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명물, 병 아줌마느릿느릿 박철
다니다가 열 댓 개 주우면 풀숲에 숨겨두고, 또 다니다가 열 댓 개 주우면 은밀한 곳에 숨겨두었다가 리어카를 갖고 와 한데 다 모아갖고 고물상으로 가지고 갑니다. 그게 애들 장난 같지만 그래도 수입이 제법 짭짤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허리춤에 늘 돈다발을 꽁꽁 묶어갖고 다닙니다. 길에서 만나면
“아줌마, 오늘 돈 얼마 벌었어요?”
“에이, 오늘 돈 하나도 못 벌었다. 어디 병 없나?”
우리 나라 사람들이 병 아줌마처럼 절약정신으로 산다면 이 나라가 매우 깨끗한 나라가 될 것이고 부자나라가 될 것입니다. 병 아줌마는 이따금 교회행사 때 와서도 밥만 먹고 가시지 헌금을 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래도 늘 웃으시니 보기 좋습니다.
대룡리 시장에 가도 국밥 한 그릇 사 잡수시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면 돈을 모아서 뭘 하느냐? 돈이 몇 십 만원이고 목돈이 모아지면 아들한테 주고 며느리한테 준답니다. 본인이 그렇게 말하니 믿어야 할 밖에.
작년 겨울, 옷장사가 트럭에 옷을 잔뜩 싣고 나타났습니다. 바지며 치마, 점퍼, 스웨터 등등…. 확성기로 뽕짝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사람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때 옷을 제일 많이 사신 분이 바로 병 아줌마였습니다.
“아줌마, 무슨 옷을 그렇게 많이 사요?”
“우리 며늘아기 줄 거다. 이봐라, 바지가 따뜻하겠지?”
“아줌마, 내 바지도 하나만 사줘요?”
“목사가 돌았나? 나 돈 없다.”
“그러지 말고 하나만 사줘요. 허리춤에 돈 있잖아요. 내가 다 알아요.”
“아니다. 돈 없다.”
병 아줌마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병 아줌마는 자기 몸을 치장하는 데는 한 푼도 쓰지 않습니다. 그러나 며느리를 위해 옷을 사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마음이 환해졌습니다.
오늘도 병 아줌마는 이른 아침부터 병 주우러 동네 골목골목 다닐 것입니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빈 병을 줍는지 몰라도 병 아줌마는 결코 모자라는 사람도 아니고, 남을 해코지 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남이 하지 않는 일, 성가신 일을 일년 365일 유쾌하게 하시는 분입니다. 하느님이 그 일을 허락하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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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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