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른바 '청와대 386 그룹'의 대표주자였던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이 총선 출사표를 던졌다.
이씨는 3일 지인들에게 총선 출마를 알리는 e-메일을 보내 열린우리당 예비후보 경선을 통한 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씨가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예상은 국정상황실장을 그만둘 때부터 있었다. 그러나 썬앤문 그룹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측근비리 특검의 조사를 받았고, 고향의 지역구도 통폐합되었기 때문에 출마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만만치 않았는데 이번에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자연인 이광재' 앞에 놓인 첩첩산중
| | | 이광재씨가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 전문 | | | | (다음은 3일 이광재씨가 지인들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으로, 특별한 제목은 없다....편집자 주)
이광재입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얼마전까지 산에 있는 낙엽과 눈을 원없이 밟아 보았습니다. 자연의 치유력이 있다는 것도 알게되었고, 산과 나무와 돌과 냇가를 절실하게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저 자신과 많은 대화를 해 보았습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결심을 했습니다.
선거나 지역구 관리가 쉬운 수도권이나 원주 대신 고향을 선택했습니다. 영월, 평창, 정선, 태백, 서울면적의 7배. 흥청거리던 탄광지대가 폐허가 되어가는 것을 보고 농촌의 농민들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을 보고 대학시절 야학할때, 막노동하고, 주물공장을 다닐때 가졌던 그 어떤 책임감과 절실함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치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제가 묻힐 아름다은 이곳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시작해보려 합니다. 선거준비도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경선준비는 더 부족합니다.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러나 결심한 이상 남자답게 깨끗한 경선을 통해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경선에서 현역의원, 그리고 본선에서 현역의원 2명 결과적으로 현역의원 3명을 이겨야 국회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힘들지만 어렵지만 어려운 선거에서 이겨서 제 마음속에 있는 아픔을 태워버리고 용광로처럼 일하다 살다가고 싶습니다.
강원도가 한강을 만들고, 낙동강이 시작됩니다. 저도 이곳에서 새로 시작해 보려합니다. 담백하고 담담한 마음으로 그러나 최선을 다해 보려합니다.
항상 애정과 염려를 보내주셔서 늘 감사했습니다. 부족함이 많은 저, 많이 도와주십시오. 일일이 찾아뵙지 못하고 글로 대신합니다.
2004년 3월3월 이광재 올림 | | | | |
이씨는 청와대에서 나온 지난해 가을부터 자기 자신과 많은 대화를 했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선 출마를 결심했다고 이 메일에서 밝혔다. 그러나 한때는 청와대 안팎에서 '최고 실세' 소리를 들었던 이씨의 앞길에는 '자연인 이광재'로서는 힘겨운 장애물들이 적지 않게 놓여 있다.
이씨의 고향은 강원도 평창이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그 첩첩산중의 평창이다. 그 앞에 놓인 정치역정도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우선 고향의 지역구(영월·평창)가 인근 태백·정선과 통폐합되는 바람에 당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든 선거전이 예상된다. 선거구 획정에 의해 강원도의 경우 지역구가 9석에서 8석으로 줄었는데 해당지역이 바로 이씨의 선거구인 것이다.
이씨 자신도 영월·평창·정선·태백지역은 서울 면적의 7배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선거나 지역구 관리가 쉬운 수도권이나 출신고가 있는 원주 대신 고향을 선택했다면서, 그 배경을 "흥청거리던 탄광지대가 폐허가 되어가는 것을 보고, 농촌의 농민들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을 보고, 대학시절 야학할 때, 막노동하고 주물공장을 다닐 때 가졌던 그 어떤 책임감과 절실함이 생겼다"고 밝혔다.
지역구만 넓은 것이 아니다. 당장 예비경선 때부터 현역의원을 상대로 힘든 경쟁을 해야 하며, 예비경선을 통과하면 본선에서도 다시 현역의원을 상대해야 한다.
현재 영월·평창의 현역은 김용학 한나라당 의원이지만, 태백·정선의 현역은 김택기 열린우리당 의원이다. 따라서 본선에 나서려면 우선 강원도에 기반을 둔 동부그룹 경영자 출신의 김택기 의원과 힘겨운 예비경선을 치러야 한다.
그는 "선거준비도 못했고 경선준비는 더 부족해 어려움이 많지만 결심한 이상 남자답게 깨끗한 경선을 통해 시작해보고자 한다"고 출사표를 밝혔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 '측근' 시절에는 '최고 실세'였지만, 야인이 된 지금 열린우리당에서 그를 지원해줄 인적 네트워크는 거의 없다.
이기명 전 노무현 후보 후원회장이 이씨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지만, 결국은 자신의 혼자 힘으로 경선을 통해 살아남는 것밖에는 사실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20%대로 떨어진 데다가, 노 대통령이 자신의 '동업자'로까지 표현했던 '386 그룹'의 잇단 대선자금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어 당에서조차 이들을 부담스러워하는 만큼 경선을 지원해줄 리가 만무하다.
일진 사나운 '출사표' 택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