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아닌 소설로 15년을 구형하는가?"

송두율 교수 부인, 검찰 구형 반박...둘째 아들 린씨 국보법 폐지 1인시위 벌여

등록 2004.03.10 13:14수정 2004.03.1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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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11시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송두율 교수의 아들 린씨가 국가보안법 폐지 1인시위를 벌였다.
10일 오전 11시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송두율 교수의 아들 린씨가 국가보안법 폐지 1인시위를 벌였다.오마이뉴스 강이종행
"재판 과정에서 사실이 아님이 드러난 내용은 무시한 채, 검찰은 국정원에서 제시한 자료만 가지고 15년 구형을 내렸다. 증거 아닌 소설로 만들어진 공소장을 발표할 때, 몇 차례 실소를 금할 수 없었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59·독일 뮌스터대) 교수의 부인 정정희(61)씨는 9일 검찰의 구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씨는 재판 과정은 다루지도 않던 조선·중앙·동아 등 수구 언론에서 일제히 '검찰의 15년 구형' 내용을 전한 것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정씨는 "재판과정은 전혀 다루지도 않다가 15년 구형이 발표되자 일제히 대서특필했다"며 "이런 보도태도는 심각한 문제 아니냐"며 수구신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씨의 발언은 둘째 아들 린(27)씨의 국회앞 '국가보안법폐지 1인시위' 현장에서도 나왔다.

잔뜩 흐린 날씨와 들고 있던 피켓이 크게 흔들릴 정도의 강한 바람마저 부는 가운데 시위를 벌인 아들 린씨는 국보법 폐지와 함께 아버지의 무죄를 주장했다.

린씨는 독일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번 1인시위는 어머니와 형에 이어 송 교수 가족의 3번째 1인 시위다.


다음은 린씨와 기자들간의 대화내용.

- 바람이 많이 분다. 힘들지 않는가.
"국보법 폐지를 위해 투쟁에 동참하는 것은 당연하다. 감옥에서 고생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이렇게 서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 어제 아버지에게 15년형이 구형됐다.
"전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검찰이 내린 결정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분노를 느꼈다."

- 언론에 대해 할말은 없는가?
"불만이 많다. 특히 언론은 국정원의 각본대로 언론 재판을 했으면서 재판과정에서 밝혀진 진실은 외면했다. 그러다 이제 자기들 생각처럼 구형이 나오니까 다시 크게 보도했다."

- 검찰에서 구형에 대한 근거를 들었을텐데.
"무엇이든 증거에 근거하지 않은 채 모든 걸 추상적으로 밀어붙이는 검찰의 태도에 놀랐다. 특히 아버지께서 30년간 간첩활동을 했다는 내용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1시간 동안 지속된 시위를 끝낸 린씨는 "전에도 국보법의 불합리성을 알고 있었지만 어버지 일을 겪으면서 몸소 체험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비판받는 법임에도 아직까지 국보법을 고수하고 있는 수구 언론과 한나라당 등은 반드시 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들의 시위 도중 어머니인 정씨는 "남편 구형 소식이 전해지자 독일 영사인 닥터 베르텔레(Bertelle)씨가 전화를 걸어와 '귀를 의심했다. 충격적이지만 더 지켜보자'고 말했고, 베르텔레씨 외에도 여러분들이 격려를 해주셨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송두율 교수의 구명을 위해 베르린 자유대학 나하르 교수 등 여러 명의 독일 학자와 정치가들이 재판부에 탄원서를 보냈고, 지난달 열린 제54회 베를린 영화제에서는 송 교수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경계도시>가 재상영되기도 했다.

송 교수의 선고 공판은 오는 30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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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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