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93

어떤 놈이야? (1)

등록 2004.03.01 15:18수정 2004.03.0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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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옥이 제 머리를 쥐어뜯고 있을 즈음 화벽을 타고 쾌속질주한 끝에 장강 어귀에 다다른 무언공자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의 정상에서 도도하게 흐르는 물줄기를 면밀히 살피고 있었다.

절벽은 오랜 세월 침식을 당하여 요(凹)자 모양을 이루고 있었다. 그것은 하나의 바위로 되어 있는데 바위라고 하기엔 너무도 거대한 것이었다. 단 하나의 바위가 절벽 전체였던 것이다.


폭 오십여 장에 높이 삼십 장 정도 되는 그것은 무엇이든 휩쓸고 지나겠다는 듯 노호탕탕 흐르던 물줄기를 바꾸고 있었다.

제아무리 장강의 물줄기라 하지만 거대한 바위를 뚫고 지날 수 없기 때문이다. 절벽 아래에는 물줄기가 급격하게 방향을 트는 바람에 형성된 거센 소용돌이가 일어나고 있었다.

어찌나 센지 물보라가 일어 절벽 아래는 늘 자욱한 운무에 휩싸인 것처럼 보였다.

어부들은 이곳을 광탄협(狂灘峽)이라 불렀다.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며 소용돌이치는 물살이 너무도 거칠기 때문이었다.

이곳을 다른 말로 과부탄(寡婦灘)이라고 불렀는데 자욱한 운무에 속으로 접어들면 제아무리 노련한 어부라 할지라도 꼼짝없이 수장(水葬)당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과부탄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퇴수암(退水巖)이라는 거대한 바위가 있기 때문이다. 절벽을 이룬 바위의 이름이 그것이다.

한참동안이나 굽이치는 물결을 유심히 바라보던 무언공자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돌아섰다.


"이 녀석 덕택에 골치 아프던 문제 하나는 해결되었다. 본좌는 다음 단계를 앞당기고 싶은데 너희의 생각은?"
"무엇이든 공자의 뜻대로 하십시오."

"좋아, 그럼 그렇게 하지. 헌데 너희에게 맡겨진 임무는?"
"걱정 마십시오. 철통같은 보안 속에 안전하게 잘 있습니다."

형체도 보이지 않건만 분명 수십 인에 달하는 음성이 있었다. 그들은 고도의 은신술을 익힌 무언공자의 시위들일 것이다.

"좋아, 명이 떨어질 때까지 보안 유지에 유의하도록!"
"존명!"

"좋아, 이 녀석이 얼마나 빠른지 달려볼 것이니 정신 바짝 차리고 따라 오도록!"
"존명!"

"핫핫! 그렇다면 한번 달려볼까? 벽아야, 힘껏 달려라. 이럇!"

히힝! 히히히히히힝!
다그닥! 다그닥! 다닥! 두둑! 두두두두두두둑!

화벽은 힘차게 지면을 박차고 날듯이 질주하기 시작하였다. 방금 전까지 서 있었다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는 화벽은 과연 천리마 중의 천리마였다.

그런데 그의 족적에 의하여 만들어진 흙먼지 사이로 수십 개에 달하는 그림자들이 같은 속도로 질주하고 있었다.

대체 누가 있어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준마인 화벽과 버금갈 속도로 질주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한 둘이 아니라 수십 인에 달하고 그들의 속도는 한결 같았다.

이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뿌옇게 일어난 흙먼지 사이로 언뜻 언뜻 보이는 형상은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런 가운데 누군가의 음성이 있었다.

"우욱! 이놈은 정말이지 너무 빨라! 우욱! 숨도 못 쉬겠어."
"말시키지마. 너무 빨라서 정신 없으니까."

"시끄러! 떠들지들 말고 앞을 잘 봐. 잘못해서 나무하고 박치기하면 그대로 골로 가는 수도 있다구."
"이얏호! 이놈 정말 빠르다. 이야호!"

자세히 보니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질주하고 있는 수십 개의 인영은 한결같이 한 손을 앞으로 내밀고 있었고, 그들의 손에는 각기 한 가닥씩 천잠사(天蠶絲)가 쥐어져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늘지만 고래 힘줄보다도 질기다는 그것의 끝은 앞서 달리고 있는 화벽의 안장 묶여 있었다.

어떻게 해서 화벽과 같은 속도로 질주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인영들은 경신술을 써서 달리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내공의 힘으로 자신의 몸을 가볍게 하였을 뿐이다.

그것을 화벽 혼자서 몽땅 끌고 가는 중이었던 것이다. 하나나 둘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하겠다.

하지만 위에는 장대한 체격의 무언공자를 태웠고, 뒤에는 무려 오십이 넘은 인영이 붙어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질주하는 화벽은 과연 엄청난 능력을 지닌 준마 중의 준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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