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손들이 잘 살 수 있는 도시 '꾸리찌바'

박용남의 <꿈의 도시 꾸리찌바( 이후, 2002)>를 읽고

등록 2004.03.27 11:43수정 2004.03.2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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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중엽 포르투갈 식민주의자들이 깃발을 꽂으면서 도시로 출발한 꾸리찌바는 브라질 남부 해안에 위치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대전보다는 약간 큰 도시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이나 <로마클럽> 등 세계 유수 언론과 단체들이 '꿈의 도시'라고 격찬했던 그 도시는 원래부터 좋은 조건을 안고 탄생된 것은 아니었다.


본래 이 도시는 급격한 산업화로 인한 인구급증과 환경파괴 등 여타 도시들이 겪는 비슷한 문제들을 안고 출발했다. 이를테면 1950년대의 급속한 인구증가, 환경오염, 교통체증, 그리고 문화유적의 훼손 등으로 인해 꾸리찌바는 위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로 다가왔고, 197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꾸리찌바의 변신은 드디어 시작됐다.

그 도시에 관해 소개해 준 책이 새롭게 증보돼 나왔으니 바로 <꿈의 도시 꾸리찌바(박용남 지음, 이후, 2002)>이다.

저자는 우선 꾸리찌바가 4차원의 혁명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고 설명해 준다. 철저한 토지 이용계획을 마련하여 합리적인 대중교통체계를 이룩한 물리적 혁명, 녹색공간으로 둘러싸인 공업단지를 조성하여 지속가능한 도시 기반을 구축한 경제적 혁명.

교육 보건 주택 등 복지부문에 대한 민간 공공부문의 투자를 결합한 사회적 혁명 그리고 유적지와 문화유산을 보존하면서 다양한 문화적 가치를 창출한 문화적 혁명 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독창적인 교통체계였다. 꾸리찌바에서는 지하철을 대신한 버스 노선을 땅 위에 설계해 교통난을 해소했다. 그 버스 노선을 세우는데 들어간 비용은 지하철 건설비의 1/80∼1/100 정도였고, 시속은 약 30㎞의 속도였다.

그 버스 노선에 따라 지하철역과 같은 개념으로 요금을 미리 받는 원통형 버스정류장과 급행버스전용선, 그리고 대형 굴절버스 등을 도입한 것도 퍽 인상적이었다.


교외의 빈민가나 위성도시로부터 장거리 통행하는 시민들을 위해 거리에 관계없는 단일요금체계, 일명 '사회적 요금'제도를 채택했으며, 그로 인해 사회적 불평등을 크게 해소해 주었다.

그와 함께 버스 승강대와 동일한 높이의 플랫폼 정류장을 만들어 장애우들이 아무런 불편 없이 승하차할 수 있도록 해 준 게 차별화 된 부분에 해당됐다.


또한 출퇴근과 등하교, 쇼핑까지도 자동차 없이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전거 도로를 늘렸는데, 어떤 곳은 무려 100km나 되는 도로를 만들었다. 실로 보행자 천국의 거리였다. 꾸리찌바의 그 모든 교통 체계는 모두가 인간을 우선시하는 교통정책에서 비롯된 것임에 틀림없다.

두 번째로 나의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시의 정책이었습니다. 이를테면 꾸리찌바의 시청은 꾸리찌바의 토지에 관한 정보의 세세한 변동사항까지 즉시 공개한다는 점이었다.

아마도 그것은 토지 관련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투기를 미연에 예방함으로써 투기 과열을 말끔히 해소시킬 수 있으며,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까지도 미연에 차단시킬 수 있는 좋은 시행책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재활용품을 수거해오는 시민들에게 버스 토큰이나 잉여식품으로 보상을 해 주는 쓰레기 관련 정책에서도 시의 독특한 정책을 배울 수 있었다.

더 나아가 꾸리찌바 시는 홍수 통제를 위해 댐을 건설한다거나 강의 주변을 퍼내고 콘크리트 벽을 쌓는 그런 사업은 시행하지 않고, 오히려 작은 도랑들은 그대로 유지해 나가며 중간 중간에 호수를 만들었다. 또한 녹지대를 그대로 보호하는 자연친화적인 방법으로 홍수를 조절하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아무런 홍수피해도 겪지 않았으니 그것은 곧 대성공이었다.

그러나 꿈의 도시 "꾸리찌바의 비밀은 지속적인 관리에 있다"고 말한 바 있듯이, 시장과 행정의 모든 담당자들은 현재까지의 성과를 유지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더욱 개선하는데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꿈의 도시로 만들 수는 없는지, 그런 생각을 한다면 사뭇 긴장되는 바이다. 희미하지만 분명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꾸리찌바의 창조성을 비롯한 일반 관료들의 행정 처리라든지, 곳곳의 시 정책에서 올바른 모델라인을 찾을 수는 있기에 꾸리찌바의 정책에서 배워 실행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은 걸릴 것이고, 후손들이 지속적으로 잘 살아 갈 수 있는 나라를 계획한다면 천천히 머리를 맞댄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희망은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게 아니라 지금 그 자리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꿈의 도시 꾸리찌바 - 재미와 장난이 만든 생태도시 이야기, 2009 개정증보판

박용남 지음,
녹색평론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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