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크!"
끔적이는 날아드는 몽둥이를 피해 콧수염 땡추를 잡아채어 넘겼고 옴 땡추에게는 발차기로 응수했다. 가슴팍에 그대로 발길질이 명중한 옴 땡추는 순간적으로 숨이 '헉'하고 막혀왔다.
"거 면상 한번 더러운 놈이구나!"
끔적이는 옴 땡추의 턱에 다시 한번 발 차기를 먹여 주었고 옴 땡추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뒤늦게 일어난 콧수염 땡추가 끔적이의 뒤통수를 노리고 몽둥이를 휘둘렀으나 재빠른 피신에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이놈!"
끔적이의 몸이 붕 떠오르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두발이 한번에 콧수염 땡추의 얼굴에 들이 닥쳤다. 콧수염 땡추는 몽둥이를 들어 막으려 했으나 안면에 엄청난 충격을 느끼며 역시 실신하고 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겨우 정신을 차린 옴 땡추의 눈에 혜천 스님 앞에 꿇어앉아 불경을 외우는 콧수염 땡추와 혹 땡추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 옆에는 여전히 사나운 기세로 끔적이가 서서 소리쳤다.
"네 이놈! 너도 이리 냉큼 와서 불경을 외우거라!"
그 후부터 땡추일행의 고된 암자생활이 시작되었다. 예전같이 술과 고기를 먹으며 방탕한 생활을 하는 건 꿈도 못 꾸거니와 새벽에 일어나 암자 주위를 비로 쓴 뒤 참선부터 시작해야만 했다. 행여 졸기라도 하면 끔적이의 죽비가 사정없이 땡추들의 등을 쳐 대었다. 참선이 끝나면 끔적이를 따라 밭일을 나갔고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심지어는 동자승이 하던 갖은 청소까지 하는 등 잡일까지 도맡아 하게 되었다.
"형님, 천하의 우리가 이게 무슨 꼴입니까."
혹 땡추가 몇 번이나 투덜거리며 무슨 수를 낼 것을 권유했지만 그때마다 끔적이의 매서운 눈길이 땡추들의 주위를 맴돌았다. 참다못한 혹 땡추가 밤에 돌을 들고 끔적이가 자는 곳에 숨어들었지만 도리어 공격당해 반죽음이 되어 널브러졌고 땡추들의 생활은 더욱더 고달파졌을 따름이었다.
"또 덤빌 놈은 없냐?"
끔적이가 자세를 잡으며 여덟 명의 땡추를 향해 일갈하자 그제야 예전 생각을 하던 옴 땡추의 정신이 번쩍 돌아왔다.
'저놈이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우리를 모두 상대할 수는 없을 터이다. 나부터 기가 죽으면 안 된다.'
옴 땡추의 생각이 여기까지 미쳤을 때 끔적이의 날카로운 눈이 옴 땡추를 향했다.
"네 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안다. 너 같은 놈들이야 떼로 덤벼들어도 상관없으니 한번 해보아라."
끔적이의 시선이 옴 땡추에게 고정된 한순간에 키 작은 사내가 소매 춤을 홱! 하고 뿌리쳤고 작은 바늘 하나가 튀어 나갔다.
"앗!"
바늘은 끔적이의 허벅다리에 꽂혔고 그 틈을 타 키다리 땡추가 칼을 빼어들고, 똥 싸게 땡추가 몽둥이를 들고 양옆에서 덮쳤다. 끔적이는 칼을 피하며 똥 싸게 땡추의 팔을 비틀어 몽둥이를 뺏은 후 키다리 땡추에게 휘둘렀다. 그 기세가 어찌나 사나운지 키다리 땡추는 칼을 휘두를 엄두도 못 낸 채 뒤로 밀렸다.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거다! 그럴수록 독은 더욱 빨리 퍼질 테니까."
키 작은 사내가 키들키들 웃으며 말하자 끔적이는 자신의 다리가 아까 와는 달리 무거워짐을 느끼고선 바늘에 맞은 허벅다리 쪽의 옷을 쫙 찢었다. 끔적이의 눈에는 바늘이 꽂힌 주위로 검게 변한 피부가 들어왔다.
"이런 쳐죽일......"
끔적이가 비틀거리며 키 작은 사내에게 달려들려는 찰나 혜천스님이 뒤에서 끔적이의 손을 잡았다.
"내 등에 업히거라!"
망설이는 끔적이를 강제로 들쳐업고서 혜천스님은 동자승과 함께 비탈길을 쏜살같이 올라갔다. 그 동작이 얼마나 빠른지 지켜보던 땡추들은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다.
"이대로 보내실 생각입니까? 쫓아가서 결딴을 냅시다!"
키다리 땡추가 그 말과 함께 뛰어가려 했지만 옴 땡추를 그를 막아섰다.
"그만 됐다. 금강산에서의 일은 이쯤에서 정리하자꾸나."
"하지만 형님! 저 놈들이 우리가 하는 양을 다 보지 않았습니까?"
"젊은 중놈이 위독하니 당분간은 근신할 터이고 저 놈도 구린데가 있으니 관아에 가 일러바치지는 못할 것이니라. 곧 해가 질 테니 시체 묻는 일을 서둘러라. 난 먼저 내려가겠다."
옴 땡추는 신경질적으로 몸을 긁어대며 등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덧붙이는 글 | 다음에는 '신임포교'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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