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게’ 정말 좋나요?

[태우의 뷰파인더 5] 돈봉투 주지도 받지도 마세요

등록 2004.03.10 09:13수정 2004.03.1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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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우

친구가 작은 찻집을 운영했던 적이 있다. 가끔 친구의 찻집에 들러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면 어느새 들끓던 걱정과 한숨도 잦아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의 얼굴이 유난히 어두워보였다. 내가 이유를 묻자, 친구가 불편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위생검사를 나오면 그 사람들한테 돈을 쥐어줘야 하고, 소방검사를 나와도 돈을 쥐어줘야 하고…. 원리원칙대로 검사를 받으면 되지만, 검사를 나온 사람도 '제대로' 검사를 할 마음이 없고, 친구도 솔직히 '제대로' 검사를 받기가 싫었다는 푸념이었다. 친구는 돈을 받아 가는 사람들을 원망했지만 그 역시 돈을 주지 않고, 정당한 검사를 받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좋은 게 좋은 거야”라는 말은 한국사회에서 흔히 통용된다. 하지만 과연 이 말이 옳을까.

‘너도 좋고 나도 좋으니, 이게 곧 좋은 일이다’는 뜻이 이 말에 담겨있다. 하지만 이 말이 사용되는 상황을 떠올려보면 이 말이 옳지 않다는 걸 금세 눈치챌 수 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잘 봐달라며 돈을 건네는 풍경이 저절로 그려지니까.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 너는 무사 통과니까 좋고, 나는 돈을 받아 좋으니 금상첨화라는 논리. 이 말에서 쓰이는 ‘좋은 것’은 결국 ‘악취 나는 타협’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저 나의 상상에 불과하지만, 불법정치 자금을 건넨 기업주나 그 돈을 받아먹은 정치인들이 서로 ‘끈적끈적한’ 악수를 나누며, 혹시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좋은 게 좋은 거야."

결단코 ‘좋은 게’ 좋은 건 아니다. 정당한 방법이어야만 그게 좋은 게 될 수 있다.

목적이 아무리 그럴 듯 하다고 해도, 결과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그것이 정당한 방법으로 구현된 것이 아니라면 그건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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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우

우리 사회에서 가장 설득력을 발휘하는 상식 중에 하나가 바로 '관행'이다. 불합리해 보이거나,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도 “그게 관행이야”라는 한 마디로 반대 의견은 토론의 장으로 가지 못하고 좌초된다.

불행하게도 관행은 ‘구시대의 유물’인 경우가 많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관행을 바꾸어야 할 때다. 그것을 수정하는 노력은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있는 암세포를 제거하는 외과수술과 같다.

누군가는 사회가 너무 시끄럽다고 한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그냥 좀 조용해지기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하지만 시끄럽다고 다 나쁜 것도 아니고, 조용하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다. 관행도 열린 토론의 장으로 끌어내 당연히 합리적인 방식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중요한 건 "여태껏 그래왔잖아"라고 말하며 쉽사리 관행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관행과 맞서야 한다. 그것이 옳지 않다면. 그래서 갑론을박 토론이 진행되는 시끄러움이라면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제 곧 선거철이 다가온다. 본격적으로 선거운동과 유세가 벌어질 것이다. 돈 몇 푼에 우리의 중요한 한 표를 팔아 넘기지 말자. 시민의 권리와 자존심을 팔아 지폐 몇 장에 넘겨주지 말자.

우리가 서있는 곳에서부터 “옳은 게 좋은 거야”라고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덧붙이는 글 | - 김태우 기자의 다양한 글을 싸이월드 클럽 '태우의 글상자(writinglife-woo.cyworld.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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