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은 23일자 무기명기사로 ‘김동민 교수의 주목받는 SBS찬가’를 게재했다. <오마이뉴스> 21일자에 필자가 쓴 글 ‘언론노조의 SBS 평가 비판 부적절하다’를 받은 것이다.
필자 글을 ‘SBS 찬가’라고 규정한 것은 조선닷컴의 악의적 오독이다. 그보다 더 악질적인 것은 색깔론을 동원하여 독자들의 '마녀사냥'을 유도한 점이다. 문제의 조선닷컴 기사 마지막 부분이다.
“김 교수는 지난 2002년 ‘북한이 94년 제네바합의 이후에도 70차례 핵 고폭실험을 했다’는 조선일보의 단독취재 기사에 대해 ‘취재원이 불분명한 조선의 신(新) 북풍기사’라고 매도했었다. 그는 최근 이 기사가 국방부에 의해 특종으로 확인된 뒤에도 ‘아무리 특종이라도 나쁜 보도임에 틀림없다’고 주장했었다.”
<조선닷컴> 2월 23일자 <김동민 교수의 주목받는 'SBS찬가'> 바로가기
본 기사와는 전혀 관계없는 사안을 봉창 두드리듯이 동원한 것이다. 이로 인해 독자의 100자평이 거의 모두 이 사안을 들먹이며 필자를 비방하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조선의 특종 운운은 진실을 은폐하고 거두절미하며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이다. 전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조선일보>는 2002년 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둔 12월 18일 ‘94년 제네바합의 이후에도 북, 70차례 핵 고폭실험’이란 제목의 기사를 1면 톱으로 올렸다. 당시 선거보도 감시운동을 하던 미디어국민연대 신문모니터팀은 이 기사를 ‘오늘의 나쁜 기사’로 선정하였다. 그 모니터 내용을 19일 ‘취재원 불분명한 조선의 신북풍기사’라는 제목으로 미디어국민연대 집행위원장이던 내 이름으로 기사화한 것이다.
이후 조선은 2003년 7월 10일자로 고영구 국정원장의 국회 발언을 근거로 삼아 ‘北, 5년간 70여 차례 핵 고폭실험, DJ 정부 출범 초 알고도 햇볕정책’을 역시 1면 톱으로 다뤘다. “김대중 정부가 출범 초부터 북한이 고폭실험을 통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햇볕정책”을 추진했다며 비난한 것이다.
고 원장은 관련 보도에 대해 “내가 얘기하지도 않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위원이 왜 얘기하느냐”며 국회에 항의했다고 한다. 비공개회의에서 나온 얘기를 누군가가 왜곡하거나 과장해서 기자들에게 흘렸다는 얘기다. 조선은 이 부분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
고폭 실험을 핵무기 개발로 규정한 것은 무식한 탓이거나 독자를 속이기 위한 악의적 거짓말이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용어가 주는 이미지와는 다르다. 그렇다면 고폭실험과 햇볕정책과는 관계가 없다. 더구나 고폭실험은 제네바합의의 규제대상도 아니다.
이게 왜 그리 문제가 되어야 하는가? 특종? 미국정부도 알고 있고, 한국정부도 알고 있으면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해 묵은 사실이 어째서 특종이 되는가? 이에 대한 당시 <중앙일보> 기사를 보자.
“국정원측이 이날 북한이 1997년 이후부터 지난 해 9월까지 평북 구성시 용덕동에서 70여 차례에 걸쳐 고폭실험을 했다고 밝힌 것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중앙일보> 2003년 7월 11일자 3면, '高 국정원장 답변 의미 - 북핵 재처리 美판단 수용')
필자는 이 점에 대해 7월 12일자 <오마이뉴스> 등에 ‘조선의 고폭실험 특종의 비밀’ 기사를 통해 해명한 바 있다. 여기서 조선의 대선 전날 1면 톱기사에 대해 아무리 특종이었다 해도 '나쁜 보도'라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나는 이 글에서 이미 역으로 조선에 다음과 같이 해명을 요구하였다.
70여 차례 고폭 실험 사실을 언제 확인했는가? 하필 선거 전날 보도한 게 우연이었는가? 스스로 밝힌 대로 98년 11월 23일에도 보도한 사안을 하필 선거 하루 전날 마치 엄청나게 새로운 비밀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과장한 게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아니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으면서, 조선은 진실을 보도했는데 마치 필자가 그 진실보도를 매도한 것처럼 호도하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것이다. 앞으로도 필자가 무슨 말을 하든 그것을 소개하면서 이 사안을 살짝 끼워 넣으면 필자는 '죽일 놈'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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