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산대놀이 16

신임포교

등록 2004.03.19 17:45수정 2004.03.1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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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는 어쩌시겠습니까?"

새파랗게 질려있는 형조판서의 집사를 보며 종사관 한상원이 묻자 포도대장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직접 물었다.


"김장현! 네 놈에게 묻겠다. 저 자와 도둑질을 모의한 바가 있느냐?
소매치기 김장현은 굳은 표정으로 집사를 한번 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모두 저 혼자 저지른 일이옵니다. 저 자는 처음 보옵니다."
"네 이놈! 당시의 일을 목도한 이들이 있는데도 발뺌할 작정이냐! 여봐라! 밥을 내라!"

포교의 말에 나졸이 매를 쳤지만, 한번에 칠 수 있는 매의 대수인 30대에 서 너 대를 더 맞았음에도 김장현은 비명을 지르면서까지 끝내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아마도 사람들이 형조판서의 집사가 포도청에 잡혀가는 모양새를 보고 싶었나 보옵니다. 어찌 무고한 자에게 죄를 씌우려 하는 것입니까?"

방금 전까지 새파랗게 질렸던 모양새와는 달리 형조판서의 집사는 이죽거리는 말까지 내뱉었다. 종사관이나 포교들로서는 당장에 요절을 내고 싶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저 자는 그만 돌려보내거라! 그리고 백위길은 듣거라."
"예."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한 눈에 도적을 알아보고 이를 잡아낸 공이 크니 응당 상을 내려야겠지만 높은 어른의 행차를 가로막은 죄도 있다. 그렇기에 한 가지 제안할 것이 있느니라."


그 말에 종사관 심지일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포도대장 박기풍을 쳐다보았다.

"네가 가솔 군관이라니 말하는 것인데 마침 포교 자리가 비었느니라. 우포도청에서 전하를 위해 일하지 않겠느냐? 네 눈썰미나 도둑을 잡은 행위를 보니 충분히 포교로서의 자질이 있다고 본다. 내 말을 받아들인다면 네 허물은 없어지는 것이고, 포교로 일하게 되니 공에 대한 상이라고 할 수 있다."


백위길은 속으로 잠깐동안 마음속이 혼란스러웠지만 잠시나마 옥에 갇힌 일을 생각하니 포도대장이 직접 하는 말을 거부 할 수 없었다.

"삼가 명을 받들겠습니다."

심지일로서는 기가 막힐 일이었고 박교선과 한상원은 속으로 비웃음을 머금었다.

"나리! 아무리 그래도 포교는..."
"한 번 써보고 정 맞지 않으면 다른 이를 구하면 된다."

심지일은 뭐라고 더 말하려다가 입가에 희미하게 비웃음을 짓고 있는 박교선과 눈이 마주치고서는 말문을 닫았다.

'저놈이!'

그 시각, 정오가 가까워오자 방을 보거나 소문을 들은 몇몇 사람들이 포교임용을 바라고서는 포도청을 방문했지만 이순보의 농간으로 인해 그냥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모인 것은 심지일에게 돈을 바친 너 덧 명뿐이었다.

"이 포교 잠깐 나 좀 보세"

심지일이 허겁지겁 달려오더니 이순보를 불러 돈을 쥐어주며 말했다.

"지금 포교 임용은 물 건너갔으니 저 사람들에게 이 돈을 돌려주고 보내게."
"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순보는 눈이 동그라지며 펄쩍 뛰었다. 사실 이런 식으로 임용된 포교는 이순보로서도 좋은 물주가 생기는 것과 진배없었기에 심지일의 말은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어떤 촌뜨기가 방금 포도대장에 의해 포교로 임용되었네. 뒷말 생기기 전에 빨리 처리하게나!"

이순보는 돈을 돌려주고 사람들을 돌려보내면서 좁은 마음에 분함을 감출 수 없었다.

"아니 어떤 놈이기에 포도대장이 직접 뽑는다는 말이야! 내 이놈을 단단히 다 잡아서 포도청에 발도 못 붙이도록 혼찌검을 내야겠어!"

그때 백위길을 잡아왔던 눈빛이 날카로운 포교가 백위길과 함께 다가와 한마디를 던졌다.

"거 무슨 혼잣말을 그렇게 하나?"

"어! 박포장(捕將 : 포교중 제일 상관을 뜻함), 새로운 놈이 들어왔다지?"

이순보는 박춘호와 마주치자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말을 얼버무리며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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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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