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의 동상장원
'체'는 예수고 '피델'은 신이다. 적어도 쿠바에서는 그렇다. 체는 죽어 쿠바 민중을 해방시켰으며, 피델은 살아남아 신이 되었다. 그러나 혁명 45년이 지난 지금, 이 현대판 신권적 사회주의 체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달러라는 우상 때문에, 달러라는 물신 때문에, 잉카 제국의 정체(政體)와 비슷한 쿠바의 신권적 사회주의는 최대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물론 쿠바 내에서는 가는 곳마다 아직 '피델 가라사대'가 건재하며, 여타 중남미 국가에서도 피델의 인기가 여전한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쿠바에는 세 개의 클럽이 있다. 식민 역사가 용해되어 있는 쿠바의 대표적인 사탕수수 술 아바나 클럽, 이제는 살아있는 전설이 되어 버린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그리고 '달러 액세스(Access) 클럽'이 그것이다.
달러 클럽은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 친척이 있어서 달러를 송금 받을 수 있거나, 아니면 아바나 같은 대도시나 바라데로 같은 관광지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달러를 벌 수 있는 계층을 말한다. 달러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들은 '페소(쿠바의 통화 단위) 클럽'에 속해 있는 셈이다.
식민 역사가 용해돼 있는 사탕수수 술 '아바나 클럽'
그런데 이 달러 클럽이 쿠바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 교수와 전문의들은 한달 급여가 20달러도 안 되는데, 밤거리의 여인들은 단 하룻밤에 100달러씩을 벌 수 있으니, 그로 말미암은 극심한 빈부 격차와 불평등 구조의 심화는 심각한 정도를 이미 넘어서고 있다.
물론 정부 관료들은 달러 클럽이니 페소 클럽이니 하는 분류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누구나 달러를 구할 수 있으며, 누구나 달러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달러 중심의 경제 체제는 이제 피할 수 없는 것이 되었으며, 단 그로 인한 빈부의 격차가 생기지 않도록 정부가 적절히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도 않거니와 아무도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다. 나라나 개인이나 달러 벌이에 그야말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이 참에 피해를 보는 것은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이다.
외국인들에게는 생수 한병에 1달러이고 모히또(민트 잎을 넣은 럼주) 한잔에 3달러나 받는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입장료만 20달러이다. 쿠바인들의 한달 월급인 것이다. 당연히 엄청난 빈부 격차가 발생하게 되며, 이 격차는 여느 자본주의 국가의 그것을 오히려 넘어서고 있다.
자발적 가난 또는 수평적 가난일 때는 별 문제가 없었다. 어쨌든 평등하기는 했으니까. 지금은 달러 있는 자와 달러 없는 자 사이의 상대적 박탈감이 너무 크다. 바로 이것이 건강했던 쿠바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사실 쿠바 국민들에게는 최소한의 식량, 주거, 교육, 그리고 의료가 무상으로 보장되어 있다. 유아사망률은 세계 최저 수준이며 쿠바인들의 평균 수명은 76세에 이르고 있다. 범죄 발생 빈도도 여타 자본주의 국가에 비해 대단히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