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러리로 전락한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인터뷰] '즐거운 학교' 꿈꾸는 대구 달구벌고 남효덕 이사장

등록 2004.03.05 20:39수정 2004.03.0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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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달구벌고등학교 남효덕 이사장

달구벌고등학교 남효덕 이사장 ⓒ 오마이뉴스

대안학교를 표방하고 5일 대구에서 문을 연 대구 달구벌고등학교 재단이사장인 남효덕 이사장(57. 영남대 전자공학과 교수)은 교육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 남 이사장은 어린 시절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정규 중학교를 마치지 못한 채 검정고시로 학교 교육을 대신해야 했다. 대학에서도 경제적으로 넉넉치 못했던 남 이사장은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마쳤다.

그는 사회로부터 받은 빚을 언젠가는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항상 마음 속에 빚이 있었어요. 언제가는 그 빚을 꼭 갚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장학사업을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었어요. 학교법인 덕성학원을 세워서 지금까지 1억원의 장학금을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급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마음의 빚 때문이었죠."

남 이사장은 장학사업 외에 새로운 교육을 펼칠 수 있는 학교를 세워야겠다는 꿈도 가지고 있었다. 현 학교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은 그런 꿈의 바탕이 됐다.

"지금의 교육은 학생들을 너무 힘들게 합니다. 힘들어도 가치가 있다면 참아야겠지만 그 가치를 찾기도 힘든게 교육 현실 입니다. 생산적이지 못한 학교 교육이 결국 학생들의 재능과 소질을 오히려 사장시키고 있어요."

결국 남 이사장은 지난 10여년간 마음 속으로만 그려오던 대안학교를 만들었다. 5일 오전 대구 동구 덕곡동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달구벌고 개교식으로 첫 출발을 시작했다.

남 이사장이 생각하는 달구벌고는 학교의 슬로건 처럼 학생들이 '신명나게 배우고 지혜롭게 살 수 있는' 학교이다.

학생들이 즐겁게 찾는 학교를 향한 도전


"달구벌고는 학생들이 즐겁게 학교를 찾을 수 있는 학교를 꿈 꿉니다. 현재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등교를 할 때 걱정스러운 마음 뿐입니다. 달구벌고는 학생들이 즐거운 마음과 무언가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게 해 줄 겁니다."

특성화고등학교인 달구벌고는 엘리트 중심 교육을 하고 있는 특수목적고와도 차이가 있다. 달구벌고는 학생들의 선발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2004년도 입시요강에서 나타나듯이 학생 선발에서 성적이 중심이 아닙니다. 성적은 단 20% 비중만 차지해요. 나머지는 출결 사항과 행동발달, 봉사사항과 면접이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것은 현재의 학생들의 능력보다는 앞으로의 장래성을 보겠다는 의도입니다."

자유로움과 엄격함, 그리고 인생의 철학
달구벌고등학교의 운영은?

'신명나게 배우고 지혜롭게 살자'는 슬로건으로 5일 개교한 대구 달구벌고등학교(동구 덕곡동 소재·www.dalgubul.hs.kr)는 학급당 20명, 2개 학급으로, 학생들은 기숙사 생활은 한다.

달구벌고는 일률적인 잣대로 평가되는 입시위주의 학교교육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를 할 계획이다. 자율학교의 장점을 살린다는 것.

달구벌고는 다양한 선택 과목을 개설해놓고 학생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교육을 시도한다. 또한 학년에 관계없이 능력과 적성에 따라 수준별 이동 수업을 실시한다.

달구벌고의 수업은 오후 3시까지 정규 교과 수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나머지 시간은 학생들 자신이 선택한 특성화 과목을 자유롭게 배울 수 있다.

반면 회화를 중심으로 한 생활영어와 독서 및 의사표현, 그리고 컴퓨터 응용기술 중 최소 1개 분야는 이수를 해야 졸업할 수 있는 '졸업인증제'를 실시하는 엄격함도 있다.

달구벌고가 꿈꾸고 있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학생들에게 인생의 철학을 배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달구벌고는 학생들이 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는 지혜로운 인재로 커 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한다.
특히 달구벌고는 학생들의 면접 외에도 학부모들의 면접을 별도로 선발 기준에 포함시키고 있다. 대안교육을 위해서는 입시위주의 교육을 기대하는 학부모들의 이해까지 수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남 이사장은 달구벌고의 운영에 대해 학생들의 눈과 가치를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한다. 교육의 수용자인 학생들이 교육의 중심에 있다는 생각이다.

"달구벌고는 학생들 자신이 배우고 싶고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할 겁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들이 배우고 싶은 과목을 정하고, 그것을 충분하게 제공해줄 수 있는 역할을 학교에서 만들어갈 겁니다."

달구벌고 설립을 위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남 이사장은 "경제적으로 다소 무리가 있지만 그 가치를 생각하면 무모한 일은 아니다"고 말한다.

"지금의 교육은 소수의 학생들에겐 적합할지 모르지만 나머지 학생들은 들러리로 내팽개치는 교육이 되고 있습니다. 들러리로 전락한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줄 수 있는 교육을 만들어나가는 시도라면 충분히 가치있는 일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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