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는 되고 '떨어뜨린다'는 안된다?<br>웃기고 있네, 차라리 나도 잡아가라!"

▲**지난 16일 '공명선거' 완장을 차고 있는 선관위 직원이 촛불문화제 장면을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촛불문화제 등 시민들의 자발적 탄핵반대운동 참여를 두고 선관위측이 '선거법 위반'이라며 단속방침을 밝히자 네티즌들이 강력 항의하고 나서 향후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인터넷 게시물에 대해 선관위측이 지나치게 모호한 잣대를 들이대며 단속에 나서고 있어 네티즌들로부터 '웃긴다'는 식의 핀잔을 듣고 있는 지경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선거기간 중 탄핵관련 집회에 대해 강력단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쟁점 관련집회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집회'?

중앙선관위는 '탄핵무효·부패정치청산 범국민행동' 및'대한민국을 지키는 바른선택 국민행동'측에 공문을 보내 "선거기간 중에는 누구든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를 개최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으므로 탄핵관련 집회를 해서는 안된다"며 강력히 대처할 뜻을 밝혔다.

선관위는 또 국무총리에게도 관련 공문을 통해 당국이 선거위반 사례를 단속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강남경찰서는 전날 탄핵을 풍자한 합성사진을 올린 권 아무개(21·ㅈ대 3학년)씨를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긴급 체포했다.

권씨는 탄핵안 가결 상황을 인기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전투 장면으로 빗대 총선에서 야당이 심판을 받는다는 내용의 합성 그림을 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가 탄핵집회 단속 근거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집회'라는 공직선거법 제103조 제2항을 들고 있다. 순수하게 선거와 무관한 집회는 할 수 있지만, 탄핵집회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성이 있다는 게 선관위측의 설명이다.

선관위 공보과 관계자는 "(같은 103조 1항의) 향우회나 동창회는 금품선거나 사조직 가능성이 있어 목적 여하를 불문하고 금지된다. 같은 맥락에서 야유회나 단합대회, 기타 집회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은 막는다"고 강조했다. 후보자가 그런 집회를 의도적으로 유도할 수 있고, 그렇지 않아도 선거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집회'의 기준은 사실상 모호하다. 이런 식이라면 이라크 파병, FTA 비준 등 각 정당이 입장을 밝힌 대부분의 사회적 의제에 대한 찬반토론 역시 모두 어떤 형태로든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네티즌 게시물, "싫다"는 되고 "떨어뜨린다"는 안 된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큰 정치적 쟁점이 된 사안들은 거의 선거와 관련되어 있고, 여야 정당에 유불리할 수 있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집회'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집회를 개최한 자는 2년 이하 징역 400만원 이하 벌금 처벌을 받는다.

선관위측은 탄핵집회에 대해 "공문을 보내는 것과 동시에 시행하는 것으로, 현장을 단속하고 채증해 검찰에 자료를 넘기겠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이미 지난주부터 탄핵을 반대하는 촛불행사에서 카메라 등을 이용해 채증작업을 해오고 있다.

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선관위의 기준은 더욱 모호하다.

선관위는 "후보자나 그 배우자,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에 대한 비방이나 허위사실 유포는 금지한다"며 "전후 맥락에 따라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지만, '빨갱이, 보수, 악질 반동분자' 등으로 적나라하게 쓰면 비방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선관위는 일단 탄핵에 대한 모든 글이 선거법 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순수하게 탄핵에 대한 찬반의견 자체는 문제가 안 된다. 탄핵을 찬성한 후보가 "좋다" 혹은 "나쁘다"는 의견도 단순한 의견 개진으로 본다. 그러나 "떨어뜨리자"는 글은 낙선을 목적으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한마디로 "웃긴다. 차라리 나도 잡아가라!"며 코웃음을 치고 있다.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것은 '디시 인사이드(www.dcinside.com)와 인터넷 다음의 '하얀쪽배 무죄운동(cafe.daum.net/hayanzzockbae)' 카페. 몇몇 네티즌들은 "나도 체포하라"는 글을 남기면서 자신의 실명과 연락처까지 남겨놓았다.

'하얀쪽배 무죄운동' 까페 운영자는 "인터넷상의 게시물이나 패러디물은 선거법보다 상위법인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해당된다. 경찰은 거대 언론 사이트와 제휴한 프로작가들의 수위가 높은 패러디물은 그냥 두고, 아마추어 작가의 몇몇 작품에 집중해서만 수사를 벌인다"며 경찰 대처에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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