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과다 징수' 등록금 돌려준다

학점당 등록금제 실시에 따른 손해액 20억 학생들 손으로

등록 2004.02.25 19:05수정 2004.02.25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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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국공립대학 등에서 실시되고 있는 학점당 등록금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한 사립대학교가 부당하게 과다 징수한 등록금을 학생들에게 되돌려주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a 25일 오후 교내 동인관에서 한 학생이 등록금반환추진위원회의 확인절차를 받고 있다

25일 오후 교내 동인관에서 한 학생이 등록금반환추진위원회의 확인절차를 받고 있다 ⓒ 서상일

동덕여대가 약대를 제외한 모든 학부를 대상으로 지난 2001년부터 도입한 학점당 등록금제도를 실시하면서 과다하게 징수된 등록금 40억원 가운데 20억원을 학생들에게 되돌려주기로 하고 오늘(25일)부터 반환절차에 들어간 것.

동덕여대 일반학생 자생단체 '잔다르크동덕'은 25일 "조원영 전 총장의 등록금 정책이었던 학점당 등록금제 실시에 따른 부당 징수 등록금에 대해 지난 7개월 동안 조사하여 과다 징수분 40억원에 대해 대학측에 반환을 요구했다"면서 "이 가운데 20억원을 되돌려 받기로 대학측과 지난 23일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박수란(영어과 3) 등록금반환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일은 등록금 인상률에 따른 보상이 아닌 학점당 등록금제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과다 징수된 학생 피해분에 대한 보상이라는 점에서 특이한 사례"라면서 "피해 학생 7000여명의 계좌 확인 작업과 반환금액 확인 절차를 거친 다음 일괄적으로 반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수란 위원장은 "등록금 반환 청구와 관련하여 대학측에서도 학생들의 피해액을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하고 "이는 지난 1년간의 학내 민주화투쟁으로 나타난 성과이며, 동시에 부당하게 징수된 등록금 반환을 통해 과거를 깨끗이 청산해야 한다는 학내 구성원들간의 합의가 도출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방수진(스포츠학과 4) 잔다르크동덕 대표도 "이번 일은 다른 대학에서 거의 실시하지 않는 학점당 등록금제가 어떻게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학교측이 학생들의 피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정책의 잘못에 따른 등록금 과다 징수에 대해 반환을 해주기로 한 것은 동덕민주화 투쟁의 큰 성과"라고 말했다.

신동하 교수협의회 회장은 "학생들의 요구에 대해 대학측이 합의하고 등록금 과다 징수에 대해 반환결정을 내린 것 같다"면서 "논의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아 진행상황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대학측이 학생들의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동덕민주화 흐름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a 25일부터 진행하기로 한 과다 징수 등록금 반환절차는 학교 전산실의 오류로 26일부터 본격 진행될 예정이다. 단과대 학생회장들이 25일 오후 4시 비상회의를 하고 있다

25일부터 진행하기로 한 과다 징수 등록금 반환절차는 학교 전산실의 오류로 26일부터 본격 진행될 예정이다. 단과대 학생회장들이 25일 오후 4시 비상회의를 하고 있다 ⓒ 서상일

학생들이 되돌려받는 20억원은 학점당 등록금제 실시 기간 동안 납입된 등록금 총액의 4%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등록금반환추진위원회는 이 가운데 10억원을 동문회관 신축 기금으로 기부하고, 기금화에 따라 발생하는 이자분은 매 학기마다 재학생 장학금으로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대상 학생들은 학점당 등록금제 실시기간인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납입했던 등록금 총액의 2%를 되돌려 받게 된다. 등록금반환추진위원회에 따르면 25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피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내 숭인관 2층에서 확인절차를 마친 다음 과다 징수분에 대해 개인통장으로 현금 입금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대학당국은 "운영상의 문제로 초과 수익이 발생했던 게 사실"이라며 "학생들과 합의한대로 초과 징수분에 대해서는 되돌려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학 관계자는 "학점당 등록금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일부 잘못된 부분이 있었고, 초과 수익이 발생하면서 학생들이 손해 본 부분이 있었다"면서 "학점당 등록금제도 자체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다만 운영하는 과정에서 학생들과 소통하는 절차 없이 강압적으로 실행한 데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주 탐라대학이 처음으로 학점당 등록금제를 부분적으로 실행한 이후 이를 전체적으로 실행한 것은 동덕여대가 처음이었다"면서 "등록금을 일괄적으로 똑같이 내는 것이 아니라 수강 과목에 따라 합리적인 등록금을 내게 하자는 것이 애초의 취지였는데 과거 학교 운영자들이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강압적인 방식으로 추진하면서 학생들 사이에 불신이 팽배해진 것 같다"며 제도 폐지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a 대학당국은 학점당 등록금제 실시로 손해 본 학생들에 대해서는 확인절차를 거친 다음 반환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대학당국은 학점당 등록금제 실시로 손해 본 학생들에 대해서는 확인절차를 거친 다음 반환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 서상일

한편 등록금반환추진위원회는 "현 동문회 지도부는 지난 1년 가까이 학내 사태를 방관하고, 후배들의 자치권을 탄압하며 동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등록금 반환절차 과정에서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과거 청산 차원에서 현 동문회 지도부의 퇴진과 새로운 민주동문회 구성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할 것"이라며 현 동문회 집행부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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