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4일자로 중앙선관위에서 민주당에 보낸 '선거법위반행위 조치요청에 대한 회신'이라는 제목의 공문.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선관위 "논란을 일으킨 부분은 책임 느낀다"
결국 선관위 해석이 어떻게 내려지느냐가 대통령 탄핵소추안 제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이다. 급기야 노 대통령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선관위 공문을 직접 공개하며 "선거법 위반 사실이 없는데 어떻게 사과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민주당도 선관위에서 온 공문을 공개하면서 '우리도 잘못이 없다'고 항변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선관위가 청와대와 민주당에 각각 다른 내용의 답변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중공문 작성' '이중풀레이' 논란이 일었고,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사실은 3일 기자회견에서 분명히 밝혔다"면서 "다만 청와대로 보낸 공문에는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우회적인 표현을 쓴 것일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임좌순 선관위 사무총장은 19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도 이같은 기존 입장을 거듭 되풀이했다. 임 총장은 "결과적으로 논란이 되긴 했지만, 결정한 사실과 통보한 사실이 같으므로 잘못된 게 없다"고 말했다.
누가 책임지나
그러나 탄핵소추안 발의와 관련, 제기된 선관위의 책임론에 대해 "그런 공문을 보낸 본의야 어떻든간에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느낀다"고 임 총장은 덧붙였다.
이번 사태에 대한 선관위측의 책임 형태와 소재를 묻자, 그는 "부연설명을 하지 않겠다, 할 말이 없다"며 "선관위에서 책임지는 문제가 별도로 논의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결국 '문제는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는 셈이다.
한편 참여연대 협동처장인 장유식 변호사는 선관위의 두 공문은 "명백하게 다른 내용"이라며 양측 눈치를 본 전형적인 '이중플레이'라고 풀이했다. 장 처장은 "선관위가 대통령의 발언을 '선거법 위반'이라고 언론브리핑까지 해놓고 서로 다른 표현을 쓴 공문을 보낸 것은 특히 대통령의 눈치를 본 것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 처장은 또 "물론 브리핑 내용과 당사자에게 통지하는 자료가 꼭 일치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대통령에게 보낼 형식은 그렇게 해놓고 언론브리핑에서 날을 세운 것은 잘못"이라며 "선거법 개정으로 선관위의 권한이 강화된 만큼 대통령 탄핵에까지 이르게 한 이번 사안에 대해 선관위 최고책임자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선관위가 청와대(위 상자)와 민주당(아래 상자)에 보낸 공문 전문이다.
| | 중 앙 선 거 관 리 위 원 회 | | | | 받음 : 대 통 령 참조 : 비서실장
제목 : 대통령의 선거 중립의무 준수 요청
국정 수행에 진력하시는 대통령님의 취임 1주년을 경하합니다.
정치개혁 의지가 담긴 정치관계법안이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국민 모두가 이 법이 제대로 실현되어 선거풍토와 정치문화가 개선.발전되기를 기원하고 있고, 우리 위원회도 이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계획으로 있습니다.
2004.2.24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대통령 취임 1주년 특별회견"에서의 발언과 고나련하여 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우리 위원회는 이에 대하여 3월 3일 전체회의에서 논의한 바, 기자회견에서의 대통령님의 발언이 사전선거운동 금지규정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통령님께서는 선거에서의 중립의 의무를 가지는 공무원이심으로 앞으로 선거에서의 중립의 의무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끝
2004. 3. 3 | | | | |
| | 중 앙 선 거 관 리 위 원 회 | | | | 받음 새천년민주당 대표
제목 선거법위반행위 조치요청에 대한 회신
1. 귀당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2. 귀당에서 2004. 2. 28 우리위원회에 제출한 선거법위반행위 조치요청(2건)에 대하여 그 처리결과를 덧붙임과 같이 회신합니다.
<덧붙임> : 선거법 위반행위 조치 요청에 대한 회신 1부. 끝.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선거법위반행위 조치요청에 대한 회신
1. 대통령의 방송기자클럽 초청 특별회견시 발언 관련 고발 건
가. 사전선거운동 발언에 대하여
□ 고발요지
2004년 2월 24일 SBS 목동 신사옥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특별회견에서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라는 발언이 4개의 공중파 TV방송과 CBS라디오 방송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어 전국민을 상대로 사전선거운동을 한 것임.
□ 처리결과
○ 우리 위원회는 동 건과 관련하여 대통령의 선거관련 발언은 그 전후문맥과 의미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특정 정당의 지지를 나타내는 취지의 내용으로 볼 수 있으나 특정 정당의 지지를 나타내는 취지의 내용으로 볼 수 있으나 정당가입은 물론 광범위한 정치활동이 가능한 대통령이 기자회견 석상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한 것임을 감안할 때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 254조(선거운동기간위반죄)의 규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음.
○ 그러나 대통령은 철저히 활동이 허용된 공무원이라 하더라도 위 발언은 같은법 제9조(공무원의 중립의무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위반한 행위로서 앞으로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준수하여 줄 것을 2004. 3. 3 대통령에게 요청하였음.
나. 경선자금발언에 대하여
□ 고발요지
2004년 2월 24일 SBS 목동 신사옥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특별회견에서 "지난 경선에서 십수억을 썼다"라는 대통령의 발언은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위반임.
□ 처리결과
○ 현행 정치자금에관한법률은 신관위에 경선자금에 대하여 보고를 받거나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않아 경선관련 자료를 가지고 있거나 그 실태를 파악한 바 없으며,
○ 제16대 대통령선거의 경선자금과 관련해서는 귀당에서 이미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하여 현재 수사중에 있는 사안으로 알고 있음 | | |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공유하기
'이중공문' 논란... 선관위 "책임은 느끼지만..."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