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암 촘스키 "제주 4·3, 미국에 주요한 책임"

㈔제주4·3 연구소, 노암 촘스키 메시지 공개

등록 2004.03.23 16:08수정 2004.03.2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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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과 역사> 제3호 표지
<4·3과 역사> 제3호 표지
'미국의 양심' 노암 촘스키(Noam Chomsky, 미 M.I.T.) 교수가 제주4·3사건과 관련 "끔찍한 비극에 대해 미국이 많은 책임이 있으며, 미국 대통령이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메시지 내용이 공개됐다.

이 메시지는 저명한 언어학자이자 정치비평가인 노암 촘스키가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의 4.3 사건에 대한 사과 이후 제주4.3연구소가 그 해 11월 26일 관련 입장을 요청한 데 따른 답변 형식으로 보내온 것이다.

㈔제주4·3연구소에서 23일 발행한 <4.3과 역사> 제3호 특별기고 형식으로 실린 촘스키의 메시지에는 '제주4.3에 대한 미국의 책임론'과 '미국 대통령이 입장을 표해야 한다'는 직접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촘스키는 메시지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 소식을 듣게 돼 기쁘다"며 "하지만 이와 관련된 어떠한 기사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대통령이 그에 이르기를 희망한다. 미국이 끔찍한 비극에 대해 많은 책임이 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기 때문"이라고 미국의 책임을 직접 언급했다.

하지만 촘스키는 "부시 대통령의 측근 가운데 누가 이 문제에 대해 알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범죄 행위를 매우 쉽게 잊는다"고 미 정부와 권력의 속성을 비판했다.

또 촘스키는 "(한국정부의) 사과는 단지 다른 범죄 행위처럼 첫 단계일 뿐"이라며 "한국에 대해 다음 조치에 대해서는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문제는 첫번째 조치가 너무 학술적이고 이론적"이라는 견해를 통해 미국의 입장 표명이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그는 이에 대해 "미국에서 향후 조처를 취해야 하지만 양식 있는 미국인들에게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그 내용이) 도전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진보학자로 평가받고 있는 노암 촘스키의 4.3 관련 공식 입장 표명은, 미국에서는 한국전쟁 전문가로 알려진 브루스 커밍스(미 시카고대)에 이어 두번째로 4.3의 세계화를 위해 매우 진일보한 일로 평가된다.


㈔제주4·3 연구소 오승국 사무국장은 "노암 촘스키는 브루스 커밍스 다음으로 4.3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은 학자지만 한 번도 한국에 오지 못했다"며 "그 동안 이메일 서신 교환을 통해 교류를 맺어왔다"고 밝혔다.

한편 노암 촘스키는 지난해 이라크전쟁 발발에 맞춰 발표한 '깊은 우려(Deep Concerns)'라는 글을 통해 미국의 야만성을 경고한 바 있다.

노암 촘스키 교수가 보내온 특별기고 원문
"미국이 이 끔찍한 비극에 대해 많은 책임 있어"

▲ 노암 촘스키의 저서 '권력과 테러'(2003년)
다음 글은 저명한 언어학자이면서 정치비평가인 노암 촘스키가 노무현 대통령의 4.3사건에 대한 사과와 관련한 의의를 2003년 11월 26일 제주4·3연구소의 요청으로 보내 온 것입니다.

"I am pleased to hear about the President's apology. I had not seen any report of that. I wish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would at least go that far -- and the US has major responsibility for this horrible tragedy, needless to say. But here I doubt if anyone in Bush's entourage would even know what the topic is. The powerful find it very easy to forget their crimes.

Nevertheless, apology is in my opinion only a first step, as in the case of other crimes. What the next steps should be are not for me to say -- in Korea. I think I know what they should be here, but the question is academic, because even the first step is so remote, a challenge to Americans who have a conscience."

Noam Chomsky


" 대통령이 사과했다니 반가운 일이군요. 저는 관련기사를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미국 부시 대통령이 그렇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주 4.3 항쟁과 같은 끔찍한 사건에 있어서 미국의 책임이 크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의 측근들이 이 문제에 대해 알고 있기나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권력자들이 그들이 저지른 범죄를 쉽게 잊어 버리는 일은 다반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가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범죄들의 경우를 봐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한국 정부가 어떤 조처들을 취해야 하는지는 제가 말씀 드릴 수 없는 문제입니다.

미국이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지만 학문적인 문제입니다. 우선 과제인 미국의 사과는 양식있는 미국인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 제주4·3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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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대자(大者)는 그의 어린마음을 잃지않는 者이다' 프리랜서를 꿈꾸며 12년 동안 걸었던 언론노동자의 길. 앞으로도 변치않을 꿈, 자유로운 영혼...불혹 즈음 제2인생을 위한 방점을 찍고 제주땅에서 느릿~느릿~~. 하지만 뚜벅뚜벅 걸어가는 세 아이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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