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산대놀이 13

신임포교

등록 2004.03.15 17:47수정 2004.03.1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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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황당한 소리를 다 듣겠소! 무고한 사람을 도둑으로 몰아 어쩌겠다는 것이오? 내가 그쪽의 도둑질하는 모습을 봤다고 미리 선수를 치는 것이오?"

소매치기의 엉뚱한 소리에 백위길은 코웃음을 치며 소리쳤다.


"이 자 주위에 있던 분들은 어서 자신의 소매와 바지춤을 살펴보시오!"

그 말에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소매 춤을 뒤져보고선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런! 내 장사 밑천!"

"어이구야! 내 엽전 꾸러미!"

몇몇 사람들이 저마다 이구동성으로 돈이 없어졌다고 소리를 치자 백위길은 소매치기의 품속과 소매를 뒤져보았다. 하지만 소매치기의 품속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백위길은 탄식하듯 말했다.


"허! 한 패가 있었던 모양이군!"

"네 놈이야 말로 한패에게 돈을 빼돌려 놓고 딴소리를 하는 구나. 이 눈으로 똑똑히 봤다!"


사람들도 두 패로 갈려 이 사람이 도둑이다 저 사람이 도둑이다 언쟁을 벌였다. 소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감의 행차를 알리던 집사가 포교와 포졸들을 데리고 왔다.

"무슨 일이냐?"

포교가 사람들 사이를 비집으며 앞으로 나섰다.

"글쎄, 저희들 돈을 누군가 훔쳐갔는데 둘 중 하나가 도둑임이 틀림없습니다."

"일단 둘 다 포도청으로 가자. 게다가 너희가 감히 대감의 행차를 막았으니 그 죄도 물을 것이니라."

"그게 무슨 소립니까? 대감의 행차는 이미 지나갔…."

백위길이 채 말을 마치기도 전에 포졸 것을 순식간에 빼앗아 든 포교의 육모방망이가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배에 꽂혔다. 백위길은 잠깐 동안 숨을 쉴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허튼 소리를 지껄이면 당장 이 자리에서 물고를 낼 것인 즉, 잔말 말고 따라오너라!"

백위길로서는 억울한 일이었지만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혹시 나 말고 그 광경을 본 사람이 있으면 좋으련만.'

괜히 정의감으로 뛰어 들었다가 억울한 일을 당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하자 백위길로서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대로 억울하게 옥에 갇히거나 귀양을 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여태껏 성실히 살아온 생이 아깝구나.'

포교는 백위길과 소매치기를 대뜸 포도청으로 데려가 옥에 가두어 놓았다. 백위길은 분한 마음에 또다시 몽둥이질을 당할 각오를 하고 따졌다.

"이보시오! 둘 중에 누가 죄인인지도 모르면서 같이 옥에 가둬놓고 보는 것은 무슨 심사요!"

포교는 제 알 바가 아니라는 듯 콧구멍을 후비며 백위길에게 비웃음만을 보낼 뿐이었다. 백위길은 옥졸이 듣지 못하도록 작은 목소리로 소매치기에게 말했다.

"이보게, 자네가 훔친 것은 뻔한 일이니 실토하게! 이러면 자네 죄만 커질 뿐이라네."

소매치기는 유들유들하게 웃으며 말했다.

"원래 도둑이 제발 저리다는 말이 있지! 그런 말로 현혹해 보았자 소용없네."

"아니 이 자식이!"

억울한 기분에 한 말에 상대방이 오히려 이런 대답을 하자 순간적으로 자제력을 잃은 백위길이 멱살을 잡고 소매치기를 쓰러뜨렸다. 소매치기는 죽는 소리를 내었다.

"사람 살려라! 이 놈이 사람 죽인다!"

옥졸이 퍼뜩 달려오자 당황한 백위길은 손을 놓았고 소매치기는 계속 엎어져 끙끙 앓기만 했다.

"무슨 일이야?"

"이 놈이 사람 친다오. 어구구…."

옥졸은 둘을 서로 번갈아 보더니 더 이상 관여하는 게 귀찮은지 조용히 하라는 말만 내뱉고는 자리를 떠나버렸다. 백위길로서는 밉살스러운 소매치기를 노려보며 한시바삐 옥을 나갈 생각만 하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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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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