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행사 자금, 뒤에서 누군가 도와주는 것"

[현장] 보수단체 2천여명 광화문서 탄핵지지 집회

등록 2004.03.21 19:01수정 2004.03.2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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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1일 광화문에서 '노 대통령 탄핵 지지 궐기대회'가 벌어졌다.

21일 광화문에서 '노 대통령 탄핵 지지 궐기대회'가 벌어졌다.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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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어제 경찰에서 13만명 나왔다고 하는데 우리가 보기엔 5만명입니다. 이거 열린우리당이 한총련 등을 동원한 겁니다. 다 돈으로 사야하는 수많은 초는 뒤에서 누군가 도와준다는 증거입니다."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빨갱이들 아니겠습니까. 대통령 자격 없는 노무현은 탄핵돼야 합니다."


바로 전날 국회의 탄핵안 가결에 대해 반대하는 20만개의 촛불이 불을 밝혔던 서울 광화문. 다음날인 21일 같은 자리에서 군가 '휘날리는 태극기'에 맞춰 태극기가 휘날렸다. 이날 태극기를 흔든 사람들의 입에서는 전날과는 판이하게 다른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마이크를 잡은 주최측 인사들의 외침에 2천여명의 참가자들은 '퇴진 노무현', '시민혁명 타도', '편파방송 중단', 'Withdraw, Roh moo-hyun' 등 피켓을 흔들며 환호했다.

이날 집회는 북핵저지시민연대, 인터넷 독립신문 등 우익 단체들로 구성된 '대통령노무현 탄핵지지 국민연대'에서 마련한 '탄핵지지 100만 서명운동 및 탄핵촉구 대회'. 대부분 참가자가 노인들인 가운데 젊은이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탄핵반대 분위기 휩쓸린 탓"

행사 시작 전부터 모여들기 시작한 참가자들은 주최측에서 나눠준 '대통령 노무현 탄핵이 바로 이 나라 살리는 길이다', '의회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시민 혁명 독재음모는 분쇄돼야 한다'는 등의 문구가 적인 유인물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했고 동화면세점 빌딩 앞에 마련된 탁자에서 서명을 하기도 했다.


TV를 통해 행사 소식을 접했다는 양아무개(70) 할아버지는 "노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이루지 못했고 법준수(선거법위반)를 하지 못해 탄핵돼 마땅하다"며 "어제 광화문에 모인 사람들도 나름대로 지지자가 있겠지만 나는 노사모나 한총련, 민노총 등이 총동원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 할아버지는 또 "탄핵지지 쪽에는 힘이 실리지 않는 분위기인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 이렇게 나왔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에서 노 대통령 탄핵지지 카페에 가입했다는 정아무개(20, 학생)씨는 "탄핵지지 카페 회원도 4천여명 이상"이라며 "사람들이 대부분 국회의원들의 탄핵 가결이 잘못됐다고 하는데 나는 노 대통령이 말실수도 많이 하는 등 탄핵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이어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탄핵에 반대하기 때문에 '찬성'한다고 밝히면 왕따 당할 정도"라며 "타인의 의견도 존중해야 하지만 탄핵반대 현상은 자기 생각이기 보다 분위기에 휩쓸린 탓도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자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처럼 대부분 탄핵 지지를 주장했고 촛불행사 참가자들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촛불행사 돈 다 뒤에서 도와주는 것"

a 인천상륙작전 참전노병이라고 밝힌 한 참가자가 '퇴진 노무현' 피켓을 들고 있다.

인천상륙작전 참전노병이라고 밝힌 한 참가자가 '퇴진 노무현' 피켓을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집회가 시작한 뒤, 단상에 오른 주최측 발언자들의 표현은 이보다 더 노골적이고 강도가 더해졌다.

이날 역시 마이크를 잡은 박찬성 북핵저지시민연대 대표는 "어제 코리아나호텔 2층 커피숍에서 '촛불행사'를 끝까지 지켜보며 참담한 심정이었다. 촛불행사에는 열린우리당이 한총련과 민노총 등을 총동원해 자리를 채웠던 것"이라며 "이들은 헌법재판소에 계류중인 탄핵안을 부결시키기 위해 재판관들을 협박하고 있다"고 외쳤다.

박 대표는 또 "사실 초대형 방송시설과 수십만개의 촛불은 다 돈이 있어야 하는데 이 돈이 어디서 왔겠나? 다 뒤에서 대주는 것 아니겠냐"며 "촛불행사를 보고 도저히 집에 앉아만 있을 수 없어 이렇게 나왔다"고 호소했다.

독립신문 신혜식 대표도 "70%의 국민들이 탄핵을 반대한다고 하는데 그거 다 가짜다. (노 대통령이) 불쌍해서 반대하는 것일 뿐"이라며 "노무현과 4년 더 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는 촛불행사와 마찬가지로 '문화행사'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 진행을 맡은 가수 송만기씨는 자신의 노래를 포함 '아! 대한민국', '아름다운 강산' 등을 선창하며 좌중을 주도했다.

하지만 송씨는 행사 도중 "우리가 이곳에 선 이유는 나라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뒤, "국회의원 욕하지 말라. 그들은 지역에서 가장 똑똑하고 돈 많고 공부 잘하는 우리의 대표"라며 "그들이 탄핵을 가결했는데 누가 욕하는가"라고 말문을 열었다.

송씨는 이어 "우리당 의원들 쇼하는 것을 봐라. 정동영은 9시 뉴스 앵커하던 사람이고 유시민은 국회의원 됐다고 면바지 입고 의사당에 들어간 사람"이라며 "이런 사람들이 (3·12 탄핵안 가결 뒤) 카메라 앞에서 '아!'라며 절규했는데 어찌 그리 연기를 잘하든지. 그 쇼에 젊은이들이 넘어간 것"이라고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송씨는 또 "어제 촛불행사 그 많은 초는 어디서 나오나? 그거 다 뒤에서 도와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밖에 "최근 자살한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과 안상영 전 부산시장의 자살이 노무현 대통령의 잘못된 발언에서 왔다"고 말했고 "경제불황과 청년실업 증가도 모두 노 대통령의 잘못"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송씨의 발언에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언론의 왜곡 보도'에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편파방송을 내보내는" KBS와 MBC에 대해 노골적인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한편 주최측은 다음주 일요일인 28일 오후 2시에도 같은 자리에서 탄핵지지 궐기대회를 갖는다고 밝혔다. 이날 참가자들과 경찰과의 충돌을 벌어지지 않았다.

"4.15 김정일 쿠데타의 날이 되지 않길 바란다"
탄핵지지 집회에서 만난 독일인 의사 폴러첸씨

▲ 독일인 의사 폴러첸씨
21일 탄핵지지 집회에는 독일인 의사 폴러첸씨도 참석했다. 폴러첸씨는 북한에서 북한 어린이들의 인권을 위해 방북했다가 추방된 바 있다. 그는 3년째 국내 머무르며 우익집회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날도 여지없이 모습을 드러낸 플러첸씨는 발언을 통해 "나는 남한에 살면서 언론의 자유가 심히 걱정됨을 느꼈다. 특히 KBS는 김정일 방송인 것 같다"고 전제한 뒤, "북한 정권이 국민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주민을 선동하는 모습을 봐왔는데 지금 남한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열린우리당과 KBS가 지난 3·12 탄핵가결을 쿠데타라고 외쳤는데 중요한 것은 평양에서도 쿠데타라고 말했다는 것"이라며 "혹시 그들과 북이 연관돼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전날 촛불시위에 많은 젊은이들이 나온 것에 인상을 받았다"는 플러첸씨는 "하지만 어제의 질서정연함과 군대식 정돈, 대규모 재정이 지원된 모습을 통해 이를 조정하는 세력이 있음을 느꼈다"면서 "누가 데모 조직하는데 도와줬는지 궁금하다"고 비꼬아 말했다.

그는 "북한의 공작원들이 활보하고 다니는 남한의 4월 15일은 총선 날이다. 한편 김일성 생일이기도 하다"며 "총선날이 남조선해방의 날이 되지 않길 바라고 김정일 쿠데타의 날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플러첸씨는 마지막으로 "언젠가 어제 데모에 참가했던 젊은이들이 지금 북의 어린이들처럼 되지 않기를 바란다. 자유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를 위해 일어나서 싸워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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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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