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닮연대 간사 나김영정씨송민성
- 지난 무지개시위의 주제는 '색다른 어울림'이었고 이번 주제는 '가족'이다. 각기 다른 세 단체인 장애여성 공감, 전쟁을 반대하는 여성연대 WAW(Woman Again War),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가 어떻게 가족이라는 공통의 접점을 찾아냈을지 궁금하다.
"지난 해 무지개시위를 끝낸 후부터 실무자캠프와 세미나 등의 행사를 통해서 우리는 무엇이 다르고 또 닮았는지, 우리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았다. 그 과정에서 가족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고 이번 주제를 가족으로 정하게 되었다.
장애여성에게 가족이란 모순적인 존재이다. 장애여성은 가족의 보살핌을 받기도 하지만 가족을 통해 차별과 억압을 경험하기도 한다.
가족들은 장애인을 평생 돌봐줘야 하는 어린 아이같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은 독립도, 결혼도 할 수 없다고 전제해 당사자의 의견을 묻는 대신 가족들끼리 결정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권과 발언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또 장애인은 평생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고정관념 역시 가족에게는 짐이 된다. 그 과정에서 차별이나 폭력이 일어나도 그다지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여성의 결혼은 더더욱 어렵다. 결혼만이 정상적인 독립이라고 여기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여성이 비장애인 남성과 결혼하면 결혼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라도 하는 듯 ‘출세했네’라는 말이 바로 나온다. 실제로는 가사노동과 양육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학대를 당하는 장애여성들이 엄청나게 많은데도 말이다.
장애인 남성과 결혼해도 주변의 반응은 그닥 다르지않다. '끼리끼리 만났구나'하며 동정하는 것이다. 특히 미디어에서 이런 시각을 조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결합에서조차 가사노동과 양육을 떠맡는 것은 장애여성이 대부분이다.
여성성적소수자도 비슷하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곧 불효가 된다. 자식의 성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족은 강제감금, 강제결혼, 강제적인 정신과 치료 등의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가장 마지막으로 커밍아웃할 수 있는 상대로 가족을 꼽을 정도로 가족은 성적소수자들에게는 억압적인 존재이다.
동성애를 치료가 필요한 비정상으로 보는 시각 때문에 가장 가까운 가족들조차 동성애를 수치스러운 문제로 치부하고 숨기거나 교정하려고만 드는 것이다. 여성성적소수자의 독립이나 동성파트너와의 삶이 인정받기란 더더욱 힘든 일이다.
그런가 하면 여성반전평화운동가들이 이야기하는 가족은 군사주의의 닮은 꼴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 남성가장의 기 살리기가 국가와 민족 살리기와 동일시되는 것처럼 남성은 능동적인 주체, 여성은 수동적인 보호자가 되는 것이다.
전시체제에서 여성이 보호자이자 가족을 지켜내는 어머니로 칭송받는 상황은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이때 여성은 어머니가 됨으로써 가장 가치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강해진다. 이는 어머니가 되기를 거부하는 다양한 여성들의 삶을 비정상적인 것, 혹은 가치없는 것으로 바라보게 한다.
- 어떠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가?
"우선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무지개포럼을 열 계획이다. '가족에 대해 다르게 말하기, 대안적 상상력'이라는 주제로 마련된 이번 포럼에는 다닮연대 외에도 기지촌 혼혈가족과 필리핀 가족모임 등이 사례발표자로 참석한다. 성정체성, 장애, 인종 때문에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의해 배제된 다양한 가족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7일에는 'Wow! 또 다른 세상을 공감하기'라는 주제를 걸고 무지개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3개 단체의 회원들이 기획팀으로 결합해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내용을 고민했고 그들이 직접 출연자로 나서기도 한다."
▲29일 대학로에서 무지개시위를 알리는 깜짝홍보를 진행했다. 많은 시민들이 진지한 자세로 참여했다.다닮연대
- 지난 28∼29일에는 신촌과 대학로에서 깜짝홍보전을 열기도 했는데 시민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길에 나가서 무지개시위를 알리기 위한 노래를 부르고 퍼포먼스를 했다. 장애여성의 독립이나 성적소수자, 반전문제 등에 관한 스티커설문도 진행했는데 다소 낯선 주제들이었을텐데도 적지않은 분들이 진지하게 참여해줬다."
- 이동의 어려움, 아웃팅의 위험을 무릅쓰고 거리에 나서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항상 공포가 뒤따른다. 누군가 욕하며 난동을 피우지 않을까를 순간순간 걱정해야 한다. 다닮연대의 행사는 아웃팅을 막기위해 사진촬영을 전면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매번 설명하는 것도 쉽지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회원들이 용기를 내어 시민들과 이야기하고 함께 노래했다. 우리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를 스스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모두가 감격스러워 했다."
- 1984년 이후 한국여성대회가 열리고 있고 이번 해도 오는 7일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굳이 별도의 행사를 준비하는 이유가 있는가?
"여성이 남성과 평등해져야 한다고 할 때 기준은 남성이다. 여성의 경험과 가치를 이야기한다고 하지만 어떤 여성들의 목소리는 가려져 있다. 여성 안에서도 다양한 차별과 차이가 존재하는데 어떻게 여성과 남성의 평등이라는 하나의 목소리로 정리될 수 있는가?
이러한 점에서 다닮연대의 무지개시위는 시각 자체를 달리한다고 할 수 있다. 여성운동 내의 가려진 목소리, 이른바 비주류 여성들의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것이 바로 무지개시위의 목적이며 특징이라고 하겠다. 여성의 날이 바로 '우리'의 날이 될 수 있도록 하려는 노력인 것이다."
- 앞으로 다닮연대의 활동방향과 목표는 무엇인가?
"올해 다닮연대는 가족에 초점을 맞추어 활동할 생각이다. 장애인이 가족의 업보라는 편견을 장애여성과 나머지 가족 모두가 벗어버릴 수 있도록, 성적소수자들이 원하는 형태로 삶의 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고민들을 이어갈 것이다.
비주류 여성의 입장에서 말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번 포럼만 해도 가족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는 작업이 쉽지않았다. 그러나 어려운만큼 보람을 느낀다."
| | | 또 다른 세상을 공감하기, 3·8 여성무지개시위 2004 | | | | 2003년 무지개시위를 계기로 모인 장애여성 공감, 전쟁을 반대하는 여성연대 WAW(Woman Again War),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의 연대. 성별, 성정체성, 장애, 나이 등의 '다름'으로부터 비롯되는 다른 시선과 방식으로 다양한 여성들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고, 전쟁과 폭력이 일상화된 세상에 저항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번 여성의 날을 맞아 오는 6일 늦은 3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대학로) 학생회관 제1강의실에서 '가족에 대해 다르게 말하기, 대안적 상상력'을 주제로 무지개포럼을 연다. 이어 7일에는 'Wow! 또 다른 세상을 공감하기, 3·8 여성무지개시위 2004'를 늦은 5시 30분부터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TTL 무대에서 진행한다고 한다.
다닮연대는 이번 행사를 통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강화하는 모든 차별과 폭력을 반대한다! △장애여성도 가족을 다양하게 구성할 권리가 있다!(혈연, 비장애인 중심의 가족을 강요하지 말라!)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의 폭력성이 근절되지 않는 한 일상적인 평화란 없다! △혈연 중심, 이성애 중심의 정상가족 중심주의를 반대한다! 등을 주장한다. (후원: 국민은행 545601-01-052489 나영정/다닮연대 02-441-2392) / 송민성 | | |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또 다른 세상을 공감하기 '3·8 여성무지개시위'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