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행복을 비는 '복수초'

내게로 다가온 꽃들(23)

등록 2004.02.22 17:54수정 2004.02.24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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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복수초-2004년 2월 10일
세복수초-2004년 2월 10일김민수
복수초(福壽草)는 말뜻 그대로 복을 기원하는 꽃입니다. 그 이름도 다양해서 원단화, 설련화, 얼음새꽃이라고 하는데 그 이름을 잘 살펴보면 그 이름이 붙은 내력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새해 인사를 할 때 복수초 화분을 선물로 많이 사용한답니다. 그래서 새해의 의미를 담고 있는 이름이 원단화이고, 설련화나 얼음새꽃이라는 이름은 눈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설명드리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 꽃을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지난 봄 한라산 중산간도로변에 노랑꽃들이 만발했는데 이름은 모르겠고 답답했는데 누군가 '복수초'라고 하는 것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무서운 이름'이라고 생각했고, 어느 한 맺힌 여인의 한을 품고 복수하기 위해 피어난 꽃이라 이리도 예쁘고, 예쁘니 독초가 아닌가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상은 여지없이 깨어져 버렸죠.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한문으로 그 이름을 보니 꽃 이름의 뜻을 알게 되었고, 그 외에 다른 이름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 꽃마다(없는 경우도 있지만) 꽃말도 있고, 전설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부터 꽃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김민수
그런데 꽃의 세계로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복잡하고 어려워 전문가의 영역에 맡겨 두어야 할 부분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냥 꽃이라고만 부르다가 이름을 불러주기 시작하니 이젠 각기 또 다른 이름이 있는 것입니다.

이번에 소개해 올리는 것도 '복수초'라고 했지만 '세복수초'라고 해야 정확한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개복수초'도 있고, '가지복수초'도 있습니다. 그래서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그 이름을 알아 가는 것도 재미있고, 한번 두 번 만나면서 또 다른 모습으로 이전보다 더 예쁘게 사진으로 담을 수도 있으니 점점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아마추어리즘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가급적이면 일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꽃들을 소재로 하되 가급적이면 원예종은 피하고, 카메라도(실은 경제력 때문이지만) 보급형 카메라를 벗어나지 말자는 원칙을 세워 현재까지는 잘 지키고 있습니다.

그래야 특별한 사람들만이 꽃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 아니요, 동시에 우리의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더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2004년 2월 15일-곤충은 '호리꽃등에'라고 합니다.
2004년 2월 15일-곤충은 '호리꽃등에'라고 합니다.김민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다른 곳과는 달랐습니다.
사계의 변화가 달라서 봄과 여름이 빠르고 가을을 늦게 옵니다. 그리고 겨울도 없는 듯하면서도 육지보다 지리하게 가고, 그러면서도 일년 열 두 달 내내 꽃을 피워내고 있었습니다. 아직도 한라산에는 백설이 가득한데 세상에 이 계절에 만개한 복수초를 보는 것도 모자라 호리꽃등에까지 만나니 어쩌면 별세상이죠.

이런 별세상에서 만나는 감동적인 순간들을 혼자만 갖고 있다는 것이 죄스럽기도 해서 하나 둘 소개를 하다 이제는 꽃이 없으면 못살 것 같은 야생화마니아가 되었습니다


김민수
복수초(Adonis amurensis Regal et Radde)의 꽃말은 '영원한 행복'입니다. 이유미 님의 <한국의 야생화>라는 책에는 복수초와 관련된 전설이 소개되어있습니다.

북해도의 원주민 아이누족은 복수초를 크론이라고 한다. 옛날 그곳에 아름다운 여신 크론이 살았다. 아버지가 땅의 용신(토룡-편집자 주)에게 시집을 보내려하자 크론은 사랑하는 이와 야음을 틈타 도망을 갔고, 화가 난 크론의 아버지는 끝까지 찾아내어 크론을 꽃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 꽃이 바로 영원한 행복을 찾아가다 꽃이 되어 버린 크론, 곧 복수초이다.

그리스신화에 미소년 아도니스가 나온다. 아도니스가 산짐승에게 물려 죽어가면서 흘린 피가 진홍빛 복수초를 피워냈다고 한다…<중략>…복수초 또한 지하에서 살다가 봄이 시작되자 마자 사랑의 이야기를 전하려고 지상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복수초는 피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유미의 한국의 야생화 P.113중에서


김민수
복수초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니 'the adonis (plant)'로 소개되어있습니다. 'adonis'라는 이름이 낯익어 다시 찾아보니 '<그리스신화>아도니스(여신 Aphrodite와 Venus의 사랑을 받았으나, 멧돼지의 어금니에 찔려 죽은 미소년)'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김민수
영원한 행복을 비는 복수초에 대해서 이렇게 저렇게 알게 되니 얼마나 신기한지 몰랐습니다. 이름 하나 그냥 붙여진 것이 없고, 꽃마다 풀마다 이름이 다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렇게 꽃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게 만든 꽃이 바로 이 복수초이고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남녘땅 제주에서만 봄이 시작된 것이 아닐 것입니다.
봄이 시작되는 온누리에 계절의 봄과 더불어 역사의 봄도 함께 찾아오길 소망해 봅니다. 그리고 바르게 살려고, 진실되게 살려고 하는 모든 이들의 삶에도 따스한 봄이 가득해서 '영원한 행복'이 가득한 삶이 펼쳐지길 소망합니다.

덧붙이는 글 | 그림을 그려 주시는 이선희 선생님과 만나 100회를 어떻게 채워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가끔씩은 그림 없이 시기에 맞는 꽃들도 소개 가면서 진행해 가기로 했습니다. 수익금은 100회가 끝나는 시점에서 공개적으로 불우어린이들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기사까지의 기금] 440,000원

덧붙이는 글 그림을 그려 주시는 이선희 선생님과 만나 100회를 어떻게 채워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가끔씩은 그림 없이 시기에 맞는 꽃들도 소개 가면서 진행해 가기로 했습니다. 수익금은 100회가 끝나는 시점에서 공개적으로 불우어린이들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기사까지의 기금] 44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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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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