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석씨.오마이뉴스 권우성
- 2월에 몸이 안 좋아 입원했다고 들었다. 최근 근황은 어떤가.
"지금도 통원치료받는다. 아픈데, 나쁜 놈들 때문에 맘놓고 아프지도 못한다. 토요일에는 광화문에도 못나가고 노래를 만들었다. 나는 노사모도 노빠도 아니고, 이라크 파병이나 FTA 비준에 반대하는데, 지금 저 더러운 (국회의원) 놈들이 탄핵을 외칠 수는 없다."
- '너흰 아니야'의 인기를 실감하나.
"사이트 접속자가 많아 듣기는 고사하고 다운로드 받기도 안 된다. 환갑 맞는 분이 전화를 해서 '내가 인터넷 배운지 얼마 안되는데 힘들어 죽겠다, 서버 얼마냐, 내가 사주겠다'고 하더라. 몸값 키우려 그런다고 오해하는 분도 있었다.
'너흰 아니야'가 뽕짝 스타일이고 당김음도 많아서 따라부르기 쉽지는 않은데, 사람들이 함께 부르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은혜받고 영빨 충만해졌다.(웃음) 그러나 이런 관심은 휘발성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조회수나 다운로드 수에 연연하면 안된다. 꾸준히 필요한 노래, 하고 싶은 얘기를 해야 한다."
- '가사에 공감한다, 속이 다 시원하다'는 의견이 많다.
"가사의 플롯을 짜고 배치하고… 노래 한 곡 만들고 나면 반 시체가 된다. 그만 두고 싶은데, 계속 불러주면 그만 못 두겠고, 내 팔자가 그렇다. 내가 감성적인 부분이 있어서,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노래가 안 나온다. '너흰 아니야'는 서청원씨 때문에 만들었다.
'너흰 아니야' 1절과 2절이 각각 '모 당'과 '모 신문'에 대한 이야기다. (2002년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된)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 때문에 오랫동안 활동을 못해서, (너희가 누군지는 안 밝히고) 개짖는 소리를 넣었다."
- 탄핵에 반대하는 노래들도 벌써 두 곡이나 만들었다.
"'격문 2', '대한민국을 위하여' 두 곡 다 하루만에 만든 곡이다. 딱 이번 싸움용으로 만들었다. '대한민국을 위하여'는 노랫말 쓰다가 꺽꺽대며 울다가 (진이 빠져) 퍼져있다가 힘들게 만들었다. 종철이, 한열이, 자살한 학교 친구, 문익환 목사님 생각이 나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동세대 친구들 잊은 적 없다... 보수세력이 야기하는 충돌 조심해야"
| | |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 | | 윤민석 새노래 '헌법 제1조' | | | | 17일 촛불문화제에서는 작곡가 윤민석씨의 신곡이 발표됐다. '헌법 제1조'라는 이 노래는 말 그대로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의 내용을 가사로 담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가 반복되어 외우기도 쉽고 부르기도 쉬운 노래. 이 곡에는 국회의원이 아닌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권력에 대한 윤씨의 바람이 담겨있다. | | | | |
- '너흰 아니야'도 그렇고, 80년대와는 민중가요의 정서나 노래판이 달라진 것 같다.
"짱돌과 화염병이 나오던 80년대에는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구속, 감옥이라는 단어가 따라붙었다. 우리라고 왜 안 무서웠겠냐. 그러다보니 노래도 비장하고 투쟁적이다. 지금이라고 수구꼴통들이 변한 것은 없지만 선배열사들이 길을 닦은만큼 발전했다.
우리 세대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하는 일' 중에서 '해야하는 일'이 늘 이겼다. 행복한 느낌이 되면 나도 모를 누군가에게 미안하다. '종철이는, 한열이는 나를 보면 뭐라고 할까' 늘 그런 생각을 한다. 동세대의 죽어간 친구들을 한번도 잊은 적이 없었고, 나를 통해 이야기하기를 바래왔다."
- 집회 문화도 달라졌다. 최근 광화문 촛불문화제를 어떻게 보나. 아쉬운 점은 없나.
"날도 추운데 열정 가지고 나온 분들에게는 우리 힘을 확인시키고 보람을 주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다. 10만 가깝게 모여있는데 계속 연사가 나와서 토론할 수 있냐. (예전처럼) 국민들을 가르치려고 들면 안된다. 노래 만들 때도 국민에게 배운다. 인터넷을 보면서 독자의견 중에 반짝거리는 지혜를 발견한다.
시민들 역량으로 계속 갔으면 한다. 노래 만드는 분 노래 올리고, 사진찍는 사람 사진 찍고… 주최자는 판만 만들면 된다.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멋진 의사소통의 장이 될 수 있다.
우려가 되는 것은, 대회에 나오는 사람 숫자가 줄고 보수세력이 경찰과의 충돌을 야기할 것이다. 사소하더라도 충돌이 있거나 (우익단체의) 노인분이 조금이라도 다치면, '노인 폭행' 이런 게 신문 전면에 뜰 테고, 분위기 식는 것은 금방이다. 또 훈련 중인 미국이 이북을 자극해 북풍이 불 수도 있다. 상식을 팽개쳐 버린 집단은 설마 싶을 때 뒤통수를 치고 등에 칼을 꽂는다. 87년 때도 6.29 선언으로 급속히 (투쟁이) 정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