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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참 좋아졌습니다. 따뜻한 햇살도 느껴지고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봄이란 계절은 두근거림입니다. 유쾌한 봄날에 슬픈 연애나 해 볼까요? 아직 봄 단장을 하지 못한 나의 겨울옷들은 계절에 맞지 않게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두꺼운 겨울옷들은 옷장 속에 둔 채 입질 않습니다. 그러나 차가운 바람은 밤이 될 때마다 불어옵니다. 어쩌면 나는 가장 낯선 스물 세 번째 봄을 맞이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선배. 나는 지금 선배의 위치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몇 년 전 대학에 갓 입학한 1학년일 때 4년째 대학 생활을 맞이했을 선배와 같은 위치말입니다. 요즘 선배 생각을 많이 합니다. 선배는 그때 어떤 생각을 했을까 말입니다. 봄은 새싹을 틔우기도 하지만 고민을 만드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당시의 나와 같았을 04학번 새내기 수습기자들을 바라보며 잘해 줘야겠다고 매일 다짐합니다. 그동안 "냉정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던 나이지만 좋은 선배가 되고 싶은 걸까요? 내가 알고 있는 걸 하나라도 더 알려 주고 싶고 따뜻이 대해 주고 싶습니다.
지난 3년간의 경기대 학보사 생활은 스스로에게 귀중한 경험입니다만, 3년간 내가 쓴 기사와 만든 신문들은 경기대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 생각합니다. 밤을 새고 혼자서 쓰기엔 벅찬 기사를 매주 했다는 노고를 알아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내가 만든 <경대학보>를 통해 경기대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말입니다. 그걸 확인해야만 내 4년간의 대학 생활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등록금은 무슨 이유인지 매해마다 오르고 학교 복지는 나아진 것이 없어 보입니다. 공동체 문화는 사라지고 점점 개인주의화됩니다. 거기에 경제난으로 취업하기 힘든 시절입니다. 그래서 마음대로 놀 수도 없고 영어 공부와 취업에 매진해야합니다. 심지어 1학년들도 미리 겁을 먹고 취업 걱정을 합니다.
그러나 내가 미쳐 발견하지 우리 대학의 따뜻한 이야기들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사회와 대학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 따끔한 비판도 필요하지만 감동을 주는 기사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선배가 하려던 것처럼 말입니다.
3월은 이래저래 바쁜 계절입니다. 그래서 정신 없이 흘러간 지난 한 달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42.195km가 넘는 인생이라는 기나긴 달리기의 어느 순간을 걷고 있겠지요. 대학 생활은 그 정점입니다. 달리기를 정지한다는 건 삶을 포기한다는 다른 뜻이겠지요.
그러나 우린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하며 멈춰서는 안됩니다. 해야할 일이 있으면 삶은 계속 유지돼야합니다. 선배는 선배의 역할을, 나는 나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겠지요. 자주 만나는 사이도 아니고 기껏해야 메신저로 만나는 선배에게 더 할 말이 있음에도 다음을 위해 남겨둡니다. 찬란한 봄날을 마음껏 즐기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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