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촛불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노래에 맞춰 촛불을 흔들고 있다.권박효원
"나도 처벌하라."
"촛불 문화제의 주동자는 바로 나다."
"나는 김밥까지 싸가서 주변에 나눠주고 돈까지 낸 엄청난 중죄를 저질렀으니 나를 잡아가라."
"역사교육을 받았던 내 뱃속의 아기까지 잡아가라."
네티즌들이 검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등에 쏟아낸 항의성 글의 일부이다. 지난 26일 검찰이 광화문 촛불문화제를 주도한 '탄핵무효 부패정치 청산을 위한 범국민행동'(이하 범국민행동) 대표단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검찰청과 경찰청 홈페이지는 이에 격렬하게 항의하는 네티즌의 성토장으로 변했다.
26일 밤 검찰이 청구한 체포영장은 기각됐지만, 이날 하루만해도 대검찰청 자유게시판에는 450여건의 글이 올라왔으며, 네티즌들의 대부분은 "국민의 자유적 참여와 의사표현을 법적 잣대로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원성을 쏟아냈다. 네티즌들은 경찰청 홈페이지에도 100여건의 항의성 글을 남겼다.
"선관위와 검찰의 딴지...촛불은 우리가 지킨다"
| | | 20만 탄핵무효 촛불 다시한번 밝힌다 | | | 범국민행동, 27일에도 탄핵반대 촛불행사 | | | | 지난 20일 광화문 네거리 일대에 20여만개의 탄핵무효 촛불이 밝혀진 데 이어 27일도 대규모 탄핵반대 촛불행사가 이어진다.
97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탄핵무효 부패정치 청산을 위한 범국민행동'(이하 범국민행동)은 26일 "3·27 민주수호 촛불대회를 27일 오후 5시부터 광화문 네거리 일대에서 진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주 시청방향과는 달리 교보문고 앞에서 종로 쪽으로 행렬이 이어진다.
이날 촛불대회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약 3시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1부는 조영신 한국민족음악인협회 사무처장의 사회로 어린이 예술단 '아름나라', 동요 부르는 어른들의 모임 '철부지', '참좋다, '솔바람' 등의 공연이 펼쳐진다.
2부 행사는 전문 사회자 최광기씨와 배우 권해효씨가 진행하는 가운데 가수 안치환, 노래패 '우리나라', 평화를 여는 여성회 노래모임 '국회청소부' 등의 공연이 선보인다. 또 소설가 황석영씨 등의 시민발언도 포함됐다.
이밖에 이날 행사 1부와 2부 말미엔 참여 시민들의 '대형 천 돌리기 퍼포먼스'와 대국민 메시지 발표도 계획돼 있다.
행사에 앞서 범국민행동은 27일 오후 2시 기자회견을 통해 27일 촛불행사 이후의 일정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한편 우익단체들로 구성된 '바른선택 국민행동'은 27일 오후 6시부터 광화문 동화빌딩 앞에서 '탄핵지지 나라사랑 문화 한마당'을 벌일 예정이다. | | | | |
26일 저녁 7시 광화문 교보빌딩 앞 촛불행사에 나선 참가자들도 다음과 같이 한목소리를 냈다.
"선관위랑 검찰이 촛불 더 잘 타라고 아예 기름을 붓네요."
행사 참가자들은 "선관위나 검찰의 딴지를 보니 우리가 촛불을 지켜야한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고 입을 모았고, 행인들도 "탄핵무효 행사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지만, 검찰의 체포영장 청구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 나와있던 김기식 사무처장은 "원래 내일 규모는 2만∼3만명으로 예상했는데 검찰 덕분에 훨씬 많이 올 것 같다"며 "광화문을 지키겠다는 시민들이 많더라"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또한 "27일 이후의 전략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김형주(34)씨는 "법이 민중이 아닌 기득권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며 "검찰의 조치는 기득권 유지를 위한 하나의 조작이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 "탄핵을 찬성하는 쪽은 잘 안 모이니까, 쪽수로 싸우기 벅차 뒤통수를 친다"는 것이다.
50대 김아무개씨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럴수록 촛불행사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미은(28)씨는 27일 촛불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26일은 쉬려고 했는데, 검찰의 체포영장 소식을 듣고 '열받아서' 거리에 나섰다고 한다. 주씨는 이날 행사 참여에 앞서 검찰청 홈페이지에 실명과 이메일을 남기며 "자수하면 정상참작한다고 들었다, 자수할테니 나도 잡아가라"는 글을 남겼다고 한다.
주씨는 "뭐가 법 위반이라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 이런다고 사람들 뜻이 꺾이겠냐"며 "촛불행사에 기름을 붓는 꼴이다, 내일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교보빌딩 앞 인도를 지나던 시민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한 아무개(20)씨는 "뒤에서 누가 시켰다고 몰아붙이는데 검찰 체포영장은 이유가 없는 것 같다"며 "내일도 행사에 나오지는 않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서 생각은 한다"고 말했다. 구영진(36)씨도 "말이 안 된다, 소식을 딱 듣는 순간 거부감이 오더라"며 "이러니까 정치가 더 싫다"고 덧붙였다.
26일 촛불 행사 250여명 참석
▲26일 촛불행사에 참여한 보드게임 동호인이 '생명의 젠가'를 쌓고 있다. 한켠에서는 다른 동호인들이 '죽음의 젠가'를 쌓고 있다.권박효원
한편 시민 250여명이 참여한 이날 촛불행사는 다양한 문화행사 위주로 진행됐다.
오전 11시 여의도에서 '젠가('젠가'라는 나무토막을 이용해 탑쌓기 방식으로 진행되는 보드게임의 일종) 퍼포먼스'를 벌였던 보드게임 동호인들은 무대차 앞에서 195개 국회의원들을 상징하는 '죽음의 젠가'와 인권·평화를 상징하는 '민주주의의 생명 젠가'를 쌓아올렸다.
평소에 민요를 좋아한다는 윤덕영(52)씨는 3일 전에 만들었다는 창작민요 '시국태평가'를 불렀다. "촛불을 높이 들자. 택도 없다. 겁도 없다. 촛불빛 전국적으로 활활활. 민주한국을 비추어라. 니나노 닐리리야 닐리리야 니나노오∼" 소리에 사람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촛불행사는 밤 9시께 모두 끝났다. 행사를 지켜보던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27일 행사 대응과 관련 "여기(탄핵무효 촛불행사)보다 보수단체가 더 걱정"이라며 "종로경찰서라고 사람이 더 많은 것도 아니고, 내일은 발바닥에 땀날 것"이라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 관계자는 "보수단체에 오는 노인분들이 지팡이를 휘두르면 사진기자들이 찍어서 충돌이라고 올릴 것 아니냐, 사람들 밀다가 넘어져도 피해자가 되는 것이고 많이 다칠 것"이라며 "두 행사 사이를 경찰이 막긴 하겠지만, 이동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고 전했다.
▲부직포로 만든 대형 촛불 옷을 입은 자원봉사자. 촛불에는 '국민발의제' '민주주의 쟁취' 등의 구호가 적혀져 있다.권박효원
| | '성난' 네티즌들이 대검찰청 홈페이지에 쏟아낸 말말말 | | | | 다음은 검찰이 '탄핵무효 부패정치 청산을 위한 범국민행동'(이하 범국민행동) 대표단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한 26일 대검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쏟아진 항의성 글을 일부 발췌한 것이다...편집자주
"본 사건은 주동자가 없거나 전부 다입니다. 4명만 주동자라고 하는 것은 촛불시위에 참여한 수십 만 명의 진짜 주동자들을 두 번 죽이는 것입니다. 이 사건은 우리 역사에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기록될 것입니다."(강승임) "주변사람들한테 탄핵 반대하면 소리를 내야한다고, 국민 한사람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광화문으로 다 나가게 했다. 김밥까지 싸가서 주변에 나눠주고 돈까지 냈으니 엄청난 중죄이니 잡아가라."(나행록)
"저 잡아가 주세요. 촛불시위 3번 참석했습니다. 뱃속에 아가도 있는데... 그 녀석에게 역사공부 시키며 신랑도 데리고 갔습니다. 저 주동자입니다. 열심히 구호 외쳤습니다."(임미숙)
"저 미국에 삽니다. 저도 그 사람들과 뜻을 같이 하는데 제가 사주 한걸루 하구 엄한 사람들 풀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또한 안양에 거주하는 가정주부 박향자씨는 "낼 시청 앞에 집회 갈 겁니다 잡아 갈 건가요? 법이 무섭다고 불참하고싶지는 않네요 꼭 가서 탄핵무효를 외칠 겁니다."(이현경)
"평화스럽고 질서 정연한 민주주의의 축제를 탄압한다면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무질서를 누가 책임지려고 하는지, 극도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결정을 한 당신들은 책임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고강현)
"양초제조업자나 판매업자도 불법시위 방조죄 아닌가. 한나라당, 검찰, 경찰, 선관위 다 친척 아닌가, 대통령 눈치보느라 몸 사렸는데 이때다 싶어 총공세 나오는 것이다."(조성범)
"내가 내 돈 써가며 촛불 들고 탄핵 잘못되었다는 것 말하는데 그것이 그렇게 잘못된 것이냐. 그것이 집시법 위반이면 2002년 월드컵 당시 응원하러 늦은 밤 모였던 수십만의 군중들은 다 범법자다."(정신석)
우희연씨는 다음과 같이 국민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촛불집회에 여러 차례 나갔고 앞으로도 나갈 생각입니다. 내나라 내 땅에서 내 생각을 표현하지도 못한단 말입니까? 당신들은 어느 나라 사람이지요? 당신들은 일본제국주의 신민이고 우리는 식민지 백성입니까?
선거도 치안도 우리의 더 나은 삶을 위한 방편이지 그것 자체가 지고지선의 최고 우선으로 지켜져야 할 가치가 아닙니다.
주위가 조용하고 깨끗하고 질서정연하다고 우리 가슴에 말하지 못한 울분과 슬픔이 꽉 차있다면 이 나라가 이 사회가 우리의 아이들이 행복할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시대착오적인 단속이나 처벌 그만두어 주십시오. 그렇지 않다면 집회에 참석한 시민 모두를 잡아넣던지요. 그곳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한마음 같은 생각입니다. 먼저 저부터 구속시키시기 바랍니다. 누가 당신들에게 그런 권리를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반면 천충기씨는 "탄핵반대 또는 탄핵찬성 집회 주동자 양쪽 법을 어겼으면 해당하는 벌을 받으면 된다"면서 "법을 집행하는 국가기관에서 원칙대로 모든 사안을 처리해야만 향후 혼란을 줄일 수 있는 최선책"이라고 방향을 제시했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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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처벌하자" "주동자는 바로 나다" 선관위와 검찰이 촛불에 기름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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