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때리지 마세요"

교사가 학부모에게 보내는 편지

등록 2004.03.12 09:46수정 2004.03.12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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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시작은 1월이지만 우리는 3월을 늘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설레는 달로 기억합니다. 3월은 추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맑은 눈망울을 가진 1학년 아이들이 초등학교 교정을 가득 채우며 봄을 피워 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처음 학교라는 공간에 발을 딛는 아이들의 눈빛에는 희망과 기대보다는 두려움과 불안함이 실려 있습니다. 처음 만나는 친구들이 낯설고, 교실이라는 닫힌 공간이 주는 어색함이 마냥 천진난만하던 아이들을 주눅들게 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 ‘무섭다’는 선생님을 만나는 두려움이 큰 것이죠. 아이들은 선생님을 만나 본 적도 없지만 이미 선생님이 어떤 분이라는 걸 잘(?) 알거든요. 아이가 학교에 입학할 무렵이 되면 부모님들은 이런 말로 아이들에게 겁을 주시죠.

“너 이래서 학교에 가겠니?”
“너 이러면 나중에 학교 가서 선생님한테 혼나!”

학교라는 공간은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을 것 같은 아주 무시무시한 곳이라고 아이들은 입학하기도 전부터 배웁니다. 이런 아이들의 두려움은 오히려 학교생활을 즐겁게 시작하는 데 방해가 됩니다. 선생님은 무섭고 두려운 존재라는 생각보다는 도움이 필요할 때 자상하게 도와주는 도우미라는 생각을 갖게 해 주세요.

또한 아이들에게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만큼 다른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 주세요. 어느 부모에게나 자식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소중함이 지나쳐 자기 자신만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초등학교 입학 전에도 아이들은 유치원이나 유아원에서 공동체 생활을 경험하지만 학교는 더 많은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랍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경험도 하게 됩니다. 이때 늘 자신만이 우선적으로 배려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때로는 자신보다 다른 사람이 먼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지도해 주세요.


때리지 말아 주세요. 체벌을 통해 교육받은 아이는 대화를 통해 설득되지 않습니다. 매에 길들게 되는 것이죠. 합리적인 방법만이 아이를 합리적이게 합니다. 폭력은 학습된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가정에서건 학교에서건, 어른에게나 아이에게나 폭력은 폭력일 뿐입니다.

사랑의 매는 없습니다. 사랑한다면 매 대신 다른 것을 찾아야 합니다. 만약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이 매밖에 없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닐 것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아는 어떤 사랑에도 폭력은 없습니다. 부부간의 사랑에도, 친구간의 사랑에도, 신과 인간과의 사랑에도 폭력이 끼어들 자리는 없습니다. 제발 매 아닌 다른 방법으로 아이들을 사랑해 주세요.


아이의 말에 최대한 귀기울여 주세요. 아이들의 상상력은 어른보다 뛰어납니다. 그래서 때로 어른들이 보기엔 현실성이 없는 생각을 하거나 황당한 요구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아이를 무안하게 하거나 무시하지 말아 주세요.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주고 그 다음에 부모님의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는 대화를 통해 교육받은 아이입니다. 아이들과 대화로 소통하려면 무엇보다 부모님들이 원칙을 지키셔야 합니다. 부모님은 지키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만 강요해서는 안 되죠.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이중적인 가치관을 갖게 됩니다.

‘건널목으로 건너야 할까? 차가 없으면 그냥 건널까?’

부모님의 손에 끌려 무단횡단을 해 본 아이는 규칙을 신뢰하지 않게 됩니다. 아이들은 부모님으로부터 가장 많은 것을 배운다는 점을 항상 기억하세요. 좋은 아이로 키우는 비결은 좋은 학습지를 고르는 게 아니라 좋은 부모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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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행하는 <월간 인권>의 주요기사를 오마이뉴스에 게재하고, 우리 사회 주요 인권현안에 대한 인권위의 의견 등을 네티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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