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대책? 영어중시 바뀌어야"

[유권자 목소리2] 윤혜안 원광대 정치행정언론학부·4년

등록 2004.03.06 15:20수정 2004.03.0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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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형숙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개혁당 익산시 지구당 창당준비 당시 김원웅 의원의 강연회에서였다. 강연회가 끝나고 김 의원에게 질문을 던지며 자신의 꿈은 정치인이 되는 것이라며 좌중을 휘어잡을 때다.

통일문제에, 그리고 호주제 폐지에 열을 올리던 그 당시 그녀는 원광대 총여학생회 회장으로 활동하던 당찬 모습의 대학생이었다. 그런 그녀가 취직을 앞두고 죽고 싶다는 고백을 했다.

눈발 날리던 3월의 초입에서 근 1년 만에 유권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만남이었는데, 청년실업의 비애를 구구절절이 쏟아냈다.

두 달 동안 우울증도 걸려봤고 실업문제로 고민하던 젊은이들이 왜 자살을 하는가를 깊이 공감했다고 한다.

"우리사회는 능력이 있어도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인맥은 필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슬픈 현실입니다. 아무리 대학 4년 동안 과 활동,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능력을 키우면 뭘 합니까.

실상 기준이 되는 것은 토익점수 등 부차적인 부분이죠. 아무리 세계화 시대라고는 하지만 토익점수가 직장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그것은 허울좋은 포장 아닙니까."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서 그녀는 토익 시험제도부터 폐지하는 정책을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꼭 외국어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 사람의 됨됨이, 열정, 그 분야에서의 두드러진 능력을 평가해야지 한자를 많이 알고 영어를 많이 아는 게 조건일 수는 없습니다. "


그런 구태의연한 제도는 폐지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전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윤혜안에서 윤노혜안이라는 이름으로 다녔습니다. 주위에서 특이하다며 놀라는 반응이었지만 '어머니가 노씨군요'라는 말을 들을 때가 제일 좋았습니다. 어머니를 문득문득 인식하는 계기였습니다.


취직하기 위해 이력서를 제출했는데 윤노혜안이라는 이름을 쓰면 떨어지고 윤혜안이란 이름을 쓰면 합격하더군요. 비참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말은 남녀평등이라고 하면서 결국 이사회의 밑바탕에 깔린 남존여비 사상을 여실히 드러내는 꼴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호주제 문제는 인간과 인간이 만나서 사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를 존중하는 게 당연하고 여성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한다고 윤씨는 조언했다.

또 여성의 발언권이 강화되면 인심쓰듯 논의하다 사라지는 사례는 적어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녀는 "이와 연관시켜 여성전용선거구제를 얘기하며 오랜 기득권을 가지고 온 사람이 남성이었다"며 "그 틀을 깨기 위해서는 적당주의로 자신들의 이득만 챙기는 정치는 사라져야 마땅하고 깨끗한 정치는 후보자들이 만드는 게 아닌 유권자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법이라는 것은 평등하고 열려있어야 올바른 법인데 이 법이 존중되는 가장 기초는 여성의 국회진출이 강화되어 선택권이 각계각층으로 넓어져야 세상이 똑바로 선다고 강조했다.

"결국 당을 보고 선택하는 어른들의 고정관념을 사람중심으로 끌어내고 정치무관심에 등 돌리는 젊은이들은 참여하는 자세로 의식을 바꿔야 합니다. 정치가 바로 서지 않으면 실업문제도, 여성의 문제도, 교육문제도 항상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기가 힘듭니다."

윤 씨의 말에 따르면 요즘 대학생들은 정치 쪽에 무관심하다고 한다.
취업문제에 매달리다보니 정치는 딴 세상 얘기라고 무시해버린다.
청년실업률이 심각한 만큼 정치에 대한 관심보다는 불신이 먼저라는 얘기이다.

총선을 앞두고 후보자들은 청년실업률에 관한 공약을 제시하며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한다. 말뿐인 공약이 아닌 제대로 이행되고 지켜지는 공약이 되기를 내심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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