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공대위, 여성노동권쟁취 결의대회

민주노총, 서울지방노동청장 파면 공식 요구

등록 2004.03.08 19:10수정 2004.03.08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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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울대병원 공대위는 3.8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병원 본관 앞에서 '비정규직 여성노동권 쟁취와 간병인 무료소개소 인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서울대병원 공대위는 3.8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병원 본관 앞에서 '비정규직 여성노동권 쟁취와 간병인 무료소개소 인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 박신용철

'서울대병원 간병인 문제 해결과 공공병원으로서의 제자리 찾기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서울대병원 공대위)'는 96주년 3·8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오후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어 "불법근로자 공급행위 중단하고 간병인 무료소개소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박승희 민주노총 여성부장은 연대사를 통해 "3·8 여성의 날은 96년 전 하루 14시간의 장시간 중노동을 했던 미국 섬유공장 여성노동자들의 '노조결성의 자유 인정' '임금 인상' 등의 외침에서 출발했다, 오늘 우리도 똑같이 외치고 있다"며 "한국은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노조결성의 자유가 없는 나라다.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는 96년이 지난 2004년에도 진행형인 과제"라고 말했다.

김혜란 서울대병원 지부장은 투쟁경과 보고에서 "96년 전 미국 여성노동자들이 싸워왔던 것이 2004년 특수고용노동자인 서울대병원 간병인들의 현실과 무엇이 다른가. 1세기가 지났어도 여성노동자들에게 변한 것은 없다"면서 "노동청은 서울대병원 유료소개소를 '불법근로자공급사업'으로 결정해놓고도 병원과 유료업체의 로비에 놀아나 노동청장이 간병인들에게 했던 약속조차 뒤집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박용현 서울대병원장의 임기는 5월 말로 끝난다"며 "간병인 문제는 서울대병원장이 결단하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인권탄압' 꼬리표를 가지고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병원장 임기가 끝나기 전에 ▲해고자(3명) 문제해결 ▲간병인 문제가 재임시 발생한 일인만큼 책임지고 해결할 것 ▲보건의료산업노조 산별교섭에 나와 병원 입장을 밝힐 것 등을 요구했다.

정금자 서울대병원 간병인지부장은 "하루 24간, 1주일 144시간을 일하고 토요일 집에 가면 파김치가 된다"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것이고 차별, 멸시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고 절규했다.

호성희 사회진보연대 여성부장은 "여성의 날은 1908년을 기념하는 날일 뿐 아니라 전쟁시기 반전투쟁과 러시아 혁명도 여성노동자 투쟁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간병인 노조는 노조를 만들 수 있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노동자면서도 노동자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이날 노동부차관에게 서울대병원 간병인 농성과정에서 경찰병력을 투입한 '서울지방노동청장 파면'을 공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고 보건의료산업노조는 오는 17일 노조차원의 집중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96년 전 여성노동자 현실과 2004년 한국의 현실
특수고용노동자인 '간병인' 기본적 노동권 보호 절실

1908년 미국 방직공장 여성노동자들은 무장군대와 맞서 '노조결성의 자유를 보장하라' , '여성에게도 선거권을 달라' , '임금을 인상하라'라고 외쳤다. 이를 기념하는 96번째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했지만 한국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은 비정규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간병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재 간병인은 가사사용인(직접고용관계)으로 분류되어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산재보험법 적용에서 제외되어 있다.

대부분의 간병인들이 장기적인 수면장애로 안구건조증이 심하고, 과체중환자나 무의식환자를 간병하면서 체위변경을 규칙적으로 해주게 되는 경우 대부분 혼자 하기 때문에 등이나 허리 근육통과 디스크, 자궁하수증이 발생한다. 또 장기적인 병원 생활로 햇볕을 보지 못해 칼슘부족으로 관절이 붓고 병실 실내 건조로 해서 알레르기 비염과 만성인후염을 대부분 앓고 있지만 산재보험은커녕 치료비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특히 간병인들은 대부분 일요일 오후 2시에 들어와 근무를 시작하면 일주일 후인 토요일 오후 2시에 근무를 마치게 되며 주 6일을 24시간씩 결국 144시간을 근무한다. 이들은 휴식시간이나 식사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24시간을 근무하고도 받는 일당은 5만원(2003년 8월 1일 이전까지는 4만5000원).

이를 하루 8시간으로 환산하면 1만6666원으로 최저임금 2만80원에도 못 미치며 이를 226시간으로 환산하면 월 50만원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을 받는 것으로 일반 근무자들의 3배가 넘는 장시간 노동이다.

전국에 퍼져있는 간병인들이 2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노동부는 이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적이 없을 정도로 노동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보건의료산업노조는 "서울대병원 간병인 문제가 2007년 복지부에서 시행예정인 '노인요양보험' 실시에 따른 20만명(기존 간병인 합산 총 40만명)의 간병인 양산과 맞물려 있는 중요한 특수고용노동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 박신용철

덧붙이는 글 | 시민의 신문(www.ngotimes.net)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시민의 신문(www.ngotimes.net)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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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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