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북구, 전국최초로 '주민참여예산조례' 제정

예산투명화·주민자치 등에 새 전기...주민 전문성 제고 등 과제

등록 2004.03.11 21:57수정 2004.03.14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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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재균 북구청장. 그는 지난해부터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주민자치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노력을 기울리고 있다.

김재균 북구청장. 그는 지난해부터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주민자치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노력을 기울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광주광역시 북구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광주시북구 주민참여예산제운영조례'를 제정했다.

지난해 참여정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주민참여형 예산편성제도 시행을 권고한 이후 자치단체에서 주민참여예산조례를 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광주시 북구의 예산 달력은 상당 부분 달라지게 됐다.

주민참여예산제 실시는 그 동안 민주노동당과 예산감시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이 줄곧 요구해 왔던 것으로 예산편성 과정에서 주민 의사를 적극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제도다.

11일 광주광역시 북구의회는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북구청(청장 김재균)이 발의한 주민참여예산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시민예산위원회 상설화
각 부서별 예산요구서부터 공개


이 조례안은 예산 편성 과정에서부터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하도록 주민참여 예산제도를 법제화해 주민자치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참여정부가 예산지침서에 권고한 인터넷, 설문조사, 주민공청회, 단체간담회 등을 대부분의 지자체가 요식행위로 인식하거나 아예 실시하지 않고 있는데, 이번 조례안에서는 제도화에 나서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에 제정된 주민참여예산조례는 재정운영 공개를 통한 투명성·민주성 확보로 재정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을 기본 이념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예산편성시 정보공개 및 주민참여를 보장하고, 일반시민공모 등을 통해 80인 이내의 예산참여시민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오관영 함께하는시민행동 예산감시국장은 "예산감시운동, 재정민주주의에 획기적 시도"라며 "참여과정에서 북구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가 높아지고, 정책의 우선순위에 개입하면서 공동체운동과 주민자치운동의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미 북구청은 지난해부터 실험적으로 시민위원회를 구성해 의견 수렴과정을 거쳤다. 또 주민예산학교 개최하고 주민참여예산연구회를 만들어 조례제정 등 연구활동을 가지기도 했으며, 장·관·항·목 등 이해하기 어려운 예산안을 사업별로 쉽게 풀어서 인터넷과 책자로 발간하는 노력도 기울렸다.


김영석 북구청 예산팀장은 "지난해 시민위원회 활동과 주민의견을 수렴을 통해 사업의 우선순위에 따라 계상했다"면서 "주민들의 신선한 의견에 따라 예산사업 45건 등 64건 중 54건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또 김 팀장은 "주민참여제도는 주민들의 알권리를 충족했다는 것이 큰 의미"라며 "새로운 재정 자치모델로서 전국에 파급효과가 있고 이는 주민자치 운동의 새로운 경험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상시적으로 활동할 시민위원회 구성은 각 동의 주민자치위원 추천자와 공개모집 절차에 의해 선정된 주민 등으로 구성된다. 또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각 부서별 예산편성요구안에 대해서 분야별로 더욱 심도있는 논의와 주민 의사 수렴 활동을 하도록 했다. 시민위원회는 구청의 추진사업과 예산관련 모든 자료를 검토할 수 있다. 특히 모든 정보는 사전에 인터넷 등을 통해 시민에게 공개된다.

특히 이 조례는 예산정책토론회를 의무화하고 사전설명회, 분야별 토론회, 총괄토론회를 개최하도록 했다. 사전설명회는 매년 1회 개최하고 전년도 결산결과에 대한 설명과 다음연도 예산편성 방향에 대한 토론으로 진행한다. 분야별 토론회와 총괄토론회는 매년 9월이나 10월중에 개최하도록 못박았다.

이러한 토론회를 통해서 북구 전체 예산편성의 우선 순위, 대규모 신규사업의 타당성 등이 조정된다.

성공 여부에 따라 타 지자체에 영향... 시민참여와 전문성 과제

북구청의 주민참여예산조례 제정에 참여자치21은 논평을 통해 "납세자 주권과 재정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제도적인 기반을 만들었다는 점, 예산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획기적인 의미가 있다"고 환영했다.

이어 "그 동안의 예산감시운동이 예산심의과정의 의견서 제출, 집행과정의 낭비사례 적발 등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면서 "북구청의 조례제정은 지방자치발전과 행정개혁 차원에서 선진적인 면모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조례제정이 북구청에 그치지 않고 광주전남은 물론 전국의 지자체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박광우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제도화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면서 "북구청의 사례를 전형화해서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히고 "다른 지자체도 북구청의 시행착오를 지켜보는 단계이니만큼 실질적 주민참여와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북구청이 조례 시행과정에서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역효과와 더불어 행정력 낭비의 한 사례로 그칠 경우에는 주민참여예산제도 존립자체가 요원해진다는 것이다.

오관영 함께하는시민행동 예산감시국장도 "집행부의 의지, 시민사회의 노력, 의회의 협조가 만든 전국적 모범사례"라며 "첫 시도인만큼 북구청도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 국장은 "일부 시도에서 예산정책토론회 등을 통해 참여를 보장하고 있지만 제도화 되지 않아서 언제든 중단될 처지"라면서 "조례제정은 단체장의 의지의 문제가 아닌 의무의 문제가 되기 때문에 제정 자체가 의미다"고 덧붙였다.

이어 오 국장은 "전국예산감시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과 2004년 참여예산제도, 주민소송제, 주민소환제도 등 주민자치운동을 주요 과제로 선정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주민참여예산조례와 관련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전문성 제고, 이익집단화와 지역이기주의 발로 등은 운영과정 상 과제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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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예산 편성과정 참여는 의회 심의권 침해?

주민들의 예산편성 과정 참여는 주민자치운동과 예산감시운동에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하는 순기능이 기대된다. 그러나 많은 지자체들은 아직 예산과 관련된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전시행정의 행태를 보이고있다.

다만 인천광역시와 경기도 부천시, 전남 나주시, 전북 익산시는 공청회와 예산정책 토론회·시민예산설명회를 개최하거나 사전심사제 등을 통해, 서울시 강남구는 1억원 이상 주요예산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주민의견을 수렴해 온 사례가 있다.

그러나 일정한 주민들의 의사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는 순천시 등은 조례제정까지는 반대하고있는 입장이다. 지자체뿐 아니라 지방의회에서도 대부분 반대하고 "의회의 예산심의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에 대해 정상진 광주북구의회 의장은 "전혀그렇지 않다"면서 "자치구 의회의 가장 큰 기능은 예산안 심의 의결권인데 예산편성권은 집행부가 가지고 있는 권한이다, 그 의무를 이행하는데 효율적이고 투명한 편성을 위해서 조례를 제정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주민이 참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 의장은 "단지 주민들이 참여하면서 편성한 예산안에 편파적이거나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할 경우 의회가 심의해서 조정할 수 있다"면서 "처음에는 의원들도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함께 토론하는 과정에서 해소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 의장은 "편성하면서 주민들 참여가 있으면 내실있고 투명한 예산편성이 된다"고 조례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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