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열작 '공산'
부산 시립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풍경 산수 풍경'전은 그런 면에서 그림을 보는 사람들을 잠시 혼란케 한다. 제목처럼, 처음 그림을 접하는 사람에겐 "풍경? 산수? 풍경?" 하는 끊임없는 물음을 던지게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림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풍경이나 산수 딱히 어느 한가지 시점으로 바라볼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렇다고 두 시점을 대강 얼버무려 볼 것도 아니다. 그것은 산수의 풍경화적인 해석, 혹은 풍경을 산수화적으로 그려냈다고 보는 것이 좋을 듯싶다.
단순히 산수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전통적인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시각으로 우리의 전통 산수를 새로이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먹이라는 도구와 산수라는 소재는 분명 우리가 알고 있는 산수화의 기본 요소를 갖추었으나 그것만으로 산수화임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기존의 산수와는 다른 구도라든지 색, 그리고 동양적 이미지는 많이 절제되어 있다.
반면, 소위 '풍경화'라고 하는 서양적인 시선 또한 그림 여기저기에 강한 흔적을 드러내놓고 있다. 마치 유화로 그려내던 풍경화를 유화 물감 대신 먹을 이용해 그린 것 같은 인상을 강하게 보여주는 듯도 하다. 이렇듯 어느 한쪽 시선으로는 명쾌하게 정의될 수 없는 이 그림들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