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 음률에 삶의 무게 담아낼 터”

[인터뷰]여성의 감성으로 노래하는 포크가수 손현숙씨

등록 2004.03.25 19:17수정 2004.03.25 21:57
0
원고료로 응원
우먼타임스
2집 음반 ‘그대였군요’를 발표한 포크가수 손현숙(35)씨는 소위 ‘운동권 가수’다. 1990년대 초반 대학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그룹 ‘천지인’의 보컬을 맡기도 했던 그는 양심수 석방을 위한 콘서트, 광주민중항쟁 기념 콘서트, 북한주민 환경·노동운동 관련 무대 등에서 노래를 해왔다. 늘 ‘사회적인 의미’가 배어 있는 무대에 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냥 ‘기본’이죠. 저의 신념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죠. 음악을 하든 무엇을 하든 누구나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철학’이 있잖아요. ‘사회인’이라면 정치적 시선을 지니고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는 주먹 불끈 쥐고 목에 핏대 세운 채 노래를 부를까. 아니다. 거친 듯한 음성 속에 수줍은 듯한 떨림이 배어 있다.

2집의 면면도 사뭇 차분하다. ‘이등병의 편지’ 작곡자인 김현성, 백창우, 김민기씨 등이 만든 가락에 손씨는 일상의 자잘한 이야기를 엮었다. 결혼한 여자의 슬픔, 현대인의 막막한 우울, 어머니의 야윈 어깨를 주무르는 자식의 마음….

“살아가는 이야기를 했어요. 주변의 일상을 돌아본 거예요. ‘사회적 움직임’이 없는 자잘한 일상일지라도 그 속에는 각각의 삶에 바탕을 둔 개인의 역사가 있거든요. 거기에 맞춰 포크의 색깔을 더욱 짙게 했고요. 어쿠스틱한 느낌을 강조한 거죠.”

그의 노래는 차분해서 오히려 튄다. 대중음악계에서 조금이라도 더 튀기 위해 발버둥치는 노래가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그 노래들은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강렬한 가락과 육감적인 가사를 거침없이 쏟아내기 때문이다.

“사람의 심장을 파고드는 음악은 ‘걸러서’ 전해야 하겠죠. 그게 포크의 힘인 듯해요. 1970년대 유행했던 포크음악을 복고 상품처럼 가지고 나온 게 아니에요. 포크는 ‘서정성’을 더욱 강조하는 수단일 뿐이죠.”


또한 손씨의 2집 음반에는 ‘여성의 시선’이 살아 숨쉰다. 현실에 존재하는 이웃들의 소박한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세밀하다. 그 시선으로 건져낸 노래들은 ‘부드러운 칼’을 품고 있는 듯하다.

“무슨 ‘여성주의’를 생각하면서 음반을 만든 건 아닌데요. 곡 배치를 구성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감수성을 살필 수 있는 방향으로 가게 되었어요.”


혹 오해는 말자. 차분하고 잔잔하게 노래한다고 해서 그가 더 이상 ‘현장’을 버린 것은 아니다. 그는 늘 ‘현장’에 있을 것이다. 북한을 돕기 위한 콘서트도 그 중 하나. 다만, “음악이 주가 되는 무대”를 많이 가질 생각이다.

“가수에겐 자신의 이름을 내건 공연이 제일 중요하죠. 결국 가수와 관객은 음악으로 교류해야죠. 사회적인 의미를 찾는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은 한계가 있거든요. 함께 음악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물론, 그것과 더불어 사회적인 의미를 함께 찾을 수 있으면 더없이 좋겠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2. 2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3. 3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4. 4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5. 5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