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폐인' 회원이 '불량품 젠가'를 묶은 뒤 뒷걸음질하며 한나라당사앞으로 끌고 가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26일 오전 11시, 국회 앞 국민은행 인도에 쌓여진 200여개의 검은 나무토막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2m 가까이 쌓인 이 나무토막에는 '구케의원 김 OO' '구케의원 박OO' 등의 글씨가 적혀져있었다.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의 이름도 눈에 띄었다.
이는 탄핵에 반대하는 보드게임 동호인, 자칭 '보드폐인'들이 벌인 '불량품 젠가 무너뜨리기' 퍼포먼스.
보드게임은 바둑, 장기, 부루마불처럼 어떠한 판(보드)을 두고, 몇 개의 말을 올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진행하는 게임. 이 중 '젠가'는 쌓아놓은 나무토막을 하나씩 빼서 다시 위에 쌓는 게임. 이들이 사용한 나무토막은 젠가이자 동시에 탄핵안 가결에 동참한 195명 의원의 명패이고 또한 위패다.
젠가 퍼포먼스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폐인 중 한 명이 위패 젠가 묶음을 어깨에 짊어졌다. 이번에는 뒷걸음쳐 젠가들을 광화문까지 끌고가는 '후진 퍼포먼스-죽음의 젠가 소환작전'이다.
이 퍼포먼스는 195명 '구케의원'들을 여의도 정치판에서 시민의 광장으로 소환한다는 의미다. 이들은 박관용 국회의장이 외쳤던 '전진'과는 반대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뜻에서 후진 행진을 선택했다.
마침 이들의 동선에는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인근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폐인'들이 당사와 국회 앞으로 향했다. 경찰 바로 앞에서 발길을 멈춘 폐인은 잠시 땅바닥 위에 위패를 내려놓은 뒤 건물을 향해 2배를 올렸다.
각 당을 떠나보내는 이들의 인사가 여의도에 울려퍼졌다.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민주당, 너무 섭섭해하지 마십쇼. 잘 가세요"
"박관용 의장님, 당신은 후진하십쇼. 우리는 전진합니다. 대한민국은 전진합니다. 자업자득이다!"
'구케의원' 끌고 여의도에서 광화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