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앨범 'X한민국'... 콩가루사회 비판할것"

[대중문화인에게 듣는 '탄핵'] 100만인대회 무대서는 가수 신해철

등록 2004.03.19 11:26수정 2004.03.1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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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탄핵무효 부패정치 청산을 위한 범국민행동'과 함께 대중문화 예술인을 연쇄인터뷰, 탄핵에 대한 입장을 듣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첫번째로 만난 인물은 가수 신해철씨와 탤런트 권해효씨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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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됐다는 소식을 듣고 굉장히 기뻤다…. '드디어 걸렸다'고 생각했다. '굴 안에 있는 두더지 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싶었던 것이다. 사실 그들은 자기무덤을 팠다. 물론 한편으론 혈압이 오르기도 했지만 말이다."

오는 '3·20 탄핵무효를 위한 100만인 대회'에서 자신의 그룹 넥스트와 함께 무대에 오르는 신해철(36)씨의 화끈한 표현이다. 신씨는 "가결되기 전에도 사실 통과되길 빌었다, '가결시켜봐라 다 죽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설마 했지만 그들이 물었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20일 광화문 촛불문화제에서 볼 수 있는 또다른 낯익은 얼굴 한 명이 있다. 바로 지난 12일 8만여 시민이 모인 가운데 열린 광화문 문화제에서 사회를 맡았던 탤런트 권해효(39)씨. 권씨는 3·12 탄핵가결 순간, 방송국으로 향하지 않고 곧바로 여의도 집회 현장으로 갔다.

"현장에 가서 집회에 같이 참여하다가 촬영 갔다가 다시 저녁 때 국회로 갔다. 또 새벽까지 촬영하고 생각보다 일찍 끝나 광화문에 나갔다. 그 이유는 뒤에 빠져서 욕만 하는 건 내 정신건강에 해롭다고 생각해서였다."


<오마이뉴스> 취재진은 18일 밤 신씨와 권씨를 각각 반포 녹음실과 김포공항에서 만나 탄핵정국에 대한 진솔하면서도 분노에 찬 얘기들을 들어봤다.

신해철 "수구야 고마워!"


가수 신해철씨
가수 신해철씨불꽃
신씨를 만난 장소는 그의 녹음실. 그는 보통 밤샘 작업 뒤, 오후 3·4시가 돼야 잠에서 깬다. 그는 초췌한 몰골을 보일 수 없다며 사진과 동영상 촬영은 정중히 거절했다.

신씨는 요즘 한창 새 음반 녹음의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신씨의 새 음반 제목은 '개한민국'. "엉망진창 대한민국을 비꼬는 제목"이라고한다. 이번 탄핵 정국과 무관하지 않은 듯 하다.

다음은 신씨와의 인터뷰를 요약한 것이다.

"이번 음반은 모든 면에서 우리나라가 콩가루라는 것을 말해주는 음반이다. 노골적이고 신랄한 비판들이 담겨있다. 잘못된 사회·국가 시스템이 개인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가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 탄핵 가결 과정을 보면서 지금까지 써왔던 가사가 너무 얌전해 반성하고 있다.

지난 3·12 국회탄핵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소식을 접했다.(발표 시간이 정오 즈음이었으므로 그에게는 새벽!) 나로선 내 머리와 경험을 총동원해도 이해가 안됐다. 탄핵안이 통과되면 자신들의 지지자들이 결집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탄핵 가결 뒤, 많은 사람들이 촛불행사에 모이는 것도 어느 정도 예상했다. 대중음악을 해오면서 대중들의 이기적임과 야비함을 뼈저리게 경험한 적도 있지만, 민중으로서 현명함을 느낄 때의 감동도 기억하고 있다.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난 믿는다.

내가 6.10의 수혜자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87년 거리로 나가 돌을 던질 때, 바로 뒤에 백골이 쫓아오는데 앞에 넘어진 처음 보는 동료를 부축하기 위해 속도를 늦추는 것을 경험했다. 그런 경험은 이 사회에 대한 확신을 갖게 했다.

또 월드컵 때 정치적 이슈가 아닌 스포츠를 보며 사람과 사람이 광장에서 연대하면서 느낀 감동이 있다. 이러한 경험들은 이번 8만명 이상이 모인 광화문 행사에 성숙한 행동으로 나타났다고 본다.

수구세력이 '불법집회, 참석자가 이태백, 노빠모임'이라는 등 딴지 걸기를 하는데, 난 고맙다. 안 그래도 냄비근성 때문에 나온 사람들도 있을 텐데 계속 긁어주니 더 뭉칠 수밖에 없다. 또 경찰도 '불법집회'라고 하지만 막지 않는다고 한다. 수많은 국민들이 나오는데 유연성을 가지고 법 집행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것이다.

연예인들만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있는데 대부분 아이디 옆에 '검은 리본'이 달려있다. 사정 때문에 광장에는 나오지 못하더라도 4·15 총선엔 투표할 것이라고 믿는다. 나 같은 사람이 세상에 총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이번 총선에 꼭 변화 올 것이라고 믿는다."

권해효 "무엇보다 참여와 실천이 중요"

탤런트 권해효씨
탤런트 권해효씨정회욱
부산에서 촬영을 막 끝내고 돌아오는 권해효씨를 18일 밤 김포공항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진지했지만 국회의원들과 수구세력의 반응에 대해 언급할 땐 웃음을 참지 못하기도 했다.

다음은 권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13일 광화문에서 8만여명의 시민들 앞에서 사회를 봤다. 그 정도 규모의 행사 같으면 순서지 등을 마련하는 등 굉장히 조직적으로 준비가 돼있어야 하는데 아무 것도 없었다. 그냥 안치환씨가 옆에 보였고 자원봉사자들이 손잡고 있었다. 다만 대부분의 모인 사람들처럼 '탄핵 가결'이 잘못됐음을 말해주기 위해 모였을 뿐이다.

그런 촛불행사를 불법집회라니? 이는 단지 논란거리 만들어 30여일 앞에 있는 총선을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고 싶은 수구세력의 발버둥으로밖에 안 보인다.

행사 참가자를 이태백이니 사오정이니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 사람들이 최소한의 상식적 판단력과 이성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가만히 보니 그런 것 자체를 상실한 것 같다.

사실 대통령이 정말 잘못해서 부정부패를 저질러 국민들이 원망하고 매일 데모해서 어쩔 수 없이 탄핵가결했다 하더라도 전세계적으로 창피한 일이다. 그런데 박수와 만세를 부른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나 되나? 아마 대부분 의원들이 TV 앞에 처음 서서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한 것 같다. 최소한의 표정관리를 할 수 있는 연기 공부가 필요하다.

이제 4·15 총선이 다가온다. 많은 국민들이 탄핵 가결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떨렸을 것이다. 그동안 땅이라고 믿으며 딛고 있던 곳이 허공이었다는 것을 알았기에….

사실 누구를 뽑는가는 두번째 문제인 것 같다. 실천과 참여가 더 중요한 것이다. 최근 보궐선거를 보면 계속해서 투표율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20대 투표율은 최저다. 이제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투표장에 가는 것이 우선이다."

"정치에 '정'자도 몰랐지만 투표할 것"
록음악 밴드들도 한 목소리

지난 17일 성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제1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만난 음악인들도 탄핵안에 대해 한마디씩 했다. 특히 젊은 언더그라운드 밴드 구성원들은 정치 자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관심했지만 이번 탄핵정국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였다.

헤비메틀 밴드 크래쉬의 리더 안흥찬씨는 "중학교 때 교과서에서 '대통령 탄핵'에 대해 배우면서 국회에서 가결되면 180일 안에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결정 내려야 한다는 것 배운 기억이 났다"며 "외국에서는 우리 국민들이 분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텐데 실제 국민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아닌가, 그게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무슨 영화 시나리오 보는 것도 아니고 (탄핵 가결과 이후 야당 등의 반응이) 개운치 않다"며 "관련 공연 섭외가 들어오면 맴버들과 상의해보겠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룹 넬의 한 맴버는 "이번 탄핵 가결을 보고 역사책에서나 보는 내용이 그대로 펼쳐지고 있다는 것에 새삼스러움을 느꼈다"며 "어떻게 보면 얼마전 이승연씨의 누드집 파문 때보다 더 큰 나라망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2인조 밴드 재주소년의 박경환씨는 "오늘 행사장 오는데 (촛불행사 때문에) 광화문이 막힐까봐 걱정했다"고 농담을 건넨 뒤 "사람들이 왜 정치를 욕하는지 몰랐는데 나 같은 사람도 잘못했다고 느꼈을 정도니…. 이번 총선 때 투표권이 처음 생겼는데 제대로 한 표 던지겠다"고 강조했다.

일부 음악인들은 개인적으로는 탄핵에 반대하지만 언론을 통해 의견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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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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