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학새내기들 함께 '통일 배움터'

'통일새내기 배움터', 12일부터 14일까지 금강산서 열려

등록 2004.03.15 11:17수정 2004.03.1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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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대학 새내기들이 금강산에서 대규모 상봉모임을 갖고 감격적인 포옹을 했다. 이들은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금강산에서 공동으로 '통일새내기배움터(이하 통일새터)'를 진행하고 '통일'과 '민족자주'를 주제로 다채로운 행사를 펼쳤다.

남북 교류 사상 대학생들만으로는 첫 대중적 만남이 이루어진 이번 금강산 통일새터는 남북 대학생 8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펼쳐진 공동행사와 남쪽 새내기 대학생들의 장기자랑 무대 등으로 꾸며졌다.

남북 대학생들간의 만남이 있던 13일 온정각 일대는 아침 일찍부터 술렁이기 시작했다. 남쪽 대학생들은 북쪽 친구들을 만난다는 설렘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침 식사를 마친 통일새내기들이 서둘러 자리를 잡은 곳은 공동행사가 열리는 온정각 문화회관.

a 13일 오전 9시50분 남북 공동행사 장소인 온정각 문화회관 앞에 남쪽 새내기 대표의 마중을 받고 있다

13일 오전 9시50분 남북 공동행사 장소인 온정각 문화회관 앞에 남쪽 새내기 대표의 마중을 받고 있다 ⓒ 석희열

공동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북쪽 참가단 100여명이 이날 오전 9시 50분 문화회관 앞에 도착하자 행사장은 흥분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남쪽 새내기 대표가 나와 "몸은 비록 떨어져 있었지만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고 인사를 건네자 북쪽 새내기 대표는 "그동안 너무 보고 싶었다"고 화답했다. 그리고 뜨거운 포옹이 이어졌다.

북쪽 참가단이 단일기를 흔들며 문화회관으로 들어서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남쪽 대학생 700여명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북쪽 친구들을 맞았다. 조홍규(전 의원) 지우다우 고문과 평양의학대학 리원진 학장 등 주석단(主席團)이 무대 위에 오르면서 개막식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a 북쪽 참가단이 문화회관으로 들어오자 남쪽 대학생들이 손을 높이 쳐들며 환호하고 있다

북쪽 참가단이 문화회관으로 들어오자 남쪽 대학생들이 손을 높이 쳐들며 환호하고 있다 ⓒ 석희열

북쪽 리철진(김책공업종합대학 4) 단장은 인사말을 통해 "오늘의 이 만남은 남북 대학생들의 통일열기를 더 한층 북돋아주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조국통일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 단합을 두터이 하는 자랑스런 민족의 아들딸로 존엄 높은 우리민족 제일주의 기치 아래 민족의 활로를 열어나가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명규(연세대 부총학생회장) 남쪽 단장은 "7천만 겨레의 통일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우리민족에게 자부심을 안겨준 6·15공동선언을 이끌어 냈다"면서 "평화와 통일을 향한 중요한 역사적 임무를 시작하고 있는 청년학생들이 통일의 씨앗이 되어 한반도에 통일의 꽃을 피우자"고 화답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객석에서는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카메라 플래시가 곳곳에서 터졌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웃으며 반가움과 정겨움에 소리를 내지르기도 했다. 잡은 손을 놓지 못하는 새내기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이어 벌어진 상봉모임(토론회)에서 남북 청년학생들은 민족공조와 Corea 단일 국호 표기 문제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민족 정체성을 확인했다.


a 이날 개막식과 상봉모임은 남북 공동사회로 진행됐다(오른쪽이 북쪽의 여대생 김금희씨)

이날 개막식과 상봉모임은 남북 공동사회로 진행됐다(오른쪽이 북쪽의 여대생 김금희씨) ⓒ 석희열

김철호(김일성종합대학)씨는 '우리 민족의 우수성과 자부심'이라는 주제발표에서 "비록 반세기 넘는 긴긴 세월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지만 우리는 원래부터 하나된 핏줄이고 마주보아도 말이 통하는 같은 겨레"라면서 "선조들이 이룩한 자랑스런 우리민족의 긍지와 존엄을 지켜낼 과제가 지금 우리 청년 앞에 나서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민족은 반만년의 오랜 세월 하나의 핏줄을 이어 받으며 하나의 강토에서 하나의 역사와 문화를 창조해온 자랑에 높은 단일민족"이라고 강조하고 "우리민족 제일주의 기치를 높이 들고 부강번영의 길로 나아가는데 청춘의 지혜와 열정을 다 바쳐나가자"고 말했다.

'우리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을 빛내자'라는 주제발표를 한 정승곤(홍익대 4)씨도 "우리 민족은 하나의 핏줄과 하나의 언어를 가지고 하나의 역사와 문화를 창조해온 단일민족"이라며 "우리 민족의 열렬한 조국애와 민족애, 높은 민족자주정신은 남북의 대학생은 물론 7천만 겨레의 가슴 속에 늘 살아 숨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민족의 운명을 가장 앞장에서 개척해왔던 청년학생답게 이제는 조국통일의 열차에 가속엔진을 달아야 한다"면서 "6·15공동선언이 가리키는 길을 따라 자랑스런 민족의 딸아들로서 한반도의 평화와 자주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우리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을 빛내어 가자"고 역설했다.

a 북쪽의 대학생들이 남쪽 대학생들의 주제발표(토론내용)을 귀담아 듣고 있다

북쪽의 대학생들이 남쪽 대학생들의 주제발표(토론내용)을 귀담아 듣고 있다 ⓒ 석희열

특히 남북 대학생들은 일본이 과거 우리민족에 대한 말살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우리나라의 영문표기 첫 글자를 C에서 K로 바꿨다며 외세에 농락 당한 역사와 문화를 되찾고 지키는 투쟁을 남북이 함께 벌여 Corea 단일 국호를 반드시 되찾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들은 "일제에 의해 뒤바뀐 우리의 영문 국호 Corea를 되찾는 운동은 6·15공동선언 이후 남녘과 북녘의 대학생들과 각계각층에서 대중적인 운동으로 전개되고 확산되고 있다"면서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민족의 존엄을 귀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우리민족의 국호를 되찾기 위한 일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날 상봉모임에서는 '6·15공동선언의 기치 따라 청춘의 열정을 바쳐 통일의 새날을 열어가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북쪽 대학생들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하여 한나라당 등 보수세력에 대한 강력한 비난을 쏟아내기도 해 관심을 끌었다.

단국대 새내기 박웅배씨는 "6·15공동선언으로 철길이 열리고 바닷길이 열렸으며, 수많은 동포들이 서로 오가면서 이제 통일의 문이 활짝 열릴 날도 머지 않았다"며 "분단된 조국의 아들딸로 태어나 언제나 통일을 위해 맨 앞장에 섰던 통일조국의 주인공인 남북의 대학생들이 통일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고 공동선언의 정당함을 만방에 알려내자"고 말했다.

또 "남북의 대학생들이 민족의 운명에 대해 토론하고 통일조국의 청사진을 함께 그려나가는 이 자리에 모인 우리가 민족의 통일약속 6·15공동선언대로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을 앞당기자"면서 "미래의 주역답게 정의를 사랑하는 청춘답게 전세계가 격찬하고 부러워할 자랑스런 통일조국을 만들기 위해 하루하루를 보람차게 살아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a 북쪽 백별님(김책공업종합대학 4)씨는 주제발표에 앞서 "처음 보는 남쪽 친구들이 전혀 낯설지 않고 예전처럼 한 학급에서 공부하는 동무처럼 느껴진다"고 말해 남쪽 새내기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북쪽 백별님(김책공업종합대학 4)씨는 주제발표에 앞서 "처음 보는 남쪽 친구들이 전혀 낯설지 않고 예전처럼 한 학급에서 공부하는 동무처럼 느껴진다"고 말해 남쪽 새내기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 석희열

북쪽의 김책공업종합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백별님씨는 "일부 보수세력을 제외하면 민족 내부에는 어느 누구도 남과 북이 둘로 갈라지길 바라지는 않았지만 외세에 의해 민족분열이 시작되었다"며 "이로 인해 우리 민족은 60년을 피해와 멸시와 생이별을 당하며 고통받고 있다"고 민족 허무주의를 털어 버릴 것을 주장했다.

이어 그는 "어제 남쪽 국회에서 벌어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반통일세력과 보수세력에 의한 쿠데타"라고 비난하고 "따라서 이는 외세에 추종하는 보수 매판세력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며 남쪽 사회의 탄핵정국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남북 대학생들의 상봉모임을 지켜 본 작가 송영(64)씨는 "남북 새내기들의 모임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사회가 진보했구나, 앞으로 나아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통일은 결국 습관이 만든다. 이러한 만남이 반복되고 되풀이되면 우리 사회에도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홍규 지우다우 고문은 "이번 상봉모임은 상당히 성과가 있는 만남이었다. 새내기들이 많아 상당히 역동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이들이 앞으로 통일의 밑거름이 되고 동력이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지원하고 격려할 것"이라며 남북 새내기 대학생들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평양의학대학 리원진 학장은 "6.15공동선언의 기치 따라 통일의 문을 열어가려는 청춘의 열정에 감사하고 존엄을 보내고 싶다"면서 "우리 청년학생들이 외세가 아닌 우리의 민족장단에 맞춰 함께 춤추고 노래하면서 계속해서 민족의 존엄을 지켜나갔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통일부 박광호 문화교류과장은 "남북 대학생들의 문화교류나 만남은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도 적극 권장되고 추진되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이번 남북 대학생 토론회에서 남쪽의 체제나 내정에 간섭하는 듯한 북쪽 대학생들의 발언이 나온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는 지난 92년 발효된 남북 기본합의서에도 위배된다"고 말했다.

a 북의 청년중앙예술선전대의 <물동이 춤>

북의 청년중앙예술선전대의 <물동이 춤> ⓒ 석희열

이날 남북 공동행사에는 이밖에 대학생들과 문예단(예술선전대)으로 구성된 예술공연이 잇따라 펼쳐졌다. 오후에는 김정숙 휴양소에서 남북 대학생들이 함께 점심식사를 한 다음 삼일포 공동 등반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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