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山寺), 그 여유 속으로

석남사(石南寺)에 가득한 봄의 향기

등록 2004.03.20 20:56수정 2004.03.2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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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토요일 오후입니다. 도심은 퇴근하는 차량들로 이미 꽉 막혀 있습니다. 부릉대는 엔진소리와 삑삑대는 경적소리, 도심은 이미 여러 가지 소음들로 가득합니다. 차들이 뿜어내는 매연과 공장굴뚝이 토해내는 좋지 않은 공기들로 도심의 하늘은 희뿌옇습니다. 곧 중국에서 몰려올 거대한 황사바람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답답해져 옵니다.

즐거운 토요일 오후라지만, 가끔씩 못견디게 짜증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태어나서 지금껏 아파트라고는 살아보지 않던 제가 결혼을 하고 정착한 이 도시에서 처음 시작한 아파트 생활에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았나 봅니다. 도심의 시끄러움과 탁함이 개성없이 높기만한 아파트의 생김새와 함께 짜증으로 다가오기만 하는 토요일 오후입니다.


가지산 석남사를 찾았습니다. 울산에서 언양으로 새로 뚫린 길은 시원하기만 합니다. 잠시만에 도심을 벗어나 창문을 여니 시원한 바람이 마구 쏟아져 들어옵니다. 짜증스러웠던 소음은 벌써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하늘은 파란색을 다시 찾았습니다.

석남사 일주문을 지나 곧게 이어진 길이 보입니다. 보드블럭으로 포장된 길이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도심에서 보는 인도는 비할 데가 못됩니다. 주위에는 하늘을 찌를 듯 높은 나무들이 늘어서 있고, 조금 더 걸어가니 물소리까지 들립니다. 그리 넓지 않은 경내에 들어서니 화려한 단청무늬를 입은 대웅전과 날씬한 삼층석탑이 제일 먼저 보입니다.

석남사 경내에는 봄이 찾아 왔습니다. 이미 봄이 온누리에 찾아 왔지만 제가 그걸 못느끼고 있었던 것이었겠지요. 만개하진 않았지만, 곳곳에 작은 꽃망울을 터뜨린 작은 꽃들이 보입니다. 아쉽게도 꽃의 이름이 무엇인지 모르겠더군요.

지나는 비구니라도 계시면 여쭤보려고 해도 마침 아무도 계시지 않습니다. 꽃의 이름을 아는 게 무에 그리 중요할까 싶어 그냥 참기로 했습니다. 대신 하나 하나 소중하게 카메라에 담아 놓았습니다.

이 곳을 지나간 이들의 소원을 담은 조그만 돌탑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아내도 조그만 조약돌을 주워 그 중 하나에 소중히 올려 놓습니다. 무슨 소원을 빌었느냐고 물으니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습니다. 아마 곧 태어날 아기의 건강을 빌었겠죠.

늦은 오후가 되니 산사에 부는 바람이 제법 쌀쌀합니다. 봄기운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던 마음에 얇게 입고 온 것이 후회가 됩니다. 이제 슬슬 도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마음에 썩 들진 않지만 도심에서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니까요. 하지만 오늘처럼 봄의 향기로 가득한 산사를 찾은 날이면 앞으로 한동안 부릴 수 있는 여유를 얻어 갑니다.


석남사로 들어가는 길
석남사로 들어가는 길우동윤

아름드리 소나무가 파란 하늘을 찌를 듯 서있습니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파란 하늘을 찌를 듯 서있습니다우동윤

대웅전 뒤로 대숲이 보입니다
대웅전 뒤로 대숲이 보입니다우동윤

우동윤

우동윤

우동윤

우동윤

삼층석탑 위의 동자승
삼층석탑 위의 동자승우동윤

소원을 담아 정성껏 쌓은 돌탑
소원을 담아 정성껏 쌓은 돌탑우동윤


1200년 전 세워진 비구니 수도 도량

▲ 대웅전과 삼층석탑
ⓒ우동윤
석남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1200여년 전인 신라 헌덕왕 16년(824년)에 세워졌다.


도의국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지고 있는 이 절은 긴 세월을 거쳐오는 동안 조선 현종 15년(1674년)에 탁령, 선철선사가 중수했고, 순조 3년(1803년)에는 침허, 수일선사가, 1912년에는 우운, 심인스님이 중수했다고 전해진다.

지금의 절은 1957년 당시 주지인 인흥선사가 중수한 것.

경내에는 보물 369호인 석조부도와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22호인 삼층석탑이 있다. 이는 모두 창건 당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남알프스라 불리는 가지산의 고산준령에 둘러싸여 천혜의 절경을 이루고 있는 이 절은 비구니들의 수도 도량으로 유명하다. / 우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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