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운동이 세계 곳곳에서 뜨겁게 일어나고 있다.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들을 몇몇 들어보자면 우선 깐꾼을 들 수 있다. 지난해 말 우리 농민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던 이경해씨의 자살이 일어났던 멕시코 깐꾼에서는 대규모의 반 WTO 시위가 일어났었다.
또 올해 초 인도 뭄바이에서 수만 명이 참가한 대규모의 제4차 세계사회포럼이 있었다. 이러한 시민사회들의 끊임없고 조직적인 움직임은 반세계화 운동에 힘을 불어주는 원천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세계시민사회의 조직적인 반 세계화 운동을 제외하고도, 실질적인 반 세계화 운동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패권국가가 무력을 동원한 강압적 질서에 도전하는 항쟁이 팔레스타인 등지에서 눈물겨운 희생을 동반하면서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혹은 주요외신의 왜곡된 보도태도를 그대로 받아쓰는 우리 언론들 때문에 그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반세계화운동의 흐름이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연달아서 일어났던 에쿠아도르, 페루, 볼리비아에서 발생했던 일련의 민중폭동들은 대부분 IMF가 강요한 정책을 충실히 따르던 정부에 대한 반발의 성격이 짙은 것이 분명하다. 이들 소규모의 빈국들에 대한 IMF의 처방은 가혹하고, 그것을 그대로 집행하는 대리자의 역할을 하는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 또한 처절한 것이었다. 세계화의 결과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의 정도가 클수록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의 움직임은 약해질 것이다.
이런 시민사회의 움직임, 혹은 민중들의 생존권 차원에서의 반발을 기반으로 보다 확실하고 강력하게 반 세계화운동을 벌이는 것은 역시 정부차원의 조직적인 움직임이다. 최근 미주공동시장(FTAA)에 대해 강력한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정책은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 국내적으로는 불발쿠데타와 2002년 말부터 2003년 초에 이르는 장기간의 파업, 그리고 최근에 대통령에 대한 국민소환에 서명한 용지의 불법성 여부를 두고 끝없는 곤란을 겪고 있지만, 최소한 대외적으로 차베스 대통령의 움직임은 가장 돋보인다.
그는 가장 분명하게 세계화에 대해서 ‘No’라고 말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한 그의 용기 있는 행동에 힘입어서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과 아르헨티나의 키르츠네르 대통령의 독자노선이 비로소 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엄청난 채무를 가지고 있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최근 행보는 오히려 IMF에 대해 다소 공격적이기도 하다. 채무의 양이 크기에 오히려 그들의 협상의 여지는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최근의 채무 재협상의 결과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 이들 채무국들 사이의 공동시장이 메르코수르의 존재이다. 메르코수르 국가들에 베네수엘라 등이 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정치적 이유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이들이 대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협상력은 더욱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이들 국가 내부에서 끊임없이 반 세계화를 외쳐대는 국민들의 존재와, 세계적으로 거대한 규모로 이루어지는 시민사회의 압력 또한 신자유주의적 경제의 압력에 맞서는데 커다란 힘이 되어준다.
2004년 2월 에쿠아도르에서 또 다시 대규모의 민중봉기가 일어났다. 이들은 1999년의 민중봉기 후 그들의 지지에 힘입어 당선되었던 구티에레스 대통령이, 최근 다시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펴자 이에 반대하여 연정에서 탈퇴하고 구티에레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2003년에는 이웃의 페루에서도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민영화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민중시위가 있었다. 교사, 법조계, 의사들까지 대거 참여한 이 시위는 결국 부분적인 계엄령을 내리고도 진압할 수가 없어서 결국 국무총리를 교체하고야 진정이 되었다. 인근의 볼리비아 역시 수자원의 민영화에 반대하는 대규모의 시위 끝에 정부가 민영화 정책을 철회해야만 했었다.
이곳들은 한결같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 중 하나이다. 그리고 일찌감치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경험한 나라들이다. 이들이 국가적 소요를 통해서 웅변적으로 증언하는 것이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은 대부분의 국민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현재 이들 안데스 국가들, 그리고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미의 제국들이 반세계화운동의 선두에 서 있다. 그들은 ‘고통이 극심한 곳에서 변혁이 시작된다.’는 역사적 진실을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순종하고 복종하고 가장 빨리 길들여지는 것 외에는 달리 극복할 방법이 없었던 것처럼 보이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신자유주의. 그곳에도 약점은 있었던 것이다. 바로 고통 앞에 선 인간이 자신의 권리와 존엄을 부르짖는 것이다. 고통속의 소요에서, 그 질곡에서 선출한 지도자들을 통해, 그리고 시민사회의 직접적인 움직임을 통해 우리는 한걸음씩 출구를 향해서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