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산비탈 위, 강을 마주하고 있는 적성우동윤
군대에서 봄과 가을 매년 두 번씩 진지 작업을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돌과 잔디, 폐타이어를 등에 지고 가파른 산길을 하루 종일 오르락내리락 하던 고향 떠난 이등병의 심정을 말이다. 인지상정으로 이곳에 서니, 1500여 년 전 적성을 쌓던 병사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고등학교 국사 시간, 선생님께서 우리들에게 물었다.
“경복궁 재건은 누가 했나?”
우리는 일제히 대답했다.
“대원군이요~"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원군이 시켜 팔도에서 징발돼온 민초들이 했지.”
그 이후로 역사 속의 장대한 흔적들을 접할 때면 항상 구석구석에 배어 있을, 이름 모를 사람들의 또다른 흔적을 느끼고자 애를 썼다. 하지만 유적의 기록은 항상 높고 고귀하며 힘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담고 있다.
국보 제 198호인 단양적성비에는 적성과 관련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기록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때마침 적성비는 보수 공사 중이라 미처 이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대신 쇠파이프로 둘러싸여 있는 건물과 더러운 담요로 덮여 있는 적성비의 모습을 보고노라니 못내 아쉬웠다.