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축산인 노력으로 '닭·오리 날다'

소비행사 다양·정부지원 확대 등 관련업계 '웃음'

등록 2004.02.23 15:04수정 2004.02.2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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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 여파로 울상을 짓던 닭·오리가 오랜만에 힘차게 날아올랐다. 비록 튀김 닭 업주들의 자살 소식이 이어진 뒤라서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남지만 소비 분위기가 올라가고 있어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얼굴에 오랜만에 웃음꽃이 폈다.

민관 합심으로 양계농가·관련업체 살리기

문화관광부도 닭소비에 동참했다.
문화관광부도 닭소비에 동참했다.문화관광부
정부는 닭·오리 소비촉진을 위해 정부중앙청사 구내식당에 닭도리탕과 삼계탕 등 닭고기메뉴를 추가하는 한편 이달 넷째주부터는 중앙청사는 물론 과천·대전청사 구내식당에서도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 닭·오리고기를 지속해서 제공키로 했다.

문화관광부는 매주 하루(월요일) 이상을 '닭고기 먹는 날'로 정하고 구내 직원식당에서 닭고기 음식을 제공한다. 또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중앙극장 등 소속기관도 주 1회 이상 동참을 유도했다.

중소기업청은 닭·오리고기 판매 프랜차이즈 업체 등 서민층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연예인, 스포츠 스타, 유관단체 임직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닭·오리고기 시식행사를 갖고 익힌 닭·오리고기의 안전성을 알렸다.

중기청은 이번 시식행사 외에 조류독감으로 최근 두 달 사이에 5300여억원의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추산되는 4만여 소상공인에 대한 자금지원 등 다각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했다. 농림부 역시 사육농가 및 계열화업체에 500억원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연리 3%에 2년거치 일시상환으로 융자 지원키로 했다.

산림청은 지난 16일 한 아파트 단지에서 주민 대상으로 '닭고기 나눠주기' 행사와 17일에는 전 직원이 닭고기 시식회를 열었다. 이와 함께 앞으로 개최되는 워크숍, 세미나 등 각종 행사 때 닭·오리고기를 메뉴로 선정해 소비를 촉진하기로 했다.


이밖에 검찰, 경찰 등 정부 대부분 부처 및 산하기관이 매주 수요일을 닭고기 먹는 날로 정해 소비를 활성화하고 있다.

민간 기업들의 소비 촉진행사도 닭·오리의 '날개짓'을 도왔다. 삼성전자는 매주 목요일 구내식당 점심 메뉴를 삼계탕을 비롯한 닭 관련 요리로 정하고 연간 42만 마리 소비를 계획하고 있다.


하루 평균 4만명이 식사를 하는 현대중공업도 닭과 오리고기 요리를 주 1회 이상 사내 식당 메뉴로 내놓기로 했다. 미포조선과 삼호중공업 등 계열사까지 합치면 58개 식당에서 5만2000여명이 연간 84만 마리의 닭을 소비한다는 계획이다.

민간기업도 정부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수요일을 닭 요리 먹는 날로 정하고 양계농가 회생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직원들이 점심으로 닭고기를 먹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직원들이 점심으로 닭고기를 먹고 있다.신한은행 제공

"언론이 닭·오리 두 번 죽이다"

한편 국내에 조류독감 소식이 처음 들려 온 지난해 말, 언론은 발생 사실만 자극적으로 보도함으로써 국민들을 불안으로 몰면서 동시에 닭·오리 등 가금류 소비를 위축시켰다.

동물의약품 제조업체 에스에프의 신정재 대표는 양계협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양계> 최근호 칼럼에서 "요즈음 양계인들의 고민은 고병원성 가금인플루엔자의 발생에서 오는 직접적인 손해보다도 이로 인한 계란과 닭고기 가격의 하락에 있다. 언제 그렇게 양계에 관심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온통 신문 방송이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바람에 축산 전문지를 보는 느낌"이라며 언론에 불만을 토했다.

신 대표는 "일반인에게 뉴스를 전해 줌으로써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 중의 하나라면 양계질병의 과잉 보도는 지면의 낭비일 뿐이다. 오히려 닭고기 나아가서 국내 축산물을 질병의 덩어리로 오염시켜 혐오감만 증폭시키는 악선전 역할만 할 뿐"이라며 "시청률을 우선으로 하는 보도보다는 정확한 정보의 전달로서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주는 언론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우리 언론은 발병 시점에 사실 보도에만 치우친 나머지 예방과 안전에 대해서는 무지에 가까운 행태를 보였다. 뒤늦게 고온에서 익혀먹으면 안전하다는 내용을 떠들었지만 소비자의 위축된 심리를 되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 축산농가의 어려움을 알리려다가 외려 죽이는 우를 범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3위의 닭가공업체 체리부로가 2월 부도가 났고 튀김 닭 업주들이 불황으로 고귀한 목숨을 스스로 끊는 사건이 발생,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양계업계의 상황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돌파구를 연 것은 양계 농민과 소매업체. 이들은 1억원에서 많게는 20억원의 억대 보험금을 내거는 등 안전함을 강조하면서 소비 촉진에 나섰다. 결과는 성공적으로 소비자들의 닭 소비가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정부와 각종 단체, 기업들이 앞다퉈 안전성 홍보와 소비촉진을 위한 시식회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개최해 소비량을 정상궤도로 진입시켰다. 언론이 죽인 닭·오리를 민관의 노력으로 다시 살린 것이다.

아래는 <월간양계> 2월호에 실린 신정재 대표 칼럼 전문이다.

"보도에 대한 불만"
<월간양계> 2월호 신정재 칼럼

요즈음 양계인들의 고민은 고병원성 가금인플루엔자의 발생에서 오는 직접적인 손해보다도 이로 인한 계란과 닭고기 가격의 하락에 있다. 언제 그렇게 양계에 관심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온통 신문 방송이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바람에 축산 전문지를 보는 느낌이다.

신문에서 떠드는 "조류독감"(Avian lnfluenza)은 이제 닭의 질병의 대명사가 되었고 돼지의 콜레라 구제역, 소의 광우병과 함께 일반 소비자들도 널리 알게 되었다. 언론의 관심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우리에게 익숙해 있고, 또 상재화 되어 있는 뉴캣슬병 까지도 큰 병이 발생되었다고 중계 방송하듯 보도를 하는 열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다가는 "만성호흡기병이 경상도에서 발생되었고 가금티프스가 전라도에서 발생되었다. 또 경기도의 한 부화장에서 추백리가 보고되었고 충청도에서 콕시디움증이 발생되었다"고 중계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보도를 해 주는 것은 무척이나 고맙지만 이것이 양계인이 아닌 일반 소비자에게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또는 뉴스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일반인에게 뉴스를 전해 줌으로써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중의 하나라면 양계질병의 과잉 보도는 지면의 낭비일 뿐이다. 오히려 닭고기 나아가서 국내 축산물을 질병의 덩어리로 "오염시켜" 혐오감만 증폭시키는 악선전 역할만 할 뿐이다.

물론 힘없는 농민, 축산인, 양계인의 어려움을 부각시키는 것은 좋은 일이나 오히려 도와주려는 것이 해를 끼치는 우를 범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수백 수천마리가 죽어 바닥에 쌓여있는 계사 안에서 마이크를 들고 현장소개를 하는 어느 방송의 리포터의 보도를 보면서 일반인들은 양계인의 어려움은 모르고 저렇게 닭이 죽는 병이 나에게 전염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만 유발시키는 것이 사실이다.

하기야 언론이 피해자의 입장에서만 보도 할 수 없고 이해 당사자중 어느 한편의 이익을 대변할 수도 없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다만 사실보도라 하더라도 당사자 또는 해당업계의 선의의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한다.

가금 인플루엔자가 발생한지 1개월이 지난 지금에 오리가 100만 마리 닭도 100만 마리가 도살 처분되었다. 4~50만 마리의 종계를 감축시킬 것이고 500만 마리의 육계를 수매하였다. 사후 대책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대응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직접적인 피해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있다. 육계 kg당 출하 가격이 500∼600원(1월 26일)까지 떨어지는 손해는 무엇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가! 그 책임은 일차적으로 양계인에게 있지만 그것은 발생하기까지의 일이다. 발생 후에 일어난 과잉 보도와 보도내용의 선전성에 있다.

우리는 언론과 싸울 생각도 힘도 없다. 다만 이번 가금 인플루엔자의 보도가 양계인은 물론이고 일반 소비자에게 도움과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걱정과 손해를 주게 했다는 사실이다.

부정이나 부패한 정치에 대하여 보도하는 것은 다다익선으로 모든 국민 국가적으로 도움이 되지만 질병이 발생한 것은 부정이나 부패가 아니라 생길 수 있는 필요악 일 뿐이다.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의 예를 보자, 그들은 역학적으로 캐나다에서 유입되었음을 증명하였고, 또 미국의 언론들은 광우병의 발생 사실을 보도했고 일정 부위를 뺀 살코기는 안전하다는 것을 강조하였고, 또 일반 소비자는 쇠고기의 소비를 줄이지 않았다.

미국에 있는 한 친구가 위안 전화를 해주었다. "여기서(미국)는 광우병이 발생했는지조차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위성으로 한국 TV를 보니까 온통 야단이더구나? 너 장사에 지장이 많겠구나."

시체말로 본토에서는 조용한데 여기서 난리를 친다. 다른 사건은 모르되 이번 가금 인플루엔자에 대한 보도태도와 내용은 생산자 소비자 모든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손해를 준 것이다. 그것은 바로 국가적으로 손해를 끼친 것이다.

언론기관에 종사하는 사람이 국가관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시청률을 우선으로 하는 보도보다는 정확한 정보의 전달로서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주는 언론이어야 한다. 양계업계의 피해를 준 언론이 야속하기만 하다. 일부러 그랬을리는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같이 힘이 있다면 손해 배상 소송을 하고 싶은 것이 허탈한 양계인의 심정이란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신정재(에스에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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