 각성하고 계몽하는 노래를 불렀다.


뿐만 아니라 서유석은 한국 포크 음악에 있어 중요한 음악적 성취를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일례로 그와 신중현이 함께 작업한 5집 음반은 '선녀', '나는 너를'과 같은 곡을 통해 ‘싸이키델릭과 포크의 결합’이라는 의미심장한 결과물을 만들어낸 바 있다. 또한 '타박네', '진주낭군'과 같은 곡은 한국적 가락과 포크적 서정을 조화시킨 불세출의 명곡이며, '철날 때도 됐지', '세상은 요지경' 등의 초창기 히트곡을 통해서는 비뚤어진 세상에 대한 시니컬한 비판 정신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의 대표적인 프로테스트 포크 가수였던 서유석은, 197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가수 활동을 중단하고 방송인으로 전념하게 된다. 물론 방송인으로서 서유석의 업적도 주목할 만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서유석 본인이 “시작이 가수였으니 끝도 가수로 하겠다”고 이야기하듯, 그에게는 통기타를 둘러메고 노래하는 모습이 더 잘 어울리는 것이 사실이다. 시대와 세대가 그의 복귀를 필요로 하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게 본다면, 25년만에 가수로서 복귀를 알리는 서유석의 ‘청개구리 콘서트’는 충분히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가수 생활로 따지자면 25년만이요, 1970년 6월 29일 청개구리홀 개관 공연부터 따지자면 무려 34년만의 복귀 무대이다. 한국 포크 음악의 산 증인을 다시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원 히트 원더(One Hit Wonder)’나 웃기는 방송인이 아닌, 고뇌하는 음악인으로서의 서유석 말이다.

YMCA 청개구리 홀은 2003년 이래, 매월 의미 깊은 포크 가수들의 공연을 계속해 왔다. 김의철, 방의경, 이성원, 김두수 등의 공연이 그 예이다. 서유석의 복귀 공연 역시도 청개구리홀에서 열린다는 점은, 한국 포크의 ‘성지’로서 이곳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준다.


2004년 2월 27일 금요일 오후 8시에 열리는 이번 서유석 콘서트에는 김의철이 기타 연주자로 참여하고, 전북대학교 포크 동아리 ‘노모스(NOMOS)’가 게스트로 참여해 포크계의 신-구가 함께 하는 훈훈한 무대가 마련될 것이다.

대표적 히트곡인 '가는 세월'뿐만 아니라, 저항적 포크와 아름다운 사랑 노래를 오가는 다채로운 서유석의 음악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27일 단 1회 공연만 열릴 예정인데다 선착순 입장이므로, 관심 있는 팬들은 발걸음을 재촉해야 할 듯하다. 장소는 서울 명동 서울YWCA 1층 마루홀, 궁금한 사항은 02-2231-7279로 문의하면 된다.


'이등병의 편지'의 작곡자, 김현성의 공연

▲ 김현성
ⓒ민음협
김현성의 이름을 모르는 이들이라도, 고 김광석의 명곡 '이등병의 편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한 가수 윤도현의 팬이라면 그가 데뷔 시절에 부른 '가을 우체국 앞에서'라는 서정적인 발라드 또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바로 그 노래들의 작곡자가 김현성이다.

하지만 김현성을 감미로운 발라드 음악 정도나 하는 사람으로 오해한다면, 김현성 본인은 많이 속상할 것이다. 대학 시절부터 노래패 활동을 하고, 이후 한국민족음악인협회(민음협)와 포크 집단 ‘혜화동 푸른섬’의 일원으로 활동해온 경력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1992년에는 포크 그룹 ‘종이연’의 멤버로 음반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서유석이 1970년대의 저항적 포크 가수였다면, 싱어송 라이터 김현성은 1990년대에 눈에 띄지는 않지만 의미 있는 행보를 계속해온 뮤지션이다.

근래에는 시노래 운동을 해온 시노래모임 ‘나팔꽃’의 구성원으로서 시인 정호승, 김용택 등의 아름다운 시와 포크 음악을 결합하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그 결실이 2004년 새 앨범인 <몸에 좋은 시, 몸에 좋은 노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의 3집 음반인 본작에는 윤동주의 '서시', 곽재구의 '사평역에서', 그리고 김수영의 '풀'과 같은 민족 문학사 최고의 작품들이 노래로 담겨 있다. 따스하고 인간적 온기가 가득한 기타 프레이즈, 담백한 김현성의 보컬, 서정적인 선율이 시와 잘 어우러진 보기드문 역작이다.

음반 발매에 보조를 맞춰, 김현성의 콘서트도 계획되어 있다. 2월 26일(목) 저녁 7시 30분 한양대 소극장에서 열리게 되는 이 공연에는 한국 포크계의 기인 김두수가 게스트로 참가해 자리를 빛내줄 예정이다.

김현성은 이 무대에서 본인이 작곡한 <이등병의 편지>를 비롯해, 주로 새 음반에 수록된 시와 어우러진 노래들을 선사할 것이다. 김현성과 함께 ‘혜화동 푸른섬’에서 활동해온 손현숙, 손병휘, 북적북적 등의 찬조출연 또한 기대해볼 만하다. 공연과 관련된 문의사항은 02-364-8031(민족음악협회)로 연락하면 된다. / 배성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2. 2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3. 3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4. 4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5. 5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