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에서 탄핵정국 관련 신문보도 모니터 결과를 정리한 것입니다. 신문모니터위원회에서는 지난 15일 노무현 대통령 우리당 지지 발언 직후인 2월 25일자부터 3월 15일자까지의 주요 신문 보도를 모니터했습니다...<편집자 주>
지난 3월 12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다. 이에 국민들은 70%에 달하는 탄핵반대 민의를 외면한 야당에 대해 저항하고 나섰다. 국민들의 분노는 '탄핵 반대, 민주주의 수호'를 내걸고 서울 광화문과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연일 계속되는 촛불시위를 통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조선> <동아> <중앙> 등의 신문사들은 이에 대해 '국론분열 심각', '친노-반노 무한대결' 등으로 갈등만을 부풀려 탄핵반대 여론을 축소 보도하고 있다.
언론이 조장한 '국론 분열', 국민한테 덮어씌워
<조선일보>는 13일자 11면에 <갈라선 국론…눈물…만세…극한대립 / '끝없는 갈등' 현장〉이라는 큰 제목 아래 〈노사모 등 전국서 밤늦도록 항의촛불시위 / 탄핵지지단체들 "오늘은 시민혁명의 날"〉이라는 중간 제목을 달았다. 15일자 사회면에서는 '탄핵양극화'를 제목으로 뽑는가하면 〈'일상 그대로' / 봄나들이 쇼핑인파 평소 수준 "탄핵? 정치는 정치인들의 몫"〉 제하의 기사를 실어 탄핵 반대가 일부의 움직임인 것으로 축소했다.
<동아일보> 역시 13일자 3면에 〈친노 VS 반노 극한대립…정국혼미〉라는 제목으로 갈등을 부각시키고, 사회면 작은 제목은 〈친노단체 1만여명 모여 촛불시위 / 보수단체 "한국민주주의 성숙"〉이라고 해 탄핵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마치 모두 '친노 단체'인양 보도했다. 다만 사회면에서 "'탄핵철회'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회원과 일반시민, 학생들의 집회"라고 서술해 <조선>과 다소 차별성을 보였다.
<중앙일보>는 '친노 대 반노'의 이분법적 시각은 약했으나 갈등을 부각시키고 압도적으로 탄핵에 반대하고 있는 국민 여론을 마치 엇비슷한 것처럼 보도했다. <서울신문> 역시 사설에서 "시민들도 세대간 편가르기에 함몰… 자살과 분신… 선동과 세력결집 등 벌써부터 곳곳에서 갈등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갈등을 강조했다.
'경제 불안, 시위 자제' 주장, 민주주의 수호 의지 꺾기 나서
일부 신문들은 또 촛불시위에 대해서 경제 불안을 강조하며 시위 자제를 요구했다.
<조선>은 15일자 사설 〈찬반의사표시는 합법적이고 평화적으로〉에서 극단적 상황을 가정하며 독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중앙> <동아> <서울> 등은 각각 〈평상심으로 불안감 극복하자〉 〈차분하게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자〉 〈갈등 키우는 시위 자제하자〉는 제하의 15일자 사설에서 "이미 지난 일"이라며 시위 자제를 주장했다.
반면 <경향>과 <한겨레>는 이번 사건이 '의회의 반민주적 폭거'라고 규정하고 촛불시위는 이에 대한 정당한 저항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경향>은 13일자 사회면에서 〈서울서 제주까지 밤샘시위 / 전국 곳곳 '탄핵 불복종' 촛불행렬〉이라는 제목으로 탄핵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을 강조했다.
같은 날 <한겨레>는 〈분노한 시민 촛불 들고 거리로〉 제하의 기사에서 '노동자, 주부, 학생, 넥타이 부대도 합류'라는 작은 제목을 덧붙여 각계각층의 국민들이 탄핵안 가결에 반대하고 있는 사실을 비쳤다.
탄핵 정국과 관련해 홍덕률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6월항쟁 이후 '직선제'로 대표되는 한국 민주주의가 의회권력에 의해 찬탈됐다는 것에 대한 전국민적 분노"라고 진단했다.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 양상을 '국론 분열과 갈등요인'으로 폄하하는 일부 언론의 모습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정치의식을 약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조중동, 처음부터 '대통령 탄핵' 여론몰이
2월 25일에서 3월 9일까지 각 신문의 사설을 살펴보면 일부 언론의 '노무현 탄핵감' 여론 몰이와 근거 없이 선관위를 압박하는 보도가 두드러졌다.
이번 탄핵 사건은 "대통령이 잘해서 우리당에 표 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서 시작되었다. 2월 24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회견 중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했던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하여 야당이 사전 선거운동 위반이라며 선관위에 제재를 요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3월 3일 '선거법 위반은 아니나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 달라'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조선> <동아> <중앙> 등은 처음부터 선거법 위반이라고 단정짓고 선관위가 나서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조선일보>는 2월 26일자 〈선관위장 사표로라도 항의하라〉라는 사설에서 "…대상이 대통령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선관위원장은 사표로써 국민에게 그 무력함을 사과하고 대통령에게 항의의 뜻이라고 표시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동아>는 3일 1일 사설 <'선관위장 탄핵' 소리가 나오는 이유〉에서, 중앙은 2월 26일 사설 〈선관위, 노 대통령 불법개입 왜 못 막나〉에서 선관위 비난 대열에 합류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에 반해 <한겨레신문>은 상대적으로 균형 있는 주장을 폈다. <한겨레>는 3월 5일자 〈청와대는 선관위 결정 존중해야〉라는 사설에서 "선관위의 결정을 두고 청와대와 야당에서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선거법상 대통령의 합법적인 정치활동은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규정 자체가 모호한 탓"이라고 원인을 지적했다.
또 "총선 결과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큰 영향을 끼치는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선거에 무관심하라고 무작정 강요하기는 어려운 형편"인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대통령이 "일단 선관위의 결정을 존중해야 마땅하다"고 요구했다.
조중동 등 일부 언론, '민주주의 파괴의 공범'
이번 사건은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법 위반인가', '선거법을 위반했다면 그것이 탄핵사유에 해당하는가'에 대하여 법리적인 시각에서 냉정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일부 신문들은 선관위 결정 사항에 대한 사실 전달에 소홀했을 뿐 아니라 해당기관의 법리적 해석이 있기도 전에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선관위장 탄핵' 운운하며 압박을 가함으로써 언론이 아닌 권력기관의 모습을 보였다.
결국 불분명한 '선거법 위반'을 이유로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진 데는 언론의 교묘한 편파 왜곡보도가 한몫 했다고 볼 수 있다. '조중동' 등 일부 신문들은 이번 탄핵 정국의 공동 주범인 것이다.
4.15총선을 앞두고 고조되고 있는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 의지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신문들이 우리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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