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대통령, 고함치는 반노 논객

<집중분석> 반노 논객들 무슨 말 하나

등록 2004.03.27 15:07수정 2004.03.27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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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7일 조선일보에 게재된 서지문 교수의 글은 70%에 달하는 탄핵비판 여론을 또 다시 예의 훈계조로 나무란다. 사소한 실수로 탄핵한 야당은 분명 잘못했지만 그것을 비판하는 민중들의 여론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고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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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용민

노 대통령이 세종대왕 같은 성군(聖君)이라도 되며, 그가 다시 업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나라의 모든 꼬이고 뒤틀린 문제들이 깨끗이 해결되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지금의 분위기가 총선 날까지 지속되어서 열린우리당이 절대 다수당이 된다면 지금 야당을 격렬하게 규탄하는 민중의 반(半) 이상은 가슴을 치며 후회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 3월 27일 서지문 '대통령이 변하지 않는다면'

서지문 교수가 탄핵에 찬성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을 매도하는 것은 분명 문제다. 촛불집회에 한번이라도 나와 봤는가?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많은 사람들은 소위 말하는 ‘친노’가 아니다. 대통령 지지자는 30%대였는데 탄핵 반대여론은 최소 70%였다. 이 수치의 괴리는 무엇을 말하는가. 노 대통령이 세종대왕이기에, 그가 만능해결사이기에 탄핵을 반대하는가.

또 ‘열린우리당이 절대 다수당이 된다면 야당을 격렬하게 규탄하는 민중의 반 이상은 가슴을 치며 후회하게 되리라 생각한다’는 표현은 무엇인가. 이는 열린우리당이 생각보다 좋은 정당이 아님을 암시하는 문장으로써 요즘 유행하고 있는 ‘포괄적 개념의 선거법’에 저촉되는 표현이 아닌지 의문이다. 그리고 시론으로 판단해볼 때,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듯한 서지문 교수는 한나라당의 차떼기와 안풍, 세풍, 총풍 등에 대해서는 가슴을 쳐본 일이 있는지 없는지 묻고 싶기까지 하다.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를 받은 대통령은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말 그대로 ‘권한정지’된 모습 그대로이다. 그런데 소위‘반노 논객’들은 자신들에게 부여된 조중동의 지면을 통해 반론을 펼 수 없는 ‘권한정지 대통령’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는 반칙이다. 탄핵 역풍이 불 때, 조중동에서 사설로 호소했던 바와 같이 지금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려야 할 때가 아닌가.

반노 논객 중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인사로는 연세대 유석춘 교수를 빼놓을 수 없겠다. 유 교수는 동아일보(19일)와 조선일보(22일)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노무현 정부를‘털끝만큼도 사회통합을 고려하는 모습이 없던 정부’로 규정한 뒤 야당을 향해 '엄청난 고뇌와 계산이 필요’한 탄핵을 추진했으면‘피투성이가 될 각오’로 싸울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리고 거세게 일고 있는 탄핵역풍에 대해서는 일종의‘광풍’이며‘바람으로 일어선 자 바람으로 쓰러진다’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그런 모습 때문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결국 탄핵이라는 마지막 수단을 동원한 것 아닌가. 홍위병 논란을 거듭해 온 시민단체와 이를 부추긴 방송, 그리고 일부 신문이 이를 보고 ‘잘했습니다’라고 환영하며 촛불 들고 거리로 나올 줄 믿었던가. 정당한 법 절차에 대한 권력의 물밑 저항은 물론 홍위병의 참전, 나아가 친여 매체의 여론몰이 등은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를 상대로 피투성이가 될 각오로 국민을 직접 설득한 요량이 없었다면 탄핵은 절대 추진하지 말았어야 했다 - 3월 22일 유석춘 ‘탄핵이 장난인가’


시민들에게는 자제요구... 자신들은 탄핵배경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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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용민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지켜보자며 나름의 냉정함을 유지하는 듯하던‘조중동 사람들’역시 직무정지 대통령을 화두로 재단하는 모습이다. 중앙일보의 한 논설위원과 조선일보의 한 기자는 주거니 받거니 노 대통령의‘입’이 이번 탄핵의 처음이자 모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그런 식의 책임규명을 할 요량이었으면 왜 헌재의 판단을 지켜보자고 하는가. 자신들의 주장은 정당하고 민중은 어리석기 때문에 자제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사람마다 이해에 따라 각기 다른 견해이겠지만 뭐니뭐니해도 대통령의 말이 진원지다. 첫 번째 탄핵 사유인 선거법 위반 부분을 살펴보자.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 되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지 하고 싶다는 언급에 야당이 팔짱만 끼고 있으리라고 대통령은 기대했는가. 야당이 시비를 걸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면, 그 야당은 정당이길 포기한 것이고 존재할 가치도 없다 - 3월 20일 중앙포럼 ‘대통령의 말’

지난 20일 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탄핵 전엔 31%이던‘잘한다’가 탄핵 후에 갑자기 47.6%로 수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사이 노 대통령이 한 일은 청와대 안에서 칩거한 것밖에는 없다. 며칠 전 정계를 은퇴한 한 원로 정객은“노 대통령이 조용하니 나라가 조용하다”고 했다. 얼핏 비꼬는 듯이 들렸던 이 원로의 말이‘잘한다’가 폭등한 배경 설명으론 가장 그럴듯한 것 같다 - 3월 23일 조선일보 ‘무위의 정치’


뭐니뭐니해도 직무정지 당한 대통령을 가장 신랄하게 비꼬고, 인격적으로 조롱한 글은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의‘탄핵 이후’라는 글이다. 그는 글에서 탄핵이 헌재에 의해 수용되든, 기각되든 어떻든 간에 국회로부터 탄핵당한 대통령은 그 사실 하나만으로 복수심에 똘똘 뭉쳐 있을 것이며 그 때문에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 된다면‘우리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동아일보의 논설주간 또한 동일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규철 논설주간은 3월 18일 ‘누가 혁명을 부추기는가’에서“결국 대통령 스스로 친노, 반노를 갈랐고, 국론분열의 진앙엔 대통령이 있지 않은가.

특히 탄핵 표결 전 대통령의 오산, 오판, 오심이 거듭되면서 국론을 걷잡을 수 없이 갈라졌다”며 탄핵 이후 혼란의 진원지가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언론권력의 편에 선 이들, 노무현 며느리 구박하기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된 이후 조중동에 시론을 기고한 반노 논객들에게서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국회에서 제시한 탄핵 사유가 심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그것이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22일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여론과 법리를 거스른 거야 연합의 무리수는 패착에 가까운 것이었다.... 대통령 탄핵안은 잘못된 것이다’고 주장했다.

서지문 고려대 교수 역시 27일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에서‘노 대통령의 탄핵은 잘못된 일이었다. 탄핵까지 하기에는 경미한 사안을 갖고 아무런 대안도 없는 상황에서 홀연히 대통령을 탄핵해서 물러나게 한다면 어떻게 뒷수습을 한단 말인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탄핵 사유도 되지 않는다, 거야 연합의 무리수였다, 탄핵안은 잘못된 것이다... 고 주장하는 이 반노 논객들은 그러나 야당을 꾸짖고 있지 않다. 이들이 얘기하고 싶은 요지는 그 다음부터다. 야당이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가가 이어진다. 그 진원지는 당연히 노 대통령이다. 재미있는 논리귀결, 탄핵사유도 되지 않는 것을 가지고 야당이 탄핵소추를 의결한 것은 잘못인데 어쨌든 그 책임은 노 대통령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자?

도올 김용옥은 지난 22일 TV 특강에서 노 대통령을‘얄미운 며느리’로 비유하면서 탄핵을 주도한 세력을 통렬히 비판했다. 김용옥은 ‘문벌이나 학벌이 지배하는 사회로부터 근원적인 붕괴가 발생하고 있는데 눈치 채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현 시국을 규정했다.

우리 사회에 노무현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요. 생각해 보세요. 문벌집안에, 그래도 집안이 제대로 된 집안에, 며느리 하나가 덜커덕 들어왔어. 원하지를 않았는데. 우리 아들하고 그냥 결혼을 해버린거야. 그런데 그 며느리가 집안도 볼 게 없고, 학벌도 없고, 인물도 별로 없고, 돈도 없어요. 게다가 똘똘하고 말 잘해요. 얼마나 보기 싫겠어요. 그 시어머니가...

언론 보도에 의하면 현재 노무현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에서 독서 등을 하며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만일, 헌재에서 탄핵안을 수용한다면 노 대통령은 그 순간 파면된다.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모든 게 끝인 것이다. 그런 대통령은 지금 언론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소위 반노 논객들은 조중동 지면을 통해‘야당이 잘못하긴 했지만’이라는 피해갈 단서를 단 뒤, 노 대통령이 왜 탄핵받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70%의 국민이 아닌 야당의 편에서 외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자발적인 촛불문화제 참가 인원을 향해‘홍위병’으로 매도하는 부류도 있다. 이건 뭔가 잘못됐다. 그들이 조중동이라는 언론을 통해 헌재 판단에 영향을 줄 발언을 하는 것은 괜찮고, 야당의 입장을 강변해주는 것은 괜찮고 촛불집회는 안 된단 말인가.

광화문을 환히 비췄던 20만개의 촛불들은 친노-반노를 말하지 않았다. 당시 광화문은 편을 가리는 문화가 없었다. 다만, 민주주의 만세를 외쳤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외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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