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신 올챙이를 지켜라!

남산 야생식물원 연못서 올챙이 수십마리 확인

등록 2004.03.31 10:52수정 2004.03.3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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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 뒷다리가 쏘옥~ 앞다리가 쏘옥~ 팔딱팔딱 개구리 됐네~ 꼬물꼬물 꼬물꼬물 꼬물꼬물 올챙이가 뒷다리가 쏘옥~ 앞다리가 쏘옥~ 팔딱팔딱 개구리 됐네~”

이것은 MBC <브레인 서바이버>에 소개된 후로 남녀노소 모두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동요 ‘올챙이송’의 가사이다. 이 노래에 맞춰 엉덩이 춤을 추는 아이들이 생겨날지 모를 일대의 사건이 발생했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남산에 올챙이들이 대거 출현한 것이다.


a 남산에 자연 서식하고 있는 올챙이.

남산에 자연 서식하고 있는 올챙이. ⓒ 김진석

남산에 개구리와 도롱뇽이 뜨다!

지난 2001년 환경단체 녹색연합이 ‘개구리 잠재 서식처’로 분류한 남산에 지난 14일 200~300개 알이 들어있는 개구리 알 덩어리가 50~60개 정도 발견됐다. 언젠부터인가 도시 개발과 맞물려 사람들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남산 개구리가 다시 사람들 눈앞에 홀연히 나타난 것이다.

개구리는 건강한 물과 흙이 아니면 살지 않는 환경 지표동물이다. 때문에 서울의 허파인 남산에 개구리가 출현한 것은 곧 도심 전체의 생태계 복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서울시 공원녹지관리사업소가 봄철맞이 청소를 하는 과정 중 남산타워 남서쪽 계곡(통제구역)과 야생식물원 연못에서 발견된 개구리 알은 아무르산 개구리, 무당개구리, 산개구리의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모두 부화해 올챙이가 됐다.

이와 더불어 개구리 알보다 더 환경에 민감해 ‘1급수’에서만 사는 도롱뇽 알도 함께 출현해 전문가들과 관리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알들이 발견된 이 구역은 과거 녹지관리사업소가 생태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방사해 반딧불과 고라니를 길렀던 인공 연못이었다. 비록 반딧불과 고라니 기르기는 실패로 끝났지만, 그 곳에 개구리 알과 도롱뇽 알이 출현하면서 뜻하지 않은 새로운 '희망'을 얻었다.

연이어 뱀과 가재가 출현하고 새가 날아드는 등 자연스레 먹이사슬이 형성되고 있어 남산의 생태계가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서울시가 남산 생태 복원을 목적으로 91년부터 98년까지 진행한 '남산 제모습 되찾기' 사업과 무관하지 않은 성과이기도 하다.


남산 올챙이를 사수하라!

이로인해 남산에서는 웃지 못할 일도 생겼다. 개구리 알 출현이 여러 매체에 보도됨에 따라 간혹 알을 퍼가는 사람들이 발생한 것이다.호기심에 퍼가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아주 가끔은 아이들 교육을 위해 퍼가는 어머니들도 있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자, 결국 이를 막기 위해 올챙이를 지키는 임시 공익근무요원이 탄생했다. 공익 요원들은 한 곳에 두 명씩 조를 이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올챙이를 지킨다. 주차 및 노점상 단속 , 공원 관리 외 특별한 임무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현재 3주째 귀하신(?) 올챙이를 지키고 있는 공익요원 윤진(22)씨는 “처음엔 신기하고 황당했지만, 서울에서 올챙이를 이렇게밖에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다소 씁쓸하다”며 “실제 보도가 나간 후 관람객이 많이 늘었으며 올챙이도 처음보다 사분의 일이나 줄었다”고 말했다.

녹지관리사업소 온수진(33)씨는 “간혹 호기심에 퍼가는 아이들에게 꿀밤을 주기도 하지만, 오히려 생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도시 아이들이 더 안타깝다”며 “올 여름엔 아이들과 함께 남산에서 나는 개구리 울음 소리를 정말로 듣고 싶다”고 전했다.

a 올챙이가 서식하고 있는 연못

올챙이가 서식하고 있는 연못 ⓒ 김진석

“남산 생태복원은 곧 우리의 희망!”

녹지관리사업소 박인규(50) 소장은 “발견시 지나친 사람들의 관심으로 인해 혹시 인위적 훼손이 있을까 염려돼 언론보도에 대해 여러 번 회의를 할 만큼 심사숙고 했었다”며 “구체적 보호 방안이 나올 때까지는 당분간 공익요원이 보초를 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그간 남산에 이끼가 많이 생기는 등 오랜 시간을 거쳐 천천히 환경이 되살아나고 있는 징조들이 종종 발견됐다. 그 결과 기존에 있던 개구리 개체가 사람들 눈에 띌 만큼 증가한 것 같다”며 "개구리의 출현보다, 이로인해 자연스레 복원되는 먹이사슬과 생태환경에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자연에 폐를 끼치지 않는 최소한의 보호로 훼손을 막을 것이며, 나머지는 자연의 섭리에 따를 것”이라며 “아이들과 함께 하는 생태교육 실습과 생태계의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서울시에 관심을 촉구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연생태연구소 '마당'의 류창희(42) 소장은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남산의 현상은 참 재미있고 대단한 일이다”며 전화 인터뷰내내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류 소장은 “지금껏 도심의 외딴 생태 섬이었던 남산에서 살아온 개구리에게 찬사의 박수라도 보내고 싶을 정도"라며 “남산에서 개구리가 산다는 건 그간 오염의 도시로 낙인찍힌 우리 서울도 사람이 살기에 환경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과 같은 시기에 발견된 개구리 알과 남산 생태계의 끈질긴 생명력은 모두가 귀감으로 삼아야 할 소중한 ‘희망’과도 같은 것”이라며 “서울시, 시민 모두가 공생의 정신으로 함께 노력해 이것을 계기로 남산을 비롯한 청계천과 우이천에서도 개구리 울음 소리를 듣게 만들자”고 당부했다.

한편, 환경단체 녹색연합의 이버들(26) 간사는 “개구리 알의 출현은 남산의 생태 복원 가능성이 실제 되살아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남산의 생태계 복구는 환영하나, 서식처 보호를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하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간사는 “시민들의 성숙된 의식과 서울시의 의지 및 꾸준한 실천이 함께 해야 될 것”이라며 “어른들에겐 어린 시절의 향수이고, 어린이들에겐 좋은 친구인 ‘환경지표종’ 개구리가 살 수 있는 땅을 만드는 것이 곧 우리의 생태계를 보호하는 지름길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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