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이 셋인 마라분교는 최남단에 있어서 폐교를 면했다고 한다최윤미
마을 입구에 자리한 것 중에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마라분교와 짜장면집(자장면이 표준어이긴 하다) 두 곳. 방학이라 그런지 마라분교는 텅텅 비어있었지만, 겨울 햇살을 담뿍 받은 단층의 교사는 아름다웠다. 현무암으로 낮게 쌓은 돌담과 제주의 전통 대문 양식 그대로인 교문, 철봉과 시소가 보이는 풍경 너머로는 넘실거리는 바다 위에 작은 고깃배들이 지나고 있었다.
여기서 공부하고 뛰어노는 아이들은 모두 시인이 아닐까, 섬 전체를 놀이터로 삼고 자랄 아이들의 얼굴이 너무나 궁금해졌다. 전교생이 셋 뿐이라는데, 국토 최남단의 학교라는 점 때문에 폐교가 되지 않은 건 그래도 축복이다 싶었다.
마라분교를 사이에 두고 자장면집 두 곳이 모두 원조라는 간판을 내걸고 성업 중이었다. 그렇다고 도시의 음식 골목들처럼 번잡스러운 건 아니었고, 모두 토박이 주민들이 마라도 근해에서 나는 해산물로 독특하게 만들어내는 거라고 한다. 횟집이나 식당들이 즐비한 육지의 관광지에 비하면 여기 마라도의 자장면집 두 곳은 그냥 그런 명물 정도로 보아넘길만 했다.
그 중 한 집에서 해물자장면을 먹어보았는데, 정말 색다른 맛이었다. 어머님이 발명한 해물자장을 아들이 이어서 만들고 있었는데 소라와 오징어, 조개, 문어 등이 듬뿍 들어간 달콤하고 매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물이 귀해서 빗물을 모아 정화한 다음 음식용수로 쓴다는 것도 특이했고, 한번 그 맛을 보면 자장면을 먹으러 마라도에 다시 온다는 말이 이해가 갈 듯도 했다.
하지만 자장면을 먹고 나면 유람선 체류 시간인 1시간 30분 동안 마라도의 정취를 다 느끼기는 힘들텐데, 그래서 사람들이 마라도 하면 자장면으로 기억하게 되는 건 아닐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