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분신사망사건 '안개정국' 심화

분신대책위·비정규직노조 연대회의 등 현중노조 제명 요구

등록 2004.03.17 18:15수정 2004.03.17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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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전국비정규직노조대표자연대회의(준)는 17일 오후 현대본관 앞에서 '‘열사정신 계승! 현대중공업 규탄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전국비정규직노조대표자연대회의(준)는 17일 오후 현대본관 앞에서 '‘열사정신 계승! 현대중공업 규탄결의대회’를 개최했다. ⓒ 박신용철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고 박일수씨가 분신 사망한 지 한달여가 경과했지만 해결의 실마리는커녕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정국에 휩싸이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이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제출한 현대중공업노조 징계안을 받아들여 진상위원회를 구성,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여부와 징계수위를 결정할 방침인 가운데 '고 박일수 열사 분신대책위'는 공식적으로 '현대중공업(노조)의 중징계'를 요구하고 나섰고 현대중공업 노조는 '분신대책위의 유가족으로부터 위임받은 교섭권한 이양과 해체'로 맞서고 있다.

분신대책위는 "현중노조의 반노동자적 행위는 반드시 절차를 밟아 처리하도록 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고 전국비정규직노조대표자연대회의(준)(이하 연대회의(준))는 현대중공업 노조 제명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고 박일수씨 분신사망사건에 대한 안개정국이 심화되자 연대회의(준)은 17일 오후 서울 계동 현대 본사 앞에서 '열사정신 계승! 현대중공업 규탄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정부와 사측의 무성의한 태도를 규탄했다.

특히 이날 규탄집회 참가자들은 "더 분노하는 것은 현대중공업의 태도보다도 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정규직 노조의 태도"라고 입을 모았다.

박대기 연대회의(준) 부의장은 개회사에서 "현대중공업에서 수없이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데 노동부는 특별관리감독을 하겠다고 해놓고서도 핑계를 대며 연기하고 있다"며 "노동자들이 얼마나 더 죽어야 자본가, 정부가 '이래서는 안되겠구나'하고 생각할지 모르겠다"고 통분했다.

박 부의장은 "현대사옥에서 정몽헌씨가 자살했을 때 얼마나 떠들썩했나. 노동자들은 몇 명이 죽어야 신경을 쓸지 답답하다"면서 "대통령도 노동부도 현대중공업 사태를 외면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가 돌아가셨을 때 노무현 정권은 신임 초기라 움직이는 모습이라도 보였지만 지금 현대중공업 문제에 나서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는 "대통령 탄핵을 한 한나라당·민주당뿐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도 똑같은 정치세력들이다. 이런 세력은 국회에서가 아니라 이 땅에서 몰아내야 한다"면서 "4·15총선에서 정몽준을 국회의원에서 떨어뜨리고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잘못했다고 사죄하는 판을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후보도 "비정규직을 착취한 검은 돈을 받아 정치를 하면서 노동악법 제정, 비정규직 투쟁에 공권력을 투입해 짓밟아온 부패한 수구보수세력인 현대중공업 정몽준이 박일수 열사를 죽였다"면서 "정몽준은 박일수 열사 영정 앞에 무릎 꿇고 진심으로 사죄하고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원·하청 불공정거래도 없애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 고건 권한대행에게도 "비정규직 두 번 죽이는 수배를 철회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이행하라"며 "노무현 대통령은 수구세력을 방패막이로 삼아 인기를 회복하려는 꼼수를 쓰지말고 공약이행에 나서라"고 거듭 요구했다. 특히 그는 "원내에 들어가면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가장 중심적인 투쟁으로 삼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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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신용철

구관서 전국시설관리노동조합 위원장은 연대회의(준)이 2004년 주요사업의 하나로 전개하기로 결정한 '현대중공업노조의 민주노총 제명 요구 투쟁' 사실을 전달하면서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었다. 이제 현대중공업 노조를 동지라 부를 수 없다"고 씁쓸함을 숨기지 못했다.

구 위원장은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노동해방도 없고 민주노총, 민주노동당도 있을 수 없다"면서 "같은 민주노총 정규직 노조에 의해 깨지고 부서졌다. 이렇게 망가진 민주노조를 다시 세우는 최전선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다"고 각성을 촉구했다.

이상준 노동해방학생연대 대표도 "탄핵정국에 휩싸인 온 나라는 노무현 대통령을 '민주화투사'인양 포장하고 있다"면서 "반면 노무현 정권의 노사관계 로드맵, 일자리창출 사회협약 등 신자유주의적 반노동자 정책은 은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노·사·정이 합의한 '일자리 창출 사회협약' 내용 중 '정규직노조는 비정규직을 위한 노동운동을 한다'는 대목을 거론하며 "이제는 자본가와 정권이 노동운동을 지도하려 하면서 한편에서는 파견업종을 확대해 비정규직을 죽음의 굴레로 몰아넣으려 하고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 탄핵 찬반이 현 정세의 본질이 아니라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본질적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고 박일수씨 분신사망과 관련해 분신대책위는 지난 3월 10일에는 현대중공업 노사 양측에 조건없는 교섭방침을 전달했지만 현대중공업은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달 초 이수호 민주노총 신임위원장과의 면담에서 "현대중공업의 비정규 노동자 문제에 대한 노사공동조사"를 약속했지만 노동부가 지난 3월 8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조선업체 하도급 실태 점검' 대상인 현대중공업에 대한 조사 일정을 연기했고 민주노총과의 공동 중간 점검 조차 시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울산동부경찰서는 지난 16일 울산지검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고 박일수 열사 분신대책위 지도부 6명(이헌구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김경석 연맹 울산본부장, 조성웅 현대중사내하청위원장, 장인권 민주노총 울산수석부본부장(분신대책위 집행위원장), 이승렬 현대중사내하청사무국장, 김주익 현대중사내하청조합원)에 대한 검거에 돌입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에 따르면 이들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유는 현대중공업이 추모집회 과정에서 '업무방해, 명예훼손, 폭력 등'을 자행했다고 고소한 사건에 따른 것이고 경찰측은 '집시법' 혐의를 가중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17일 성명을 통해 "정부의 역할이라 하면 사내하청 노동자를 분신에까지 이르게 한 부당한 노동탄압과 비정규직 차별과 이에 책임이 있는 현대중공업과 사내하청업체의 책임을 묻는 일"이라며 " 그런데 현대중공업에 책임을 묻기는 고사하고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애써온 분신대책위 간부들에 체포영장을 발부해 검거하겠다는 폭거를 저지른 것"이라고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정부측에게 "체포영장 발부를 즉각 취소하고 분신 사건에 책임이 있는 현대중공업의 책임을 물어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근로기준법 위반, 노조활동 탄압 등 부당노동행위, 불법파견 등에 대해서 즉각 조사에 착수하고 책임있는 사용자를 처벌하라"며 "이같은 요구가 계속 무시될 경우 민주노총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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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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