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의 파격의상, 이 정도 쯤이야!조미영
내가 보았던 지난 39회 노팅힐 카니발의 주제는 ‘peace on the streets’였다. 유럽 최대의 거리 축제라는 명성에 걸맞게 6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모여들었다. (예년 평균 100만으로 추정하나 이번에는 다소 참여인원이 줄었다 한다) 하지만 내 느낌엔 최고의 난장이라는 악명이 더 어울리는 듯하다.
민망할 지경의 희한한 복장을 한 사람, 베란다에 매달려 소리를 지르는 젊은이 등등 아랑곳없이 땅이 울릴 정도의 쿵쿵대는 음악소리에 취해 흥청망청 마시고 떠든다. 평소 엄격하고 보수적이던 영국인들이 이곳 노팅힐에서 그간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며 해방감을 맛보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일까?
행사 막바지 저녁, 축제 내내 이어지던 8㎞에 이르는 가장행렬의 끝에 사람들이 더해졌다. 서로서로 어깨를 잡고 몸을 흔들며 긴 행렬을 만든다. 마치, 한 덩어리가 되어 움직이는 듯 거리를 꽉 채운 사람의 물결이 장단에 맞춰 출렁인다. 이 순간만큼은 인종도, 성별도, 나이도, 빈부도 모두 사라지고 허락되어진 방종을 맘껏 누리는 "자유인"으로서의 인간만이 존재했다.
원래 노동자와 이주민들의 결속을 위한 행사로 ‘해방, 저항, 승리’를 내세웠다는데, 다른 건 몰라도 결속과 해방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사실인 듯 하다. 물론 보거나 즐길 거리가 굉장한 행사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이 안에서만 허락되어지는 길들여지지 않은 인간 본연의 모습을 확인하여 발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그 순간의 노팅힐을 ‘런던의 해방구’라 부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