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바람꽃과 나무수국김민수
이미 자신의 할 일을 마친 빛 바랜 나무수국의 헛꽃과 이제 막 새 살을 내놓듯 청아한 변산바람꽃의 조화는 처음과 마지막, 온 길과 갈 길을 보여주는 것만 같습니다.
자연. 오는 모습도 가는 모습도 추하지 않습니다. 온 곳이 있으니 돌아가는 것도 한 여행길이니 오고 가는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가장 화려한 순간만 처절하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다 지고 난 후에도 처절하리만큼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오는 꽃, 가는 꽃 모두가 아름답기만 합니다.
세복수초와 새끼노루귀를 만나고 너무 기뻐서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더니 그게 뭐 대수냐고 합니다. 세상이 얼마나 바쁘고 치열한데 한가하게 그 작은 들꽃에 빠져서 신선놀음을 할 시간이 어디 있냐고 합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왜 그렇게 달려가야만 하는가? 작은 들꽃에 눈길을 주는 이런 것은 삶의 일부가 아닌 신선놀음이라고 지탄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
우리의 모든 인생의 시간들 자체가 '삶'인데 그 삶을 우리는 언제나 미래 지향으로 살아가도록 교육을 받아왔습니다. 그래서 '현재'에 자족하고 행복해 하는 삶은 마치 죄를 짓는 것처럼 생각하도록 되어버린 것만 같습니다. 늘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희생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인 것처럼 믿고 살아가도록 세뇌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루 하루 아름답게 살아가고 행복하게 살아가다 보면 그것이 모이고 모여 지난날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고, 그 날들이 쌓이고 쌓여 우리의 앞날도 행복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