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토당토않은 인권침해 법안...복종않겠다

[현장] 시민단체·인터넷언론 '인터넷 실명제' 불복종운동 선언

등록 2004.03.10 14:46수정 2004.03.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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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0일 오전 느티나무 카페에서 인터넷실명제를 불복종하는 인터넷언론·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이 열렸다.

10일 오전 느티나무 카페에서 인터넷실명제를 불복종하는 인터넷언론·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이 열렸다. ⓒ 권우성


"임기종료를 앞둔 16대 국회가 인권 및 헌법교육에 대한 국민 서비스를 하려고 통과시키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얼토당토 않은 법안이다. 인권침해가 분명하고 위헌인 인터넷실명제를 따르지 않겠다."

148개 시민사회단체와 인터넷신문협회, 인터넷기자협회 등이 9일 국회를 통과한 인터넷실명제에 대한 불복종운동을 선언했다.

이들 단체들은 10일 오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부터 '실명확인 시스템' 설치거부 등 곧장 인터넷실명제 불복종운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또 법안이 실제 적용되는대로 위헌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서는 한편, 대중적인 실명제 불복종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들은 실명제 통과의 주역인 원희룡(한나라당), 김학원(자민련) 두 의원에 대한 낙선운동을 적극 펼칠 예정이다. 인터넷실명제 적용으로 벌금을 물게 된다면,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금운동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어 17대 국회가 개원되면 관련 선거법 개정을 위한 입법절차를 밟겠다고 이들 단체들은 덧붙였다.

"1000만원 벌금 감수하더라도 악법 깨겠다"

하승창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은 "그동안 수많은 시민단체는 물론 인터넷신문과 인터넷기업, 국가위원회조차 인터넷실명제 도입에 반대의 뜻을 밝혔지만 국회는 단 한번의 논의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법률을 통과시켰다"고 비판했다.

하 처장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위협하는 법률을, 그것도 효과와 실현가능 조차 의심스러운 법률을 무책임하게 제정하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이를 지적하는 수많은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대해 귀를 틀어막기까지 했다"고 거듭 국회를 규탄했다.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이데일리> <아이뉴스24> 등 대표적인 인터넷신문이 소속된 한국인터넷신문협회(회장 이창호 아이뉴스 대표)는 위헌적이고 반인권적인 인터넷실명제를 법제화와 무관하게 전면 거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훈(이데일리 대표) 인터넷신문협회 부회장은 "그동안 언론·표현의 자유 침해와 인터넷 사전검열의 독소적 요소를 지적하면서 인터넷실명제 도입 철회를 촉구했지만 국회는 당리당략에 따른 졸속 입법으로 법제화를 단행했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이 회장은 "인터넷실명제 법제화와 관련한 그 어떤 행정적 조치에도 협력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인터넷 언론사, 인터넷기자협회 등 모두 동참

50여개 인터넷언론사 기자 400여명이 소속된 한국인터넷기자협회(회장 윤원석 <민중의소리> 대표) 역시 "인터넷실명제 법안이 통과된 9일은 부패타락한 정치권이 인터넷언론과 국민의 언론·표현의 자유를 무참히 짓밟은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 사무처장은 "법안이 적용되는 즉시 해당 인터넷언론사와 인터넷사이트는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30일 이내 설치하게 돼 있다"면서 "그러나 시스템 설치를 하는 시기면 이미 선거가 중반 이상 치달아 법안의 실효성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이같은 사정을 감안할 때 의도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인터넷실명제 불복종이 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며 "현실성이 결여된 법안을 무책임하게 통과시킨 정치권은 대오각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칠준(다산인권센터) 변호사는 불복종운동에 참여한 시민단체, 변호사 단체와 공동으로 즉각적인 위헌소송 제기 및 위헌법률 심판제청을 추진하고 인터넷실명제가 위헌이라는 사법부의 판결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익명상 언론·표현의 자유 및 인권침해, 자기통제 정보권 침해, 미성년자의 정치적 의사표현 등 선거자유까지 제한하는 인터넷실명제는 분명한 위헌"이라고 규정했다.

이날 시민사회단체와 인터넷언론계 등은 공동대응책으로 ▲위헌소송 제기 ▲실명확인 시스템 설치 거부 ▲대국민 실명제 불복종 캠페인 ▲주민등록번호보호 캠페인 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국민행동 요령으로 ▲법안 통과시킨 국회의원 심판 ▲인터넷실명제 폐지 서명운동 ▲온라인캠페인 동참 ▲불복종운동 인터넷사이트 보호 및 지원활동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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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은 실명제 해도 되고 안해도 된다
민주당도 인터넷 실명제 불복종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인터넷실명제 불복종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도 동참을 선언했다.

신철호 민주당 전자정당추진기획단장(CIO)은 10일 "민주당 홈페이지에서 익명게시판을 유지하면서 인터넷실명제 불복종 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인터넷신문 <아이뉴스24>가 전했다.

신 단장은 이날 "인터넷실명제가 인터넷의 부작용을 차단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한다"며 "(내가) 민주당 CIO로 있는 동안 절대로 인터넷 실명제를 게시판에 도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홈페이지는 현재 익명게시판과 실명으로 회원 가입을 해야 하는 자유게시판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통과된 선거법에 의하면 정당과 후보 등의 홈페이지는 실명인증을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것으로 나타나 형평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실명인증 프로그램을 30일 이내 의무 설치해야 일반 인터넷사이트 및 언론사와 달리 정당과 후보자 등의 홈페이지는 관련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도 있고 설치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신문이나 포털사이트, 일반 사이트는 물론 개인 블로그 홈페이지까지 정치관련 내용을 다루는 경우 실명인증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다음은 10일 발표된 '인터넷실명제 통과 규탄 및 불복종운동' 기자회견 전문이다.

국민 여러분. 결국 우리는 어제 국회가 인터넷 실명제를 통과시키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집회와 성명, 의원들과의 면담, 각종 온-오프라인 매체에서의 기사화 등 모든 합법적 수단을 동원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함께 마음을 모아주시고 함께 행동에 나서주셨던 모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할 따름입니다.

불과 1주일만에 123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실명제에 불복종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대표적 인터넷 언론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인터넷신문협회가 실명제를 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표적 포탈 사이트인 미디어다음 역시 불복종에 동참했습니다.

주요 포탈, 쇼핑몰들이 참여하고 있는 인터넷 기업협회와 웹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앙일간지들이 참여하고 있는 온라인 신문협회도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주요 매체에는 연일 실명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IT 전문가들의 칼럼이 개재되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국회는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단체와 국가인권위까지도 실명제가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지적했지만, 국회는 합리적인 답변은커녕, 단 한 번의 논의조차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법률을 통과시켜 버렸습니다.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위협하는 법률을, 그것도 효과와 실현가능성조차 의심스러운 법률을 무책임하게 제정하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이를 지적하는 수많은 시민사회의 목소리들에 대해 귀를 틀어막기까지 한 것입니다.

더 나아가 시민사회단체들이 표현의 자유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면서 인터넷 상의 각종 욕설이나 명예훼손, 유언비어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는 외면한다는 식으로 매도하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저희들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아니, 저희들 또한 그런 식의 욕설과 유언비어로 인해 무수히 많은 피해를 입어온 피해자들입니다.

때문에 수많은 인터넷 언론들, 시민사회단체들, 네티즌들 스스로가 나름의 게시판 문화를 가꾸어왔으며 이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나, 법률에 의해 강제적으로 실명제를 실시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특히 지금 도입되는 실명제는 정치권이 자신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국민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시도일 뿐입니다. 네티즌들은 해결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입니다.

국민 여러분, 실명제는 통과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입니다. 오늘부터 저희들은 이 법을 폐지하기 위한 싸움에 나섭니다. 이미 선언했듯이, 바로 오늘부터 불복종이 시작됩니다. 2004 총선청년연대는 실명제 통과의 두 주역인 원희룡 의원과 김학원 의원에 대한 낙선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제도가 실제로 집행되는 순간 즉각적으로 위헌 소송에 나설 것입니다. 어떤 사이트가 실명제로 인해 벌금을 물게 된다면, 법적 대응은 물론, 모금 운동을 포함하여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17대 국회가 개원하는 순간 곧바로 선거법 개정을 위한 입법 절차를 밟을 것입니다.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다음과 같은 공동행동에 나설 것입니다.

1. 위헌성이 명백한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서 즉각 위헌 소송을 진행할 것입니다.
2.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불복종운동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실명 확인 시스템의 설치를 거부할 것입니다.
3. 인터넷 실명제도의 위헌성에 대해서 네티즌과 국회들에게 알리는 대중적인 '실명제 불복종 캠페인'을 진행할 것입니다.
4. 인터넷 실명제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민등록번호 침해에 대항하고 보호하는 '주민등록번호보호캠페인'을 진행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행동에, 다시 한번 동참해주십시오.

1.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인터넷 실명제를 통과시킨 국회의원을 심판하여 주십시오.
2. 인터넷 실명제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과 '실명제 불복종 캠페인'과 '주민등록번호보호캠페인' 등 각종 온라인 캠페인에 동참하여 주십시오.(www.freeinternet.or.kr).
3. 불복종운동으로 처벌을 감수한 인터넷 사이트를 보호하고 지원해주십시오.

2002. 3. 10. 인터넷 실명제 불복종에 돌입하는 시민사회단체 일동(총 148개단체)

<인권> 광주 NCC 인권위원회, 다산인권센터, 불교 인권위원회, 안산노동인권센터, 원불교 인권위원회,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지문날인 반대연대, 천주교 인권위원회, 천주교 청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평화인권연대, 광주인권운동센터,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환경단체>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정보센터, 환경정의시민연대,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인드라망생명공동체, 녹색연합,

<여성·성적소수자> 전쟁을반대하는여성연대WAW, 한국동성애자연합,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여성주의저널 일다, 동성애자인권연대, 전북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평화·통일> 평화네트워크,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통일연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좋은벗들,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반미여성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보건의료·복지·장애인>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민중의료연합, 보건복지민중연대, 민중복지연대,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장애인의 꿈너머

<학술>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역사문제연구소, 진보교육연구소, 전국교수노동조합

<문화·언론> 문화연대, 도서관운동연구회,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전국시사만화작가회의, 전북민주언론운동연합,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영화인회의, 우리만화연대, 미디어연대,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 불교언론대책위원회(위원장, 진관), 부산 불교언론 대책위(위원장, 보화), 광주 불교언론대책위(위원장, 광민), 대전 불교언론대책위(위원장, 도광), 대구 불교언론대책위(위원장, 재원)

<노동·민중>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빈민연합,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한국전자통신연구원노동조합,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전국농민회총연맹

<정보통신·과학> 부산정보연대PIN, 서울대 이공대 신문사, 성남청년정보센터, 한국기독교네트워크, 진보네트워크센터, 전북대정보통신큰눈,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시민참여연구센터, 정보통신연대 INP

<정당·정치> 민주노동당, 사회당, 노동자의힘, 녹색정치준비모임

<청년·학생>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한국청년단체협의회, 학생행동연대

<시민·사회단체> 사회진보연대, 다함께, 시민행동21, 서울YMCA, 투자협정·WTO 반대 국민행동, 안티피라미드, 참여연대, 함께하는시민행동

<인천> 민주개혁을 위한 인천시민연대, 가톨릭환경연대, 건강한노동세상, 남동시민모임, 민주노총인천본부, 인천교육문화센타희망터, 인천녹색소비자연대, 인천녹색연합, 인천민중교회연합, 인천여성노동자회, 인천여성민우회, 인천환경운동연합, 인천참여자치연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인천지회,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제주>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여민회, 제주환경운동연합

<전북> 전북민중연대회의(민주노총전북본부, 전북평화와 인권연대, 노동의 미래를 여는 현장연대, 전주근로자선교상담소, 전북인권의정치학생연합, 전북여성노동자회, 인권운동젊은연대, 전북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가톨릭노동사목 노동자의집, 전북민주화교수협의회, (사)전북실업자종합지원센터, 다함께, 가톨릭농민회, 전북지역교수노조, 민주노동당전북도지부, 사회당전북도지부)

<전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마산창원진해참여자치, 참여자치군산시민연대,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울산참여연대, 대구참여연대, 의정부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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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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