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기자, 일제시대 문화유산을 찾아 나서다

허술하게 보존되는 일제시대 문화유산

등록 2004.03.01 20:57수정 2004.03.0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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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전 서울특별시립 청소년 인터넷 방송국 스스로넷 청소년기자단 엄소영(서울여고), 이연주(중국유학), 고은빈(백마고), 이윤석(인천 대건고) 기자는 3·1절을 맞이하여 일제시대 문화유산이 어떻게 보존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경교장, 병원 휴게실로 사용


역사적 장소임을 알려주는 유일한 표시
역사적 장소임을 알려주는 유일한 표시
기자들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서울유형문화재 제129호로 지정되어있는 경교장(京校莊)이었다. 서울 중구 평동에 위치한 경교장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석이던 백범 김구 선생이 1949년 6월 26일 당시 육군 소위 안두희에게서 암살당할 때까지 집무실과 숙소로 사용하던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담겨있는 장소다.

백범 김구 선생이 서거한 곳(좌) 집무실 입구의 모습(우)
백범 김구 선생이 서거한 곳(좌) 집무실 입구의 모습(우)
하지만 이런 역사적 장소가 어이없게도 지금은 강북삼성병원의 직원 휴게실로 이용되고 있다. 홍보실의 김성령씨는 삼성이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1969년 당시 삼성이 경교장을 인수할 때에는 김구 선생이 공산주의자로 몰려서 경교장을 허무느냐 마느냐가 논의 대상이었다”며 “현재 삼성이 백범기념사업회와 함께 기념실로 꾸며서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운수좋은 날>의 빙허 현진건 고택 이미 허물어져

잔해만 남은 빙허 현진건 고택
잔해만 남은 빙허 현진건 고택
경교장에 이어서 기자들이 찾아간 곳은 청소년들에게 <운수좋은 날>(1924)이라는 소설로 유명한 빙헌 현진건의 고택이었다. 그러나 현진건 고택은 오간 데 없고 남은 것은 이미 허물어진 집의 잔해뿐이었다.

현진건이 일장기 말소 사건으로 감옥에 있다가 출소한 뒤 여생을 보냈던 집이기에 보존할 가치가 있던 장소였다. 하지만 이 집은 서울시에서 보호를 하기 위해서 문화재청에 문화재 지정을 신청했지만 관련 제도가 없어 지난해 11월 14일 집 주인에 의해서 헐렸다.

안내를 맡은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문화재가 있는 지역에 살고있는 사람들에게 세금감면 혜택을 비롯하여 다양한 지원을 해 자부심을 느끼게 해야 한다. 또 50년 이상된 건물은 철거할 때 허가제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친일 문인의 집 최고급 한옥…빙허 현진건 고택과 대조

대표적 친일 문인 이광수의 저택
대표적 친일 문인 이광수의 저택
셋째로 찾아간 곳은 한 때 독립운동가이었지만 나중에 친일 문인으로 변신한 이광수의 자택이었다. 서울 홍지동 상명대 인근에 위치한 그의 집은 대지 150평에 정원과 함께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비록 허물고 처음 모습 그대로 다시 지었다고 하지만 잘 보존이 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동행한 엄소영(19) 기자는 “친일 문인의 집은 왜 이렇게 보존이 잘 되어 있는 것인가”하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덧붙이는 글 | 스스로넷 청소년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스스로넷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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