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탄핵풍 물러가고, 박근혜 바람 불까?

박근혜 대표 강원도 방문해 유세지원 펼쳐

등록 2004.04.06 03:16수정 2004.04.0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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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5일 오후 4시 25분께 강원도 동해시 천곡동을 방문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유세를 듣기위해 모여든 시민들 모습.

5일 오후 4시 25분께 강원도 동해시 천곡동을 방문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유세를 듣기위해 모여든 시민들 모습. ⓒ 김경목


강원도에 탄핵풍이 물러나고 박근혜 바람이 부는 걸까?

5일 강원 영동을 방문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속초, 강릉, 동해, 삼척' 등을 돌며 유세지원을 펼쳤다

이날 오후 4시 50분께 삼척 중앙시장에 도착한 박근혜 대표는 2000여명의 환영인파로 북새통을 이룬 가운데, 최연희(동해-삼척) 후보의 지원유세에 나서 연호 하는 군중들에게 한나라당 지지를 호소했다.

유세장에서 만난 이옥란(50, 여, 주부)씨는 박 대표의 만남에 고무돼 상기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씨는 "박근혜 대표는 순수하고 깨끗해 보일뿐만 아니라 서민적으로 보인다"고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박 대표가 떠나려하자 아쉬운 나머지 박 대표의 차량을 따라가려던 김준하(46, 자영업)씨는 "박근혜 대표를 보니까 돌아가신 박정희 대통령이 떠오른다"며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는 만약 한나라당 대표가 남자였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마음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며 "탄핵으로 인해 한나라당 지지를 철회했는데, 박근혜 대표를 보고 나니까 연약한 여성을 돕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a 이날 오후 4시 50분께 삼척 중앙시장을 방문한 박 대표가 유세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웃음으로 화답하고 있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약 2000여명으로 추정된다.

이날 오후 4시 50분께 삼척 중앙시장을 방문한 박 대표가 유세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웃음으로 화답하고 있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약 2000여명으로 추정된다. ⓒ 김경목

반면 다른 의견을 보이는 민심도 발견할 수 있었다. 안경점을 운영하는 박추자(64, 여)씨는 "박 대표를 보니까, 육영수 여사가 생각나네. 하지만 당은 당이고, 인물은 인물"이라며 박 대표의 이미지로, 부패한 한나라당의 잘못이 감춰지는 것을 경계했다.


박씨와 함께 일하는 박선숙(30, 여)씨도 "대통령 탄핵은 옳지 않다"면서 "완벽한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며 현장의 한나라당 열풍에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최근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풍(老風)발언도 이 지역의 반(反) 우리당 정서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척 중앙시장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박옥련(75) 할머니는 정동영 의장의 발언에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

박 할머니와 나란히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김옥자(76) 할머니는 지난 대선 때 이회창씨를 찍었다고 했다. 그러나 김씨는 "탄핵으로 마음이 달라졌어, 그런데 오늘 박근혜 보니까 한나라당 찍기로 마음을 굳혔어"라고 짧게 대답했다.

a 유세장을 찾은 주부들이 "근혜누나 사랑해요"라고 새겨진 종이팻말을 들고 박 대표를 맞이하고 있다.

유세장을 찾은 주부들이 "근혜누나 사랑해요"라고 새겨진 종이팻말을 들고 박 대표를 맞이하고 있다. ⓒ 김경목

이같은 여론의 반응은 속초도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대표가 강원도 방문을 시작할 무렵 속초시 조양동 온정리 마을의 노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동영 의장의 발언을 성토했다.


"노인들 싹 찍어주지 말라고, 싹 1번 찍어라.","나이 먹는 것도 억울한데, 선거도 못하게 하니 너무 억울해."


지난 달 화마(火魔)로 집을 잃고 천막생활을 하는 노인들의 여론이다.이처럼 강원도 영동지역의 표심은 우리당에 대해서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이 지역의 인구분포도를 볼 때 노년층이 다수를 차지하고 이전부터 보여온 한나라당 지지 표심이 박 대표가 방문함에 따라 하나둘씩 결집해 가는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지난 3월 31일 <한국방송>과<문화방송>이 전문여론조사 기관(미디어리서치,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전국여론조사에서, 강릉 선거구 우리당 신건승 후보는 38.1%, 한나라당 심재엽 후보는 24.1%의 지지율을 보였다.

반면 동해-삼척은 우리당 안호성 후보 29%, 한나라당 최연희 후보 32.4%로 한나라당이 우리당을 앞지르고 있다.

<강원민방>이 3월 3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속초-고성-양양' 선거구는 우리당 이동기 후보 27.4%, 한나라당 정문헌 후보 12.9%의 수치를 나타냈다.

한편 정당지지도에서 강원도민은 열린우리당을 44.3%, 한나라당을 24.6%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속초 온정리 이재민 "살려달라" 애원에 박 대표 "최선 다해 노력하겠다."

▲ 화마로 전 재산을 잃은 속초시 조양동 온정리 마을 입구에 화재 원인의 책임자가 한전이라고 주장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김경목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지난 달 10일 속초 청대산 화재로 집이 불타버린 최옥선(84) 할머니가 박근혜 대표에게 통곡을 하며 애원하던 말이다.

5일 오후 1시30분경 속초시 조양동 온정리 마을을 방문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이재민들의 원성과 화재발화지점에 가야한다는 강력한 주장에 제대로 유세조차 못하고 서둘러 온정리 마을을 떠났다.

떠나기 전 박 대표는 이재민들이 임시로 거처하는 천막에서 이재민들과 대화를 갖고, '화재 원인규명과 대책마련'에 최선을 다해 돕겠다는 말로 성난 주민들을 위로했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믿을 수가 없는지, 박 대표를 화재가 시작된 청대산으로 가기를 요구해 결국 박 대표는 화재가 시작된 청대산으로 발길을 옮겼다.

마을에서 자동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그곳은 여전히 화마(火魔)가 휩쓸고 간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현장서 만난 40대 주부 이재민 김아무개씨는 박 대표에게 "움막 치고 산다. 산불은 전선피복이 타면서 발화된 것인데, 한전은 이 사실을 부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협박전화도 서슴지 않는다"고 울먹이며 호소했다.

이에 박 대표는 "최선을 다해 예전처럼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 한 후 강릉으로 향했다.

속초시 노학동 청대산 화재는 초속 18∼24m의 강풍에 전기선이 끊기면서 발생한 전기불꽃이 원인이라고 이재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 화재로 온정리와 청대리 주민 118명이 집(48채)을 잃었으며, 창고 2채, 농기계 23대가 불타고 과수원 등 임야 65ha가 소실됐다. / 김경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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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강원정치 대표기자, 2024년 3월 창간한 강원 최초·유일의 정치전문웹진 www.gangwoninnews.com ▲18년간(2006~2023) 뉴시스 취재·사진기자 ▲2004년 오마이뉴스 총선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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