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국악단은 비리 백화점?

편법·부당 지출로 매년 국민세금 축내... 단원들 여비도 지급 안해

등록 2004.02.20 16:25수정 2004.02.2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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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충남국악단 전 사무국장 오아무개씨는 단원들로부터 공금횡령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충남국악단 전 사무국장 오아무개씨는 단원들로부터 공금횡령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 서상일

충남 부여군 규암면 소재 충남국악단(단장 백낙구 부여군 부군수)의 불법 운영비리 의혹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오마이뉴스> 취재결과 충남국악단은 매년 50~60차례 공연을 했으나, 이로인해 발생된 공연수입금을 단 한차례도 부여군에 세입조치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여군의 충남국악단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는 충남국악단의 출연수익금을 부여군의 일반회계에 편입하도록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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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군과 충남국악단에 따르면 국악단의 한 차례 공연에는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의 공연비가 지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충남국악단 초청공연을 실시한 천안시, 보령시, 아산시, 서천군, 예산군, (주)JA커뮤니케이션 등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3년까지 23차례 공연에서 충남국악단이 이들로부터 받은 출연료가 2270여 만원인 것으로 밝혀져 공연비 지급이 사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뿐 아니라 부여군은 충남국악단에 초청공연과 관련된 일체의 출장비를 지급해 왔지만 단원들에게 이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단원들은 외부 초청공연에서 발생하는 출연료와 부여군에서 단원에게 지급하는 여비를 그동안 한 푼도 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져 국악단 사무국의 공금횡령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충남국악단은 지난해 12월 <오마이뉴스>를 통해 이 사실이 보도된 이후에야 단원들에게 여비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 수입금 증발?


a 충남국악단은 일부항목을 교묘하게 다르게 기재하는 수법으로 단원들의 여비를 이중으로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충남국악단은 일부항목을 교묘하게 다르게 기재하는 수법으로 단원들의 여비를 이중으로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 서상일

지난 94년 창단 당시부터 부여군 문화관광과 충남국악단 담당자로 근무하다 2000년부터 보직 이동을 해 국악단의 사무국장으로 근무했던 오아무개(44, 당시 5급 상당)씨는 2003년 말 계약만료와 함께 국악단을 그만 둔 것으로 밝혀졌다.

오씨는 국악단에 근무하던 2001년 충남 M대학교 3학년에 주간 편입하여 졸업한 사실까지 확인됐다. 국악단 설치운영 조례에는 "상임단원은 공무원의 근무시간에 준하여 매일 상근하여야 하며, 단장의 사전 승인없이 다른 사무를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당시 단장이었던 박아무개 부여 전 부군수(현재 충남도청 농림수산국장)와 오씨의 유착설이 제기되고 있다. 단원들은 오씨의 대학편입을 눈감아 주는 대가로 박 전 부군수에게 정기적인 상납이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01년 이후 예산군과 아산시 등 세 곳에서 충남국악단에 지급한 출연료 280만원이 박 부군수 농협 개인 계좌에 입금돼 이같은 의혹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충남국악단 오아무개 전 사무국장은 "예술단체의 특이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오해"라며 강하게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재직 중 주간 대학 편입과 관련 "국악단에 재직할 당시는 공무원이 아닌 단원 신분이었으므로 근무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였다"면서 "국악에 대한 이해와 행정업무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근무시간 이후 대학에 다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례규정에서 겸임을 금지한 것은 근무시간에 다른 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이지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까지 금지한 것은 아니다"라며 "단장과의 유착관계를 제기하는 것은 유언비어"라고 반박했다.

그는 공금횡령 의혹에 대해서도 "국악단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개인에게 지급되는 여비를 사무국 직원으로 하여금 일괄 청구하도록 했다"면서 "여비와 공연 사례금 등은 모두 회식 등 단원들을 위해 썼다"고 해명했다.

한편 오 전 사무국장과 유착설이 제기된 박 전 부군수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처음 듣는 얘기"라며 자신과 관련한 의혹을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국악단과 관련된 통장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개인계좌로 돈이 들어온 사실도 없다"며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내 목을 자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 전 사무국장이 근무 중 주간 대학을 다닌 것과 관련 "근무를 하면서 어떻게 대학을 다닐 수 있느냐. 그가 대학을 다닌 사실은 전혀 몰랐으며, 허가한 적도 없다"면서 "만약 알았다면 근무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대학에 다니지 못하게 지시했을 것"이라고 관련 의혹이 사실무근임을 거듭 강조했다.

충남국악단 여비도 이중 청구

a 부여군 관계자는 전 사무국장의 공연비 유용 등 충남국악단의 재정비리에 대해 관행이라며 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부여군 관계자는 전 사무국장의 공연비 유용 등 충남국악단의 재정비리에 대해 관행이라며 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 서상일

이밖에 충남국악단은 외부 출장공연과 관련하여 한 번 지급된 여행경비를 중복해서 청구하여 부여군으로부터 여비를 이중으로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부여군 감사계에 따르면 이중으로 부당 지급되어 회수된 금액만 370여 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여군 기획감사실 감사계 노승복씨는 "국악단 내부 제보에 의해 감사를 실시한 결과 국악단 사무국 직원이 여행경비를 중복 청구한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사무국 직원 조아무개씨로부터 부당하게 지급된 370여 만원을 회수하여 지난 2월 10일 재무과 잡비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부여군에 따르면 무용부, 소리부, 풍물부, 기악부 등 4개 분야 20여 명의 단원과 사무국 직원 2명(현재 1명)으로 구성된 충남국악단의 2004년 예산은 7억 2000여 만원이다. 이 가운데 사무국과 국악단원 등 23명의 인건비 4억여 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여행경비, 물품 구입비 등 운영비로 소요되는 예산이다.

평균 월급여 150만원에도 못미치는 단원들의 인건비에 비해 운영비가 지나치게 많이 책정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충남국악단이 국가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관리감독기관인 부여군은 그다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과다한 예산 책정에 대한 비판여론에 대해서도 부여군 관계자는 국악단의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충남도청에 예산증액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부여군청 문화관광과 예술계 남민현씨는 "충남국악단은 지난 94년 창단 이후 단원 수가 부족하여 지금까지 제대로 된 공연을 하지 못했다"고 강조하고 "예산을 늘려서라도 국악단의 정원을 앞으로 30명 선으로 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례의 강제규정에도 불구하고 국악단의 공연수입금이 군 예산으로 들어오지 않은 것과 관련 "초청단체와 출연료나 공연비를 받기로 정식으로 계약을 하고 공연을 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면서 "그래서 지난 10년 동안 국악단의 공연수입금은 한 푼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악단의 공연수입금이 유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외부 공연에서 받게 되는 사례금은 공연비가 아닌 격려금으로 단원들의 회식 등에 쓰여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를 군의 일반회계에 편입하게 할 수는 없으며, 설사 사무국장이 임의로 회식 등의 용도로 사용했다고 해도 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오 전 국장을 적극 옹호했다.

이에 대해 2001년 이후 해마다 짚풀문화제에 충남국악단을 초청했던 아산시 예술문화계의 강범순씨는 "초청의 대가로 국악단에 지불한 330만원은 공연비"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한산모시축제를 담당하고 있는 서천군청 문화관광과 조대현씨도 "금액(220만원)이 다소 적긴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공연비로 지불한 것"이라며 부여군의 해명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오 전 사무국장의 재직 중 주간대학 편입과 관련 부여군은 "공무원에게 주어지는 연가 23일과 조퇴, 외출 등을 활용하면 주간대학을 다닐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이미 직장을 그만 둔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국악단 단장을 겸하고 있는 백낙구 부군수와 문화관광과 남민현씨는 국악단에 대한 여비 중복 지급에 대해 "담당자가 바뀌어서 잘 모른다. 내부 감사 결과 고의성이 없는 단순한 행정착오로 밝혀졌다"며 "문화관광과에서 필터링을 제대로 안하고 경리계에 지급신청을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충남국악단 단장인 부여군청 백낙구 부군수는 "부임한 지 1년밖에 안돼 국악단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다.

한편 충남국악단의 비리사실을 처음으로 폭로한 이혜경씨와 오아무개 전 충남국악단 사무국장은 현재 부여경찰서에 횡령혐의와 명예훼손 혐의로 서로 맞고소를 해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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