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되고 싶다고? 그럼 이걸 봐

언니경제연구회의 <부자엄마 부자딸>

등록 2004.02.21 23:52수정 2004.02.22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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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여성을 위한 21세기 부자클럽 보고서 <부자엄마 부자딸>

여성을 위한 21세기 부자클럽 보고서 <부자엄마 부자딸> ⓒ 송민성

'부~자되세요'라는 문구가 신년인사가 되고 수십억의 당첨금이 곧 '인생대박'을 의미한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류의 부자되기 지침서들이 넘쳐나고, 아내와 고급음식점에서 저녁을 즐기며 선물까지 준비하는 부자남편의 이미지들은 (실제로는 그리 흔치않은데도 이상하게) 지겨울 정도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언니경제연구회의 <부자엄마 부자딸(이유책·2004)>은 꽤 전복적인 책이다. 부자아빠가 아닌 부자엄마, 부자남편을 둔 복 많은 아내가 아닌 부자딸(모든 여성이 반드시 아내가 되어야할 필요는 없으므로) 되기를 꿈꾸는 참신함, 재력만을 부자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 합리성 덕분이다.

'여성을 위한 21세기 부자클럽 보고서 혹은 계획서'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이 만난 열 여섯명의 여성들은 직장과 이력도 제 각각이고, 연봉도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이 부자라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넉넉한 삶을 꾸려가고 있다.

20년 경력의 베테랑 개그맨 김미화는 데뷔 후 3년 동안 제대로 된 배역 하나 맡지 못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짜내고 사람들을 관찰하며 캐릭터를 생각했다.

그 캐릭터들은 그간의 고민과 공들여 찾아낸 재미난 소품들로 김미화의 분신이 되었다. 그렇게 그는 성공했고 '부자'가 되었다. 부자란 돈과 재능을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그것들을 다른 이들과 나누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그래서 딸들에게도 재산을 물려주지 않을 작정이다. 자기의 두 다리로 서는 가치관이 돈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여성들은 어떠한가? 세계IBM마술협회 정회원이자 지난 월드컵 때 마술쇼를 펼쳤던 마술사 오은영은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줄 수 있는 것을 행복과 부자의 조건으로 꼽는다.


축구심판 최수진은 잦은 부상과 병치레로 축구선수로서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심판이 되어 경기장을 활보한다. 환호하고 격려해주는 이는 많지 않지만 공을 향해 숨가쁘게 달려가는 그 순간 그는 정말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열정과 노력 외에 그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성공의 조건이 또 하나 있다. 가장 가까이에서 자신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는 조력자, 바로 어머니이다.


세일즈 트레이더라는 황무지를 개척한 김재희는 일류대학, 일류기업만을 목표로 살아가는 붕어빵같은 삶을 비판하면서, "너무 일찍 무언가를 결정하려 들지 말라"고 조언해준 어머니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언니경제연구회란?

<부자엄마 부자딸>의 저자인 언니경제연구회는 '경제적 자립없이 정신적 자립없다'는 기치 아래 여성친화적 경제모델을 연구하는 모임이다. 지구촌 시대를 '살림'하는 '보이는 손'이 되기 위한 공생의 지혜를 고민하는 환경친화집단이자 부드러운 혁명의 씨앗을 파종하고자 하는 희망의 연대이다.

언니경제연구회가 이 책에서 제시하는 부자되기의 비법은 다음과 같다.

·요조숙녀나 현모양처 따위 가부장적 여성상에서 탈피하기
·최소한 10년 동안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부자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만들어가기
여행사 <신발끈> 대표 어성애는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질을 물려준 어머니가 있었기에 세계 곳곳을 마음놓고 누빌 수 있었다. 당당하고 똑똑한 어머니 덕분에 '남편하고 공동명의로 된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한 한겨레신문 기자 김소희는 지금도 해외여행을 당당히 요구하는 어머니에게 여행경비를 드리며 행복해 한다.

이처럼 <부자엄마 부자딸>은 진취적이고, 능력있는 여성들이 어떻게 '자기만의 돈'을 가지게 되었는가에 대한 한편의 보고서이다. 또한 꿈꾸기를 두려워하는 딸들을 위한 '희망백서'이자 멋진 딸을 키우고자 하는 어머니들을 위한 조언이기도 하다. 특히 인터뷰 말미에 실린 해당 직업 정보들은 꽤 요긴한 자료들이다.

저자인 언니경제연구회는 이 책이 "세상의 딸들에게 주는 희망의 단서"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 희망의 단서를 행복한 미래로 실현시키는 것은 독자들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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